주기적인 번아웃
요즘 나는 너무 지쳐 있다. 늘 피곤하고 두통은 거의 만성적이다. 그로 인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번아웃은 주기적인 좌절을 안겨주었다. 일주일에 3일 정도는 머릿속이 맑아 열정적으로 살아가다가도 나머지는 피곤함에 절어 있고, 일은 하지만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었다. 특히 한 달에 한두 번씩 아파서 결근하거나 조퇴할 때면 이렇게 아플 거면 설렁설렁할 걸 왜 시간을 쪼개어 일을 진행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피곤한 상태에서 침대에 쓰러져 쏟아지는 잠에 빠져들던 어느 날, 이대로는 도무지 안 될 것 같았다. 나의 빡빡한 하루는 결코 만족스럽지 않았다. 뭐가 잘못된 걸까?
무작정 높은 성과만 추구하는 태도는 번아웃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생산성이란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하는 자유를 주는 것이다.
- 마이클 하얏트, 『초생산성』
최근 내 생산성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달리 생각할 수 있는 『초생산성』을 만났다. 도입부부터 깊이 공감했던 부분은 우리 현대인이 여전히 똑같은 업무를 반복했던 지난 제조업 시대의 공장 노동자 같은 효율성 모델을 산업 형태를 포함해 모든 것이 바뀐 오늘날까지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여전히 ‘최대한 빨리, 가능한 많은 일을 하고, 장시간 일하는 것’을 일 잘하는 방법이고 높은 성과를 내는 일이라 믿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나의 할 일 리스트에는 도저히 하루에 다 할 수 없는 최소 10개의 할 일이 있었고, 매일 다 처리하지도 못한 채 찜찜한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모든 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의 세상은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의 처리를 요구한다. 이전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최대한 빨리, 많이 수행했을 때 생산성이 높아졌다면, 지금은 몇 가지 중요한 일에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우리 주변에는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넘쳐난다. 따라서 우리가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전략은 더욱 필수적이다.
현대인들은 늘 바쁘고 늘 피곤하고 늘 시간이 없다. 그렇기에 원하는 삶으로의 통제권을 갖기 위해선 한정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초생산성』은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삶의 목표와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생산성의 패러다임이 바뀐 이후, 아래 5가지 실천 방법을 적용해 최근 며칠간이지만 꽤 효과적으로, 그리고 이전보다 즐겁게 일한다.
첫째, 더 옳은 일 하기
먼저 생산성의 정의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에서 ‘더 옳은 일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말하는 더 옳은 일이란, 열정과 능숙도가 교차하는 지점(갈망영역)의 일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자칫 하기 싫은 일은 제쳐두고 하고 싶은 일만 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변질하기 쉽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열정과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란 거의 없다. 꾸준한 경험을 통한 노력을 통해 그 일에 능숙도가 생기면 열정도 재미도 피어난다. 만약 그 일이 고되고 지루할지라도 나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어느 정도 능숙도가 생기기까지 꾸준히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일(발전 영역)은 갈망 영역과 함께 나에게 옳은 일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게 옳은 일로 내 삶의 나침반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나의 시간을 점점 더 발전 영역과 갈망 영역의 일들을 해내는데 할애하도록 하는 것이다. 삶의 방향과 목표에 부합하는 일들로 하루의 경험을 채워나간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갈망 영역의 일은 증가해 생산성도 극대화할 것이다.
내가 더 주목했던 부분은 우리의 하루의 업무 중 열정도 없고 능숙하지도 않은 고되고 지루한 일, 즉 고역 영역이다. 나는 늘 쉬지 않고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시간을 잡아먹고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일의 성격을 파악해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 단순 반복되는 일의 ‘안 할 일 목록’을 작성해보자. 이 목록의 일들은 자동화, 다른 사람에게 위임 등을 이용해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해야 할 일을 잘 해내는 것’ 못지않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비결 중 하나다.
하지만 하지 않아도 되는 일과 해야 할 일의 경계는 모호하고 상사의 의견과 지시를 따라야 하는 직장인의 경우, 하고 싶지 않은 일일지라도 해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 일이 중요한 일인가? 급한 일인가?’의 기준을 적용해 업무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아 소홀하기 쉬운 갈망영역의 일들을 일과표에 더 포함하고,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은 『초생산성』에서 설명하는 자동화와 위임을 최대한 활용했다. 아래에서 일의 우선순위 매기는 방법을 아이젠하워 우선순위 매트릭스로 보자.
둘째, 한 가지에 더 집중하기
현대인이 기술의 진보로 마주한 ‘멀티태스킹 신화’와 ‘전자파 세례’는 생산 효율성을 저하하고 스트레스를 가속하는 집중력 저하와 관련이 있다. 사실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구조다. 우리가 멀티태스킹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주의를 분산해, 당연히 한 가지에 집중할 때보다 기술과 정확성이 떨어지는 상태로 바쁘게 두 가지 이상의 일을 오가는 것뿐이다.
최근 연구에서도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다시 집중할 때까지 평균 25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때 정보처리 능력과 판단력이 저하된다고 했다. 또한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 좌절감, 시간 압박을 경험한다고 한다.
정보의 풍요는 다른 것의 빈곤을 의미한다. 즉, 주의력 결핍이다.
- 심리학자 하버트 A 사이먼
나 역시 이 말에 백 번 공감한다. 일을 하다가도 카톡 메시지나 사내 메신저(공지 포함)가 팝업창에 뜨면 곧장 확인해야 했고, 나름대로 지친 업무에 대한 환기를 명목으로 메일과 소셜 미디어를 습관처럼 확인했다. 한번 딴짓을 시작하면 다시 업무에 집중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고, 당연히 일은 더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는 더 받았다.
의지로만 안 되는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큰맘 먹고 스마트폰의 방해 금지 기능을 활용하고, 메신저 확인은 하루 3번만 하기 등의 환경 설정을 하고 반드시 지켰다. 사무실에서 일상적인 잡담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때면 아무도 없는 도서실에 가서 할 일을 마칠 때까지 집중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내가 메시지에 빨리 응답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더구나 일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해 일을 마칠 때까지 스마트폰은 쳐다보지도 않자 일에 할애하는 시간도 정말 확연히 줄었다. 더불어 몰입과 성취의 기쁨도 느낄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탄탈로스는 제우스로부터 영원히 욕망에 시달리는 저주를 받았다. 저주의 진위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영원히 자각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게끔 하는 것이었다.
현대의 우리도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습관적으로 이러한 저주에 빠지게 된다. 즉, “필요 없는 것에 필요한 줄 알고 계속해서 손을 뻗는 것”이다. 굳이 당장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피드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 그냥 기분이 그러고 싶을 뿐이다.
- 니르 이얄, 『초집중』
중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최대한의 집중력과 효율성을 향상할 시간과 환경을 조성하고(환경 설정),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집중력도 훈련이다.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파악하자. 나는 딱 40분 정도 몰입이 잘된다. 그 시간에는 한 가지 일을 어느 수준까지 마치겠다는 소소한 목표 설정도 작은 성취를 이루는 팁이 된다.
셋째, 오늘 하루의 빅3만 반드시 해내자
지금껏 항상 많은 업무를 해내겠다는 일념하에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일을 성취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종종 지쳤고, 몸이 아프고, 즐겁지 않았다. 매일 마치지 못한 할 일 목록은 만족스럽지 않은 오늘과 내일에 대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우선순위‘였다. 내 할 일 목록에 있는 우선순위 없는 너무 많은 일은 오히려 심신의 피로감과 일의 효율성 저하를 가져왔다.
따라서 할 일 목록 중 가장 중요한 빅3를 우선순위로 정하고 이것만 제대로 지키자는 규칙을 세웠다. 목록의 할 일은 이전보다 더 적었지만 하루에 내가 해낸 일의 양은 이전과 비교해 결코 작지 않았다. 오히려 같은 일을 할 때 시간이 단축되고 힘은 덜 들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넷째, 잘한 것 칭찬하고 잘못한 것 반성하기
우선 나 자신에게 각박했던 마음을 좀 내려놓았다. 앞서 계획했던 빅3를 해낸 나 자신에게 쓰담쓰담도 해주고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등의 작은 보상도 주었다. 더 잘할 수 있단 격려도 잊지 않았다. 또한 하루에 한 번, 퇴근 시간 10분 전에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졌다. 이런 반성적 사고를 하는 시간은 내일의 작은 발전을 도모할 힘과 아이디어를 제시해주었다.
오늘을 반성할 때 활용하면 좋을 미니 사후평가 질문
- 주요한 일을 얼마나 진척했나?
- 효과가 있었던 것은? 효과가 없었던 것은?
- 예상 못 한 방해물이나 주의산만 요소는 무엇인가?
- 무엇을 지속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무엇을 시작하고, 중단할 것인가?
다섯째, 휴식도 전략이다
대부분의 우리는 뭔가 더 성취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일 먼저 잠을 줄이고, 식사를 대충 때우고, 시간이 없기에 운동은 미룬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공은 단기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함과 장기간의 성취를 위해서는 휴식이 오히려 가장 좋은 전략이 된다. 휴식에 포함되는 영양 섭취, 운동, 관계 맺기가 심신의 유익을 가져와 오히려 생산성 향상에 기여함이 보고되었으며, 따라서 이는 전략적으로 우리의 일과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내가 ‘휴식도 전략이다’에서 실천한 것
- 일에서 벗어나기: 일과 관련된 모든 것 차단
- 온전히 쉴 것: 쉬는 동안 스마트폰, 전자기기 멀리하기, 머리 쓰는 일 하지 않기
-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갖기
시간은 고정적이지만 에너지는 유동적이다. 에너지는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시간을 더 잘 쓰기 위해서는 소진한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한 ‘회복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나는 하루 7시간 수면, 자연환경에서 만 보 걷기, 건강한 식사를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실천 중이다. 또한 일에만 치우쳐 소홀했던 가족과 소중한 친구들과 일부러 시간을 내서 통화해 안부를 묻기도 했다.
지난 주말에는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감이 몰려드는 조카를 실컷 보고 왔다. 생각만으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참 감동이자 축복이다. 이렇게 한 발 도약하기 위해 한 발 물러선 회복 시간이 ‘도움닫기’로 더 큰 성취에 기여한다. 무엇보다 이 시간을 통해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해진다.
마치며
결국 삶의 생산성을 높이는 비결은 자신이 설정한 나침반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삶의 의미와 목표를 고민해보고 삶의 잣대가 되어줄 나침판을 설정했다면, 유한한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이냐에 대한 고민과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삶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힘은 ‘집중력’과 ‘의도’이다. 스스로 삶에 대한 우선순위와 나의 하루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삶에 대한 통제권은 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반드시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의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가 지금의 나를 정의한다. 즉 앞으로 어떤 의도로 집중력 있게 생산성 있는 삶을 살아가냐에 따라, 얼마든지 앞으로 내가 원하는 나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Dandelion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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