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서 한 패션 렌탈 서비스의 광고를 마주친 이후로 며칠 내내 이 생각만 했습니다. 패션 렌탈 서비스에 대해서 열렬히 고민하다 보니, 글을 쓰기까지 이르렀네요. 그동안 전 패션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외쳤고, 실제로 그렇게 했어요. 충동구매는 절대로 자제하며,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사지 않고, 중고마켓을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이제 막 1년에 접어들었는데, 우리 회사는 드레스코드가 정해져 있어요. 비즈니스 캐주얼. 학교 다니면서 후드티와 청바지, 원색 원피스를 즐겨 입던 저와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어서 새 옷을 사야 했어요. 몇 벌만 사고 열심히 돌려 입었습니다. 추가적인 구입을 피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예쁜 옷에 돌아가는 눈은 여전했고, 다채로운 스타일을 항상 갈망하긴 해요. 돌려 입는 게 지겹긴 하잖아요, 슬프게도. 예쁜 옷은 어떻게 그렇게 넘쳐나는지… 그렇게 욕망을 잘 달래던 중, 한 패션 렌탈 서비스를 마주친 겁니다.
그동안 다양한 렌탈 서비스를 눈여겨봤지만 마음에 쏙 드는 옷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깊이 고민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마주친 서비스는 옷 스타일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정기적인 렌탈을 통해 다양한 스타일링도 하고 동시에 과소비도 막을 수 있을 테니, 저는 꿈에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여전히 많았어요. 정기적인 배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 지퍼백이나 비닐봉지, 박스와 같은 포장재 등 다른 환경적 영향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패션 렌탈 서비스는 정기 멤버십에 가입하면 1달에 두 번씩 총 여섯 벌의 옷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배송 기사가 방문하고, 한 달에 두 개의 박스와 여섯 개의 지퍼백 혹은 비닐봉지가 사용된다는 뜻이죠. 이게 과연 지속 가능할까요?
택배 배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
위 그래프는 스웨덴에서 의류 제품의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를 진행한 결과로, 단계별로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을 나타낸 자료입니다. LCA란 제품의 원재료 생산 단계에서부터 제조, 가공, 유통,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적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배송 단계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영향의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두 번째로 크죠.
대략적으로 한 제품을 온라인에서 한 번 배송시킬 때, 20kg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합니다[1]. 빠른 배송일 경우, 50kg까지도 올라간다고 하고요. 반면 리바이스(Levi’s)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직접 구입하고, 세탁하고, 입고 다녔을 때는 33.4kg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배송 한 번 했을 뿐인데, 입고 빨고 하는 것과 맞먹네요.
CJ대한통운에 따르면, 2019년 CJ대한통운을 통해 배송한 택배만 13억 개에 이르고, 패션의류 및 잡화는 28%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3억 6,400만 개 정도 되죠? 앞서 제시된 것처럼 한 제품당 20kg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가정하면 Cj대한통운에서 배송한 의류제품으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 해도 연 728만 톤에 이르네요.
일반 제품에서도 유통과 배송이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큰데, 렌탈 서비스에서도 이 부분이 전혀 해결되지 않습니다. 배송 주기에 선택지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걸리고요. 무조건 한 달에 두 번 방문하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달에 한 번으로 배송 주기를 늘릴 수 있도록 선택지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네요.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에 대해 고민하는 택배회사를 이용하는 등의 대안을 찾아볼 수도 있겠고요.
잦은 세탁
옷을 대여한다는 건, 하나의 옷을 많은 사람이 입는다는 것을 뜻하죠. 그만큼 소비자의 쾌적함을 위해서라도 옷을 자주 세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옷에 얼룩이나 오염이 없어도, 한번 나갔다 온 제품은 무조건 세탁을 한 후에 새로운 고객에게 대여해야 하죠. 그게 아니라면 누구나 불쾌할 거예요. 즉, 렌탈 서비스에 활용되는 옷은 가정에서보다 자주 세탁해야 하고, 세탁하는 데 드는 에너지, 그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유해물질 사용과 같은 환경적인 영향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에너지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
패션 렌탈 서비스는 세탁량이 가정용보다 훨씬 많겠죠. 그만큼 세탁기나 드라이클리너도 크고, 당연히 건조기도 사용할 거고요. 이 모든 시설을 가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는 가정용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클 거예요. 제가 알아본 렌탈 서비스에서는 고온 세탁, 살균 및 소독까지 약속합니다. 그런데 찬물세탁보다 고온세탁이 훨씬 에너지 사용량도 많고,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거든요.
30도에서 세탁하고 빨랫줄에서 건조했을 때는 0.6kg의 탄소만 배출한 반면, 60도에서 세탁한 후 건조기로 말린 경우엔 3.3kg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합니다[1]. 5배에 이르죠. 위생상 고온세탁이 어쩔 수 없고, 대량을 세탁해야 하는 만큼(얼마나 대량일지는 모르겠지만) 건조기가 편리하겠지만 환경적인 영향과 관련해서도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유해화학물질 사용
드라이클리닝으로 옷을 세탁할 경우에는 추가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시애틀의 유독성물질 전문가인 스티브 휘태커(Steve Whittaker)에 따르면, 무해한 드라이클리닝은 없다고 해요. 드라이클리닝은 물이 아닌 유기용제를 활용해서 세탁하는 건데, 이 유기용제가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경우가 많습니다. 솔벤트(solvent)와 퍼클렌(perchloroethylene; 퍼클로로에틸렌)이 대표적인 드라이클리닝 용제인데 솔벤트는 석유 기반, 퍼클렌은 염소 기반 용제예요. 솔벤트는 수질오염 및 대기오염과 관련이 있고, 퍼클렌은 인체에 유해합니다[1].
→ 스티브 휘태커는 습식세척(wet cleaning)이라는 더 지속 가능한 방식의 세탁을 제안합니다. 이 세탁방식은 물이랑 전기도 적게 사용한대요. 찾아보니 세제와 함께 물을 분사한 후 빨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해서 세탁하는 게 나오더라고요. 카펫이나 매트리스 세탁에 활용이 되는 방식인데, 스티브 아저씨가 말한 것과 일치하는지는 확실치 않네요.
르 토트(Le Tote)라는 미국의 의류 대여업체에서도 이 방식을 사용한다고는 하는데, 사이트 들어가 보니까 습식세척은 하지만 그다음에 94도가 넘는 스팀을 활용하는 세탁 과정을 또 거친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르 토트에서 인상적인 건 생분해가 가능한 세제를 사용하고, 에너지 사용을 43% 줄였고, 물 사용도 50% 줄였다고 말하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 업체도 온실가스 얼마나 줄일 수 있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면 좋겠더라고요.
포장재 낭비
제가 본 패션 렌탈 서비스의 경우엔, 한 달에 두 번 옷을 배송받습니다. 옷을 반납할 때 같은 박스를 활용하면 되겠지만, 그게 또 재사용될까요? 또, 옷은 하나하나 지퍼백이나 비닐로 포장되어서 오는 것 같더라고요. 이 포장 비닐은 어떨까요.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서 포장재 폐기물이 잔뜩 많아졌다는 소리 자주 듣잖아요. 2017년 데이터긴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연간 국내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 약 1,900만 톤 중 40%가 넘는 양이 포장재 폐기물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렌탈 서비스에서 사용한 포장재들이 바로 버려지지 않는다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택배 박스는 모아서 한꺼번에 재활용업체로 전달해 실질적인 재활용이 이루어지도록 한다거나, 지퍼백은 간단한 세척 후 재사용한다거나 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안심하고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론은
패션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환경적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패션 렌탈 서비스가 지속 가능한 선택에 속할 수 있는 건, 패션 산업에서 가장 큰 문제가 과잉생산과 과소비에 있기 때문입니다. 옷을 빌려서 입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많이 생산할 필요도, 많이 버릴 필요도 없을 테니까요. 만약, 10년, 20년 오랫동안 패션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단 한 벌의 옷도 구입하지 않는다면, 이대로도 충분히 지속 가능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지 않을까요?
충분히 대안을 찾아 나갈 수 있다는 것도 희망적입니다. 드라이클리닝보다 지속 가능한 세탁방식을 고민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박스나 지퍼백 등의 포장재도 재사용하는 등 얼마든지 환경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배송 관련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비자가 아주아주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 렌탈 서비스가 구입 욕구를 자극한다는 거예요. 요즘엔 잠시 사라진 풍경이지만, 마트에 가면 항상 시식코너가 있습니다. 이게 나눔 하는 게 아니죠. 한번 맛보고 맛있으면 더 먹고 싶어지거든요.
렌탈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빌려 입었다가 마음에 들면 소유하고 싶어집니다. 직접 구입하라고 열심히 유도합니다. 이렇게 사면 할인도 해주거든요. 지속 가능한 소비를 하기 위해 렌탈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오랫동안 대여만 하도록 뇌에 힘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 렌탈 서비스 이용할 거냐고요? 음, 일단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네요. 소수의 옷으로 돌려입는 게 베스트라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서요. 이전 글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데 7벌로 7일 버티기(7X7 remix), 10벌로 10일 버티기(10X10 remix) 등의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이 시도합니다. 의류와 잡화, 악세사리까지 3개월 동안 33개의 패션 아이템만 활용하는 ‘프로젝트 333’이라는 것도 있어요. 옷을 안 사는 게 가장 지속 가능한 방법이니까요.
만약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면, 패션에 대한 제 욕망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마음을 타협한 방향이 아닐까 싶네요. 다만 대여 및 배송 주기가 한 달로 늘어난다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원문: 오렌지망고의 브런치
참고
- Elizabeth Cline, How Sustainable Is Renting Your Clothes, Really?, Elle, 2019.10.22.
- Sandra Roos 외 3명, Environmental assessment of Swedish fashion consumption, Five garments – sustainable futures, 2015.6.
- Le Tote help center
- 김보경, 「포장의 환경성 높인 한국산업표준 8종 제정」, 국립환경과학원, 2018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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