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3위 플라스틱 폐기국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국내 플라스틱 생활 쓰레기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70% 증가했다. 시민들은 가장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로 무엇을 꼽을까?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28일 열린 ‘광화문1번가 열린소통포럼’에서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4월 7일부터 3주간 빠띠의 온라인 공론장 ‘타운홀’에서 진행한 사전토론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가장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로 ‘생산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플라스틱 소재를 남용하는 것’을, 가장 먼저 시행하고 싶은 관련 정책으로는 ‘플라스틱 대체재 개발 지원’을 꼽았다.
이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 1순위로는 ‘대체재 생산 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및 상품출시 금지’를, 생산을 줄이기 위한 정책 1순위로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를 선정했다.
광화문1번가 열린소통포럼은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상향식 정책제안 창구다. 매월 국민이 생활 속에서 발견한 문제를 중심으로 포럼 의제를 선정해 국민, 정부,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각 부처가 정책을 만들기 위해 검토한다.
지난해의 경우 총 13회의 포럼에 약 3000명의 국민이 참여했으며, 45개의 정책 제안이 발굴되고 이 중 37개가 수용됐다. 올해 1차 포럼은 지난달 ‘함께 만드는 슬기로운 일상 회복 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제2차 열린소통포럼의 주제는 ‘플라스틱 제로를 향한 첫걸음’이다. 탈플라스틱 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공론화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포럼에 나온 김영훈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이나 택배 등 비대면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 그 전해에 비해 약 20% 정도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부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가 ‘플라스틱 지구 속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2017년 8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61개 나라, 156군데 도시를 유랑했다. 공무원, 시민단체, 학자, 정치인 등을 인터뷰하면서 쓰레기 관련 현장을 다녔다. 귀국 후 그는 쓰레기 문제에 대한 현실을 담은 ‘쓰레기책(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을 출간했다. 이 대표는 세계 각국의 탈플라스틱 노력을 소개했다.
독일은 자원 회수를 위해 빈용기 보증금 액수를 높였고, 대만은 탈플라스틱 정책을 진행하고, 유럽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방안이 제출되고 있다.
다가오는 5월 30~31일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P4G(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 정상회의에서도 쓰레기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거라고 예상했다.
이어 국내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경제’를 여러 번 쓰는 ‘다회용 경제’로 바꾸고, 불가피하게 쓰인 일회용은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다시 쓸 수 있도록 순환 체계를 조성하고, 시민 대상 교육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분위기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이 분리배출을 제대로 못 해서 재활용 비율이 낮다는 인식이 퍼지면 안 된다”며 “기업 스스로 노력하고, 정부에서 규제·촉진하는 정책을 잘 펼치면 좋겠다”고 전했다. 분리수거장을 자원 수거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일회용 보증금 회수제를 확대하고,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는 허지현 클라블라우 대표가 ‘쓰레기 덕후가 보는 함께 만드는 쓰레기 없는 세상’을 발제했다. 허 대표는 자신을 ‘쓰레기 덕질 활동가’라고 칭했다. 어릴 때부터 버려진 물품을 갖고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다.
허 대표가 강조한 건 ‘개인의 행동’이다. 그는 과거 두유를 상자째 사 먹을 때 플라스틱 빨대가 거슬렸던 경험을 공유했다. 빨대가 달리지 않은 두유 종이팩을 찾을 수 없었다는 허 대표. 쓰지 않은 빨대를 모아 두유 회사에 반납하고, 빨대 없는 두유팩도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 그는 말했다.
내가 필요하지도 않은 빨대에 대한 값을 지불하면서 생산을 촉진하고, 지구 자원을 소모하고, 쓸데없는 쓰레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있었다.
두유팩에서 멈추지 않았다. 스팸 뚜껑을 반납했고, 요구르트 뚜껑도 반납했다. 이런 ‘반납하며 제안하기’ 운동은 널리 퍼져 지금은 다른 사람들도 참여하고 있다. 허 대표는 “함께 건의하자는 인식이 확산해, 결국 기업에서도 빨대 없는 유제품, 빨대 없는 컵커피, 뚜껑 없는 스팸 선물 세트 등을 출시했다”며 성과를 소개했다.
허 대표는 표현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도 크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걸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정부 정책이 산으로 가고 제품도 엉터리로 만들어진다”며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1인의 노력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사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눈치 보지 않고 반응해달라”고 덧붙였다.
원문: 이로운넷 / 작성: 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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