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요리사 주사부는 매주 일요일만 되면 세 딸을 위해 요리를 만든다. 살아 있는 오리를 잡아 손질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어 팽팽하게 만든다.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우고 오리에 여러 차례 소스를 바르면서 정성껏 굽는다. 잘 구워진 오리를 얇게 썰어 흐뭇한 표정으로 세 딸이 앉아 있는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이안 감독의 영화 ‘음식남녀’의 한 장면이다. 딸들을 사랑하는 주사부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요리, ‘북경 오리’를 만든다.
정성을 다해 하루 꼬박 요리해야 먹을 수 있는 북경 오리(베이징덕)는 껍질은 바삭하고 살코기는 촉촉하여 중국에서는 황제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미식가들이 즐겨 먹었던 최고의 음식이었다. 중국에서는 북경 오리를 ‘베이징카오야’라고 부른다. 카오야의 ‘카오’는 굽는 행위를, ‘야’는 오리를 뜻한다.
북경 오리는 북경(北京 베이징)이 아닌 남경(南京 난징) 사람들이 즐겨 먹던 요리였는데 명나라(1368~1644)가 수도를 남경에서 북경으로 옮기면서 음식 이름도 북경 오리로 바뀌었다. 명나라 때는 장작 구이로만 즐겨서 타버린 껍질은 먹지 않았다. 양념을 바르고 껍질을 바삭하게 굽는 지금의 조리법은 청나라(1616~1912) 때 개발된 방식으로 산둥(山東 산둥) 지역 요리사들이 껍질이 타지 않도록 소스를 발라 구운 것이 시초가 되었다. 북경 오리는 최고의 미식가로 유명한 서태후가 즐겨 먹으면서 당대 최고의 요리가 되었다.
북경 오리를 요리하려면 하루 이상이 소요된다. 껍질을 벗겨 손질한 오리는 오리 주둥이에 바람을 불어넣어 살과 껍질 사이에 층을 분리한다. 이후 물엿, 식초 등을 섞은 양념을 발라 하루 정도 벽에 걸어 건조한다. 그리고 약 200℃ 장작불에서 1시간 정도 오리를 고기를 굽는다. 뚜껑을 닫아 훈연 향이 잘 배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장작은 풍미를 위해 배나 대추나무 같은 과일나무 장작을 주로 사용한다.
잘 조리된 북경 오리는 붉은빛을 띄며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맛있게 먹는 법은 둥그런 밀전병에 얇게 썬 북경 오리 껍질을 올리고 파채와 오이채를 곁들여 특제 소스(춘장에 설탕 등을 넣은 것)에 찍어 먹으면 된다. 1864년 천안문 거리에 문을 연 ‘전취덕(취엔쥐더)’은 북경 오리의 대표 식당이다. 이외에 다둥, 볜이팡, 쓰지민푸 등도 유명하다.
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중국 최고의 음식! 최고의 요리사가 사랑한 마지막 음식 ‘북경 오리’ 맛집 BEST 5를 소개한다.
1. 중국 본토 스타일로 선보이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서울 유유안’
2017년부터 5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원스타에 이름을 올린 ‘포시즌스호텔서울 유유안’. 총괄셰프 쿠 콱 페이가 현지 레시피 기반으로 정통 광동 스타일의 요리를 선사한다.
매장 들어오는 입구에서 강렬한 비주얼을 뽐내는 ‘북경 오리’가 대표 메뉴다. 중국에서 공수한 전문 화덕으로 조리하여 짙은 갈색을 띠는 오리의 겉면이 입맛을 돋워준다.
눈앞에서 해체해주는 북경 오리의 첫 점은 샘플로 밀전병 쌈을 만들어 접시에 놓아준다. 야들야들한 밀전병에 먹기 좋게 자른 북경 오리가 만나 입안 가득 고소한 맛을 선사한다. 북경 오리와 다채로운 중식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11층
- 영업시간: 점심 11:30 – 14:30, 저녁 17:30 – 21:30
- 가격: 북경 오리 150,000원, 런치 딤섬 세트 70,000원
- 후기(식신 hp_070): 여기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북경 오리를 먹었는데 진짜 제대로입니다. 밀전병 퀄리티도 좋았고 오리고기가 정말 제대로였어요. 분위기가 고급스럽고 프라이빗 룸이 있어서 특별한 날 가면 기분이 더 살아나는 느낌이에요. ㅎㅎ
2.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서울 삼성동 ‘더라운드 삼성점’
‘더라운드 삼성점’은 ‘이닝’과 ‘JS가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정석 대표가 운영하는 모던 중식당이다. 원목 가구와 패브릭 소파를 적절히 배치한 매장 내부가 캐주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표 메뉴는 오리고기를 화덕에서 기름기 쪽 빼 가며 구운 ‘북경 오리’. 바사삭 씹히는 껍질과 사르르 녹는 듯한 살코기의 대조적인 식감의 조화가 돋보인다. 따스한 밀전병에 북경 오리와 오이, 파, 소스를 취향에 맞게 조합해 먹으면 된다. 밀전병은 끝까지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두 번에 나눠 제공하는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다양한 인기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는 코스 요리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식신TIP
- 위치: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648
- 영업시간: 점심 11:30 – 15:00, 저녁 17:30 – 22:00
- 가격: 북경 오리 85,000원, T 90,000원
- 후기(식신 88젊음행진): 코스 요리에 북경 오리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기본 코스로 시켰음에도 여러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 먹으면 완전 배불러요! 북경 오리는 바삭하게 씹히는 껍질이 포인트! 고기 자체가 맛있다 보니까 다른 양념 없이 고기만 먹어도 맛나요!
3. 전통 방식으로 짙은 풍미를 살린, 제주 ‘그랜드 하얏트 제주 차이나 하우스’
상해부터 사천, 광둥, 북경까지 중국 4대 진미로 불리는 지역의 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는 ‘그랜드 하얏트 제주 차이나 하우스’. 오픈 주방으로 되어 있는 주방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식사 전 기대감을 끌어 올려준다.
대표 메뉴 ‘북경 오리’는 오븐에 오리와 대추나무를 넣고 약 1시간가량 전통 로스팅 방식으로 조리한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 오븐 안에서 오리고기 속으로 기름과 장작 향이 은근하게 스며들어 짙은 풍미를 완성한다.
셰프가 직접 손질해주는 북경 오리는 껍질, 가슴살, 다리 살 등 부위마다 다른 식감과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북경 오리와 오리 뼈 곰탕, 생선찜, 돼지고기 튀김, 마라샹궈, 탄탄면, 디저트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북경 오리 세트’도 즐겨 찾는다.
식신TIP
- 위치: 제주 제주 노연로 12 3층
- 영업시간: 점심 11:30 – 15:00, 저녁 17:30 – 22:00, 월, 화요일 점심 휴무
- 가격: 북경 오리 130,000원, 북경 오리 세트(4인) 228,000원
- 후기(식신 슬로다운): 음식이 기본적으로 맛있었지만, 서비스가 너무 훌륭해서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곳이었어요. 가족 여행 가서 북경 오리 세트를 먹었는데 맛과 양 모두 흡족했어요. 북경 오리만 먹으면 살짝 아쉬울 수 있었는데 세트에 다른 음식이 이것저것 나와 푸짐하고 좋았습니다. ^^
4. 1930년대 상하이 감성에 취하는, 서울 회현 ‘팔레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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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드신’은 1930년대 화려했던 상하이를 모티브로 붉은 색감의 벽지와 가구로 꾸민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홍콩 유명 레스토랑 ‘Mott32’와 협업하여 꿀 소스 차슈 바비큐, 메추리알 트러플 샤오마이 등 Mott32의 시그니처 메뉴들을 함께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생후 42일의 오리를 뜨거운 바람으로 피하지방을 제거한 뒤 화덕에 구워 제공한다. 먹음직스럽게 손질한 북경 오리는 씹을수록 터져 나오는 고소한 풍미가 중독적인 맛을 자랑한다. 북경 오리를 이용한 매콤한 양념 볶음, 볶음밥, 레터스 랩, 야채탕면 등의 요리 메뉴도 별미다.
식신TIP
- 위치: 서울 중구 퇴계로 67 6층
- 영업시간: 점심 11:30 – 15:00, 저녁 17:30 – 22:00
- 가격: 북경 오리 130,000원, 크리스피 북경 오리 볶음밥 18,000원
- 후기(식신 내뽀뽀니뽀뽀): 외국 여행 온 듯한 이국적인 인테리어가 멋스러워요. 북경 오리는 등장하는 순간 비주얼에 한 번, 썰어서 맛보는 순간 마에 두 번 놀랍니다. 껍질은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맛이 팡팡 터져 나와요. ㅎㅎ
5. 전 세계를 사로잡은 미식, 인천 영종도 ‘임페리얼트레져’
싱가폴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은 중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임페리얼트레져’.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 기업 미국 HBA의 손길이 닿은 내부는 이국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대표 메뉴 ‘구운 북경 오리’는 제국시대 요리법으로 오리의 껍질은 바삭한 식감을, 속은 촉촉한 육즙을 최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처음엔 반지르르하게 광택이 도는 껍질을 설탕에 찍어 본연의 풍미를 고스란히 느껴 보길 권한다. 이후 살코기를 전병에 채소와 소스를 곁들여 풍성한 맛과 식감을 즐기면 된다.
북경 오리를 먹은 뒤 남은 고기로 탕, 볶음, 볶음밥, 튀김 등을 만들어주는 ‘남은 오리 요리’로 식사를 든든하게 마무리하기 좋다.
식신TIP
- 위치: 인천 중구 영종해안남로321번길 186
- 영업시간: 점심 12:00 – 15:00, 저녁 18:00 – 22:00
- 가격: 구운 북경 오리 160,000원, 남은 오리 요리 50,000원
- 후기(식신 꼬마공주95): 미슐랭 2스타를 받은 곳이더군요! 북경 오리 담아주는 그릇도 오리 모양이라 너무 귀염뽀짝해요. 처음에 껍질을 먼저 먹자마자 눈이 번쩍 떠지면서 북경 오리가 왜 비싼지 알겠더라구요. 지금까지 먹어본 오리 요리 중 정말 잊지 못할 맛이네요.
원문: 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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