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에어비앤비의 캐치프레이즈는 호텔이 아닌 가정집에서 여행을 경험하도록 부추겼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떠나기 힘든 상황이 되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우리 집에서도 세계의 가정집에 방문할 수 있다. 지금 바로 다른 나라의 가정집으로 떠날 3가지 방법을 엄선했다. 각 방법들은 ‘창문, 침실, 달러’ 키워드를 갖고 있다.
1. Window Swap: 가정집 ‘창문’ 밖 풍경.
출퇴근 버스에서는 창문 밖 풍경을 잘 보지 않는다. 작은 휴대폰 화면에 더 눈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을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조금이라도 더 창문에 가까운 자리를 찾는다. 지나가는 풍경의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싶다.
Window swap은 여러분을 세계 곳곳의 가정집 창문으로 초대한다. 클릭만 하면 여행지의 창문을 열 수 있다. 창문 밖의 일상적인 모습과 소리까지 더해지면, 정말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Open a new window somewhere in the world.
세계 어딘가의 창문을 열어봐.
Window swap이 ‘창문 모험가’를 맞이하는 문장이다. 드라마 〈도깨비〉 주인공이 문을 열어 공간을 이동하는 것처럼, 클릭만 하면 입국 절차 없이도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도착한 지역은 화면 오른쪽 상단에 표시된다. 하와이, 니스처럼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관광지를 만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풍경을 보는 게 가능한 걸까? 사실 이 사이트는 사람들이 직접 보낸 10분가량의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자신의 창문 밖 풍경을 촬영한 것이니만큼 일상적이면서도 그 나라의 정취를 듬뿍 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사용자도 늘어, 한국의 창문 밖 영상들도 많아졌다.
‘텔아비브’처럼 처음 들어보는 곳의 일상을 보는 것도 재밌다. ‘버뮤다 삼각지대’로 익숙했던 버뮤다의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바람과 파도 소리를 들으며 느낄 수 있다. 워싱턴 창문에서 햇볕을 쬐는 반려동물을 만날 수도 있다. 영국의 도로에서는 눈이 내린다. 썰매를 들고 동네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우리 동네 아이들 소리와 다르지 않다.
낯선 풍경이 단조롭게 펼쳐진다. 나만 어색할 뿐 그곳에선 늘 그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펼쳐진다. 이방인이 된 것 같은데, 정말 여행지에 도착해 창밖을 볼 때와 같은 질감이다.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해질 때면, 화면에 window swap을 띄워 놓자.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다. 우리 집 창문을 찍어도 그렇게 평화로울까? 그럴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여유와 평화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2. My room photo: 밀레니얼의 ‘침실’.
침실은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하는 공간이다. 손님이 머무는 거실, 주방과는 구분되는 개인적인 공간으로, 주인의 취향이 짙게 묻어난다. My room photo는 세계 곳곳의 침실로 우리를 초대한다. 침실에서 생활하는 주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침실을 구경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특히 My room photo에서 보게 되는 침실 사진은 평소 공간을 만나는 시각과 달리, 위에서 방의 전체 모습을 보는 조망할 수 있어 신선하다. 방마다 다른 색과 물건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침실에 놓아둔 물건들은 주인에 대한 많은 것을 말해준다. 프로파일러는 방에서 주인의 특징과 심리를 파악해 범인을 잡아내기도 한다. My room photo의 사진을 보며 그 주인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 사진작가가 진행했다. 직접 침실에 방문해 사진을 촬영했다. 침실에서 사진을 촬영하겠다는 제안을 의심 없이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제안을 받았다면, 큰 고민 없이 거절했을 것 같다.
실제로 사진을 촬영하는 95%의 시간이 설득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끔 치안이 확보되지 않는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에게 촬영 섭외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그는 6년간 프로젝트를 지속했고, 무려 55개국 1,000개 이상의 침실을 촬영했다.
그는 카메라를 침실 위에 설치하고, 침실 중앙에서 주인이 카메라를 응시하도록 했다. 사진 옆에는 침실 주인의 이름, 나이, 직장 등의 정보들을 기록했다.
사진에는 3가지 특징이 있다.
1. 침실 주인들의 나이
- 모두 밀레니얼 세대다. my room photo의 유일한 촬영 조건이었다.
2. 유사한 성비다.
- 작가는 의도적으로 성비가 균등하게 유지되도록 촬영했다.
3. 넓은 촬영 범위다.
- 전 세계의 모든 곳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도시와 시골, 유럽, 아프리카, 미국 아시아. 다양한 곳의 침실을 사진에 담았다.
이 특징을 살펴보다 보면,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세상 사람들에게 세상을 이해할 기회를 주고 싶다.
사진작가의 이름은 John Thackwray. 프랑스와 남아프리카 국적의 부모 아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두 나라를 오고 가며 보낸 경험의 영향일까. 그는 언제나 세계 인권과 발전에 관심이 많았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차이가 나타나는지 알고 싶었다. 그는 판단이 아닌 기록을 바탕으로 세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문맥을 만들고자 했다.
John Thackwra의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곳곳에서 전시회를 진행하고, 책도 출간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후기를 남겼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한 가지는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불평등과 무지는 인류의 주된 골칫거리다,. 사람들은 가난을 폭력과 혼동하고, 편안함과 행복을 혼동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상호 배타적이다.
가난한 나라들에서 더 많은 미소를 보았고, 선진국에서 우울한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3. Dollar street: ‘달러’로 재배치된 가정집의 모든 것.
세상의 모든 집을 모아 각 집의 수익에 맞춰 집 주소를 배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Dollar street에서는 전 세계의 가정을 하나의 골목에 모았다. 그리고 각 가정집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페이지에 접속하면 아래 이미지처럼 100개가량의 topic을 제공한다. 화장실을 선택하면 세계 곳곳의 가정집에서 촬영한 화장실을 볼 수 있다. 사진의 왼쪽 아래에는 그 집의 ‘달러'(수익)도 표기된다. Dollar street에서 달러로 표기되는 ‘월당 달러’는 가족 내 각 성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소비를 의미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들은 50개 국가의 265개 가정에 방문해 3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My room photo와 달리 다수의 사진작가가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가정집에 사진작가가 방문하면 다양한 주제(최대 135개)로 촬영한다. 참여한 사진작가들과 그들의 촬영 내역도 볼 수 있다.
손님으로 방문하는 집과 구성원으로 경험하는 집은 다르다. Dollar street은 후자에 더 가깝다. 앞서 소개한 2가지 방법이 가정집의 창문이나 침실에 포커스를 두었다면, Dollar street은 토탈 패키지다. 창문·침실은 물론 거실·부엌·화장실 등의 더 다양한 공간을 볼 수 있다.
공간이 끝이 아니다. 가정집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도 담겨있다. 손이나 이를 닦는 영상도 볼 수 있다. 화장실 이용하는 모습을 시연(?)한 영상도 있어 당황했다. 구성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과 같은 물건도 볼 수 있고,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을 인터뷰하는 영상도 있다.
Dollar street의 사진과 영상들을 보면 묘하게 불편한 지점이 있다. 위생이 걱정되는 낡은 식기, 화장실 등의 열약한 환경. 정리되지 않아 복잡한 집을 볼 때 특히 그렇다.
이런 모습은 손님으로 방문했을 때 마주하게 될 거라 기대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낯선 사람의 사회적 거리를 침범했다는 느낌 때문일까? 손님에게 보여주지 않을 물건이나 상황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 손님이 아닌 그 집의 구성원이 된 것 같아 조금 더 깊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한다.
Dollar street의 특징은 페이지 필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3가지 필터가 제공된다. 주제, 나라, 수익이다. 주제는 ‘가족’ 나라는 ‘한국’ 수익을 600달러 이상으로 필터링했을 때, 아래 이미지와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Dollar street는 안나 로슬링 뢴룬드가 기획했다. 그녀는 세계 가정집들을 하나의 거리, Dollar street에 모았다. 그 거리는 수입에 의해 집 주소가 정해진다. 가장 가난한 가정은 poorest 끝에 살고, 가장 부유한 가정은 다른 한쪽 끝인 richest에 위치한다. 그녀는 Dollar street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만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될 거라 기대했다.
뉴스나 다큐와 같은 콘텐츠는 다른 대륙에 사는 사람들의 이해하기 힘든 문화를 강조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문화 차이가 크다고 느낀다. 특정 나라에 대한 편견이 생기고, 이상하거나 무섭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의식주는 가정이 속한 국가보다 가정의 수익의 영향력이 컸다. 문화를 공유하는 같은 나라이지만, 수익이 다르면 전혀 다른 환경에서 하루를 보낸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차이보다, 한 달에 25달러를 쓰냐 2만 달러를 쓰느냐가 가정집의 모습을 좌우했다. 그녀는 TED에 출연해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통해 위치보다 강한 소득의 영향력을 증명했다.
이제 우린 세상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3가지의 방법을 알고 있다. 각 방법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여준다. 던져주는 메시지도 다르다. 우리의 기분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가볍게 여행을 떠나보자.
원문: 마인드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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