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략은 어쩌면 2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어디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가?
- 어떻게 경쟁을 해야 하는가?
애써 어디서, 어떻게 경쟁해야 할지 답을 찾았다 할지라도 부서 간 첨예한 이해관계와 불안으로 갈등이 격화되면서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어디에서, 어떻게’라는 본질적인 질문보다도 경영 전략에서 중요한 가치는 바로 ‘일관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략을 실행하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관성’이 필요하다. 일관성에는 기업 내부적으로 실행하고 고민할 수 있는 ‘내적 일관성’과 외부 환경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외적 일관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과연 그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전략의 내적 일관성은 회사 내부적으로 실행하고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이다. 개별적인 실행은 전체 큰 방향과 동일하게 진행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내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에 추구했던 가치나 방향과 타겟하려고 하는 시장을 일관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만약 비즈니스 모델을 ‘저가 전략’으로 수립한다면 구매, 마케팅, 영업 등의 활동 역시 ‘저가 전략’에 맞춰 진행이 돼야 하는 것이다. 이 ‘내적 일관성’은 말은 간단하고 쉽지만 유지하기가 무척 어렵다.
젊은 감각의 스포티한 멋을 추구하는 BMW는 동시에 고급스러운 자동차 이미지도 한껏 고수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외제차’ 이미지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이다.
BMW는 2010년 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가격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 고가 차량 위주로 출시하고 있지만, 놀라울 만큼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2~3천만 원의 가격대를 만들어 저가 차량 시장도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경우 내적 일관성이 깨진다. 전체 큰 방향은 ‘젊은 감각의 럭셔리함’으로 대중들에게 포지셔닝되어 있는데, 저가 라인업이 나오는 순간 ‘럭셔리함’이 흔들리는 것이다. ‘가격 정책’이라는 개별 Activity가 전체의 방향과 불일치하면서, 기존에 제공했던 가치나 이미지가 흔들린다. 이 경우에는 기존 브랜드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잘 짜인 전략일수록 Trade Off는 필수적이다
하나의 시장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다른 시장에서는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장 크기를 확대하기 위해 이쪽저쪽 모두 진입해 전략을 펼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다.
도요타는 ‘렉서스’라는 고가 모델을 만들어 새롭게 포지셔닝을 하였다. 도요타 자체의 전통적인 인프라와 브랜드 파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럭셔리 세단차는 그동안 고수했던 이미지와 상충되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일관성을 깨뜨리기보단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비단 차량 업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여행하면서 우연히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을 가게 되었다. 입구부터 이곳이 박물관인지 화장품 가게인지 헷갈릴 정도로 럭셔리하게 꾸며서 브랜드 정체성이 매우 두드러졌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곳에서 파는 화장품과 비누, 향수를 시장 가판대에서도 똑같이 판매하고 있다면? 럭셔리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아주 저가 라인업과 섞여 있다면 ? 아마 두드러진 특징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여러 시장을 모두 장악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만큼 다른 경쟁사가 모방할 수 있는 여지도 많아진다. 하지만 일관성을 추구해 특정 시장의 위치를 굳건하게 차지하게 된다면 그만큼 다른 시장의 경쟁자는 모방하기도, 따라잡기도 어려워지게 된다.
Trade off의 개념을 무시하고 여기저기 모두 욕심을 부려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순간 자칫 최종 고객에게 혼란을 끼치게 된다. 내부적으로는 비용, 생산, 마케팅 등 여러 활동들 역시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경영 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일관성’인 것이다. Trade Off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가정에서 얼마나 일관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가, 련의 활동들이 일관적으로 움직이느냐. 이게 바로 그 기업의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원문: 여행하는 기획자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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