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은 공화당 대통령입니다
위대한 미국 대통령을 떠올릴 때 1위는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인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모어산(Mount Rushmore)에 새겨진 대표적인 인기 대통령이자 ‘노예 해방’ ‘남북 전쟁’ 등으로 알려진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시만 해도 인종 차별은 극심했고 영화 ‘노예 12년’ 등에 나왔던 것처럼 인권 수준은 형편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북동부 도시를 중심으로 노예제 해방을 내세운 메시지는 상당히 진보적이었습니다. 현재 정치에서 말하는 진보와는 격이 다른 수준이었죠.
이런 링컨 대통령의 정당은 공화당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레이건, 부시 부자, 트럼프로 이어지는 최근 공화당을 생각해보면 링컨이 그들의 선배 대통령인 게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보수적 정치 성향을 보이는 현재 공화당과 링컨의 공화당은 전혀 다른 공화당이기 때문이죠. 메시지만 말이죠.
링컨 시절 공화당은 오늘날 공화당과 물리적으로 같은 당입니다. 하지만 중간에 정치철학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링컨 이후 공화당은 남북 전쟁의 승리로 인해 한동안 정권을 잡았지만 경제 실패 등으로 점점 입지를 잃어갔습니다. 사실 남부 전쟁에서 노예제를 찬성했던 패배 세력인 민주당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오랜 시간 뒤에 주어진 셈이죠. 그 정점에 대공황이 있었고, 뉴딜 정책이 있었습니다.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뉴딜 정책으로 많은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남북 전쟁 때부터 민주당 지지 세력이었던 남부 지역 유권자와 함께 오늘날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불리는 흑인, 도시 노동자, 히스패닉 등이 뉴딜 정책으로 새롭게 민주당 편이 되었습니다. 공화당으로서는 지지기반을 잃은 셈이죠.
이런 공화당에게도 지지 기반을 재정립할 기회는 찾아왔습니다. 오랜 시간 후 민주당이 흑인 인권을 위해 정책 노선을 바꾸고 법령을 제정하면서 기존 지지 세력인 남부 지역에서 반발을 사게 된 것입니다. 당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인권에 대한 가치를 미룰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생각했고, 결국 과거 노예제 찬성에 앞장섰던 정당이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정당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공화당은 정반대로 행동했습니다. 한때 적군이었던 남부 지역에 보수적 정치색으로 무장하고 진출해 케네디 대통령 이후 남부를 지지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공화당의 지지세력과 민주당의 지지세력은 이렇게 계속 존재하지 않았고 시대의 메시지에 의해 바뀌어 왔습니다. 노예 해방, 대공황, 인권 운동 등 사회의 큰 메시지 앞에서 정당은 시대 정신과 함께 자신을 지지할 층을 선점하고 뒤집는 활동을 거쳤습니다.
지지기반을 살피는 눈
정치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는 냉엄한 실적 평가를 받습니다. 한 정치인이 오랜 기간 뉴스에 나오는 것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유권자 일부의 마음을 얻었다는 증거입니다. 철저히 표를 얻기 위해 행동하기에 이들은 사실 기업의 마케터보다 더 고객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히려 브랜드가 이들을 배워야 할 정도죠.
앞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지지기반이 되는 유권자가 있음에도 시대적 메시지를 선점하는 것으로 이슈를 잡는 것을 보았습니다. 기존 지지기반이 싫어하더라도 향후 더 많은 표를 줄 수 있다고 믿으면 정책으로 그들의 마음을 얻습니다. 뉴딜 동맹의 한 축으로 노동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민주당은 이후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하면서 계속 증가하는 미국 내 유색인종의 지지를 지금까지 얻었습니다.
인구 구조가 변해가면서 민주당은 더 탄탄한 지지기반을 유지했습니다. 시대의 사명을 결과적으로 자신의 표로 돌리는 데 성공한 듯합니다. 인구 통계학에 따라 정당 지지율을 분석한 2018년 중간선거 분석 자료를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의 확고한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 대통령이 된 도널드 트럼프도 지지기반을 살피는 눈으로 공화당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합니다. 러스트 벨트의 소외된 백인 저소득 유권자의 표를 얻고 미국 내 일자리를 강화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지지층을 찾아 어렵게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경제와 인권이라는 역대 대통령 키워드를 현재 소외되어 있던 지지층을 찾아 자신의 편을 만들어서 기존 지지층에 표를 더한 셈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처럼 항상 시장을 바라보고 누가 내 편이 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특히 브랜딩이 망가져 있는 상황이라면 어느 고객층의 니즈가 현재 해결되지 않은 채 오래됐는지 아는 게 브랜드를 되살리는 출발점이 됩니다. 쓰기 싫은데 억지로 다른 것을 쓰거나 아예 쓰지 않아 불만이 있는 고객이 있다는 것이죠. 자신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그들은 로열티 있는 고객이 될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역사가 말해줍니다.
하지만 고객은 말하지 않는다
고객의 불만은 찾기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고객 불만을 찾아 해결한다고 해도 실적에 도움이 크게 되지 않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고객 상담 전화 녹음한 내용을 분석하거나 상품평을 분석하는 것이 최근에 각광받는 대안이지만 이는 너무나 당연하고 미시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품질이 불량하거나 배송이 늦는 것은 브랜딩을 떠나 누구나 좋아하지 않는, 기본이 안 된 활동이기 때문이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바로 잡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이것을 한다고 누가 손뼉 쳐 주거나 없던 고객이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많은 기업은 고객 불만 해결을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과 시장에서 해결해 주지 못하는 고객 니즈를 구분해서 경영 활동에 대입시키지 못합니다.
더 크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런 고객 니즈는 찾을 수 없습니다. 고객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야기하지 시장 내에서 이 브랜드의 안위까지 생각할 아량과 여유가 없습니다. 고객에게 물어서 뭔가를 개선한다는 생각은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쓸모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른다. 따라서 시장조사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말보다 고객 자체입니다. 고객이 어떻게 변해간다는 문화적인 나의 관찰이죠. 미국 대통령 당선 전략을 생각해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향후 어떤 문화적 인구학적인 고객층이 뜨나요? 누가 그 고객들에게 주목하나요? 주목하는 브랜드가 없다면 내가 먼저 그들에게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최초 각인되고 충성도를 높이는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복잡한 한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
나이키는 메시지를 잘 던지기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박나래 씨가 모델을 한다든가, 얼마 전 심석희 선수가 모델을 할 때 많은 사람이 나이키의 캠페인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제 여러 가치관에 복잡해져 가고, 변화 중입니다. 나이키는 그 변화를 읽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미국 민주당처럼 이슈 앞에서 먼저 깃발을 걸고 앞에 선 것이죠.
굳이 이렇게 먼저 복잡하게 시대를 안 읽어도 유니클로 불매 사태 때 신성통상 탑텐이 보여 준 광고 정도만 해도 단기간에 이슈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대응이 빨라야 하고 단기간 이슈에서 만들어진 단기간의 메시지에 그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자라는 고객을 알자는 것이죠.
CRM은 오랜 시간 기업의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들인 돈에 비해 이렇다 할 효과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많은 기업이 말하는 이유죠. CRM이 단순히 쿠폰 뿌리고 고객 더 찾아오게 만드는 효율성의 싸움이 아니라 사회의 고객층을 더 면밀하게 보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물론 그럴만한 데이터나 데이터의 조합은 이제 태동하는 시기입니다. 어떤 고객이 유입되고 어떤 고객으로 정체되어 있는지 아는 게 브랜딩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단순히 상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내가 잘하는 ‘I’ 메시지를 벗어나지 못하죠.
그렇지만 우리는 일을 끝내고 집에 와서 소파에 앉으면 고객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압니다. 책 『90년생이 온다』를 읽는 것도 좋지만 생각해보면 사회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성과 관련된 복잡한 사회 문화, 다인종 국가로 변해가는 한국 사회, 개인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가치 변화, 아예 새로운 직업관을 찾는 사람들.
우리는 여전히 기성 브랜드가 보지 않으려고 하는 고객을 알지만 메시지로 연결해서 선점하지 못합니다. 기능적으로 그런 O2O 서비스를 만들고 그런 많은 서비스 중 하나가 되어버리는 것에 그치는 것도 많죠. 메시지를 선점해서 뾰족한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닌 뾰족한 고객을 먼저 찾아내는 게 먼저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어차피 비슷비슷한 상품을 만드는 산업에서 어떻게 더 나은 상품을 만들지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다른 메시지를 던져서 어떤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들까를 고민하는 게 단기적으로 기업에 더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남이 쓴 메시지를 내가 다시 쓸 때, 얼마나 파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는 생각해보고 동참하거나 추월하는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원문: Peter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