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밝은 새해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을 때, 지나간 한해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회사에서 회계결산을 준비하시는 분들과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공인회계사들입니다.
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회계감사 없는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데요, 국내 스타트업계에서는 많은 투자를 받은 기업이 늘어나면서, 올해 처음으로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의 경우, 꼼꼼한 회계담당자만 있으면 회계감사는 사실 크게 두려운 이벤트가 아닙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처음이 어렵듯이, 처음 회계감사를 받는 분들은 상당히 낯설고 가끔은 두려운 상황이 있을 텐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처음 회계감사(=초도감사)를 받는 기업을 위한 회계 이슈 Check list!
회계주의: 전문 회계 개념이 포함되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초도감사를 받는 기업에게는 아주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적사항이기 때문에 회계, 재무 담당자라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상장회사가 적용하는 K-IFRS회계기준이 아닌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목차
- 매출액 관련 오류
- 채권과 채무의 거래처별 집계 오류
- 매출채권의 대손 등 자산의 평가
- 재고자산과 매출원가 관련 오류
- 유무형자산 감가상각비 오류 및 누락
- 개발비의 존재
- 정부지원금의 수익인식
- 인건비 관련 오류 (퇴직급여, 연차관리, 연구개발비)
1. 매출액 관련 오류
회계감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회계이슈 중에 가장 중요하고 빈번하게 논의되는 것이 바로 매출액입니다. 매출액이 기업의 근간이기도 하고, 매출액에 대한 회계기준 해석이 달라져 수정사항이 발생하면 재무제표에 가장 큰 임팩트가 발생하는 것이 매출액입니다. 매출액 관련하여 두 가지 이슈가 있는데요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수익인시시점 오류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회사들은 매출액을 인식할 때 부가가치세(VAT)를 기준으로 인식합니다. 세무신고에 용이하기 때문인데요, VAT기준이란 세금계산서가 발행된, 즉 고객에게 결제를 청구한 시점(결제 시점)에 매출액이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품 판매의 경우 고객에게 인도된 시점에 매출액이 되어야 합니다. 결제 시점이나 인도 시점이나 같은 말 아니냐 싶겠지만, 실무적으로는 물건을 이미 전달했지만 결제 요청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존재합니다.
그리고 서비스 매출의 경우 진행 경과 시점에 매출이 되어야 하는데요, 예를 들면 고객이 209년 12월 1일에 1년 치 서비스(ex. 음악 감상, 강의 수강, 서비스 이용 등)를 가입하고 120원을 지급했다면, 해당 기업의 2019년 매출액은 10원이고, 2020년 매출은 110원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VAT기준으로 한다면 2019년 매출액은 결제금액인 120원이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이 세무기준과 회계기준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오는 오류가 회계감사에서는 많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2) 매출액 총액/순액 오류
최근 플랫폼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 참 많습니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주는 중개 서비스인데요, 회계에서는 중개 서비스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만큼만 매출액으로 인식하도록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최대한 매출액을 크게 표시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많은 기업들이 수수료 금액이 아닌 거래금액 총액을 매출액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반기업회계기준 16장 수익의 실무지침 19를 꼼꼼하게 읽어보고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일반기업 회계기준 16장 다운로드 링크)
2. 채권과 채무의 거래처별 집계 오류
기업은 다양한 거래처에게 받을 돈(채권)과 줄 돈(채무)이 존재하는데요. 기업 간 거래 시 일반적으로 정식 서류(구매요청서 등)로 오퍼를 한 후에 거래가 이루어지지만 소규모인 경우 간단한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때그때 관리 안 하면 증빙이 다 없어지죠.
최소한 연말에는 거래처별로 언제 매출이 발생했고, 언제 수금이 되어 남은 채권이 얼마인지 집계되어야 하는데요. 소규모 기업의 경우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1~2년 정도 흐르면 각 거래처별로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하고 얼마를 줘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결국 받아야 할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주지 않아도 되는 돈을 지급하는 금전적 손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세무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채권/채무 관리가 안 되면 관련 직원에 의한 불법적인 사건(횡령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기죠. 깨진 항아리처럼 돈이 줄줄 새는 것입니다. 그래서 채권/채무는 기업이 작을 때부터 철저히 해야 합니다.
3.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평가
위와 같이 거래처별로 채권이 집계되면, 거래처별 최종 거래일이 언제인지 파악이 됩니다. 그게 왜 중요하냐 하면… 최종 거래일 후 오랫동안 회수되지 못한 채권은 결국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최종 거래일 이후 1년이 경과하였는데 그동안 그 거래처와 아무런 거래가 없었다면, 거의 대부분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렇게 되면 관련 채권 금액은 0원으로 만들고 손실(대손상각비)을 인식하게 되는데요. 이런 회계처리를 누락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재고자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을 만들었는데 기간이 상당히 경과해서 못 팔게 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원가보다 싸게 처분해야 하는 경우 그 손해액을 미리 회계상 손실로 인식해야 합니다.
4. 재고자산과 매출원가 관련 오류
상품 또는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경우 재고자산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관련 손익(매출원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소규모기업의 경우 재고자산수불부(재고자산의 흐름을 기록한 표)를 관리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요. 아래와 같은 형식의 표가 필요합니다.
위와 같은 표를 만들어 그날그날 입고와 출고 수량 및 금액을 기재하고, 연말에 재고 실사를 했을 때 수량이 딱 맞는다면? 기본적으로 재고관리를 잘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움직이는 재고자산의 물량을 잘 기록하여 관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표가 없거나, 있더라도 오류가 상당히 많은 상태로 관리된다면, 재무제표에 심각한 오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5. 유무형자산 감가상각비 오류 및 누락
소규모기업의 경우 세무대리인 등에게 외부기장을 맡겨 결산을 하는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가출혈경쟁이 심각한 국내 외부기장 업체들의 특성상 높은 퀄리티의 회계결산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잘 틀리는 항목이 유형자산(건물, 자동차 등) 및 무형자산(상표권, 소프트웨어 등)의 감가상각비인데요. 상각방법, 내용연수, 기중취득자산에 대한 월할 계산 등 놓치는 개념들이 많아 오류로 계산되거나 아예 계산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다행히 이것들은 엑셀로 다시 한번 재계산을 해봄으로써 간단하게 수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수년간 오류가 누적되어 왔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6. 개발비의 존재
제목이 특이하죠. 다른 메뉴들은 ‘~~ 오류’라고 되어있는데 6번은 개발비의 ‘존재’라고 적었습니다. 즉 개발비는 존재 자체가 오류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도의 기술개발을 통해 사업을 하는 IT나 생명공학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고학력의 인재들에게 수년간 월급을 줘야 하기 때문인데요.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도 아직 본격적으로 발생이 안 되었는데 연구실 비용으로 몇억씩 들어가 재무제표가 망가지는 것이 괴로워, 연구비를 비용 처리하지 않고 개발비라는 이름으로 자산화(이름은 개발’비’ 지만 회계상 자산 항목입니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계 기준상 연구라는 것은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로 구분됩니다. 기초기술에 대한 연구가 완료되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단계인 개발단계에서 발생한 지출만 자산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개발된 기술이 판매되거나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야 하고, 어떻게 그 기술로 어떻게 경제적인 효익(benefit)을 창출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매우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이 이러한 정보들을 제시할 수 있기는 어렵기 때문에, 개발비의 금액이 ‘존재’한다면 회계감사에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일반기업회계기준 11장의 17~22문단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다운로드)
7. 정부지원금의 수익 인식
기술개발을 하는 기업의 경우 정부지원금을 얻는 경우가 많은데요, 대부분의 경우 이 지원금을 받았을 때 수익(매출 또는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정부지원금은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비(급여)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 많은데요, 그러한 경우 회계상 수익이 아닌 급여(또는 연구개발비)의 차감항목으로 표시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특정자산(연구시설이나 설비 등)을 취득하기 위해 받은 정부지원금의 경우에도 특정 자산의 취득원가에 차감하여 표시하는 것이 맞습니다.
8. 인건비 관련 오류 (퇴직급여, 연차 관리, 연구개발비)
고정적으로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1년을 근무하면 퇴직급여를 계산해야 하는데요, 이 부분을 누락하거나 계산에 오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연차휴가의 경우, 금전적으로 휴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회계상 부채의 설정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져서 생략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연차휴가 관리대장(임직원별 연차휴가의 발생, 사용, 잔여일수 관리 파일)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실 인력에 대한 급여는 회계상 급여가 아닌 별도의 계정(연구개발비)으로 구분하여 회계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세액공제 신청하기에도 용이하고 외부정보이용자에게 좋은 시그널을 주기도 합니다.
정리하며
이 외에도 회계감사에서는 수많은 회계 이슈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위 사항들에 대해 사전에 체크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 평소에 관리를 잘해둔다면, 초기기업의 회계감사에서 큰 문제가 되는 이슈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한 가지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회계감사라는 것이 회사를 괴롭게 하거나 지적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회계 정보 및 관리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업무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초기기업일수록 회계감사 기간 중 발견되는 이슈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신다면, 앞으로 더욱 단단한 회사로 발전하게 해주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원문: 이재용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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