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는 ‘비즈니스의 언어’로 불린다. 국제회계기준으로 통합되면서 비즈니스 공용어인 영어같은 역할이라고도 한다. 영어도 알면 무척 도움되지만, 사실 필요한 사람에게 유용한 것이다. 좋다고 모두가 알도록 강요할 순 없다. 회계 역시 마찬가지다.
혹자는 회계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회계를 알면 돈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회계를 알면 손해를 피할 수 있다”가 더 적합하다. 대표적으로 개인투자자, 구직자·이직자, 중간관리자, 기자에게 회계감각이 필요하다.
회계는 개인보다는 거대한 조직에서 효과적이고 객관적인 재무정보로 재탄생할 때 유용하다. 그 조직은 아마 기업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당신이 기업의 이해관계자거나 새롭게 기업 이해관계자가 되려는 순간, 회계는 가장 필요하다. 회사 대표나 오래 다닌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기업이 공개하는 재무정보는 유일한 객관적 자료다.
그래서 꼽은 네 명이 개인투자자, 구직자·이직자, 중간관리자, 기자다. 이들도 회계를 배우려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왜 그래야 하는지 근거가 약하다.
1. 투자자: 숫자를 보지 않고 투자한다고?
혹시 주식투자를 해본 적 있는가? 한국에서 자랑할 때 흔히 “주식투자 내 앞에서 말도 마라! 나 상폐 세 번 이상 당했어.”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실 한국 주식시장이 비논리적인 경우는 많다. ‘비타500’에 3천만 원 담아서 로비자금을 전달했다는 뉴스에 광동제약 주가가 뜬다. 또는 곧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될 회사 주가가 반등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개인 주식투자자는 2천5백만에 달하며,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9%다. 이들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와 뉴스,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듣고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들어가 투자 회사의 감사보고서, 재무제표를 쳐다보는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볼 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봐도 모르는데… ” 같은 체념이 아니라면, 스스로 내린 투자판단을 맹신하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누군가는 숫자를 보고 투자하며, 회계정보 숫자 뒤에 숨은 뜻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주식투자는 지금의 가치가 아니다. ‘기업가치 + 미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물론, 회계 숫자가 이를 완벽하게 설명하거나 예측해 주지는 못한다. 다만 현실을 검토하는 데 가장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있다. 내 돈을 직접 투자하는데 회계정보를 등한시한다는 건 무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2. 구직자·이직자: 회사를 연봉만으로 결정하면 X된다
취직, 또는 직장이라는 인생의 큰 결정을 해야 할 구직자·이직자도 회계감각이 있으면 좋다. 대부분 구직과 이직 과정에서 기업 회계정보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첫 직장이 가진 꼬리표가 앞으로 사회생활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요모조모 꼼꼼히 살펴야 한다. 회계정보는 해당 기업에 응시할 때 관여되는 무수한 주관적인 정보 속에서 유일하게 객관성을 가진 지표기 때문이다.
지금의 현실은 회사 재무 정보에 대해서는 잘 알아보지 않고 그냥 지원하거나 회사를 옮긴다. 회사의 재무 정보는 ‘알아서 나쁠 게 없는’ 수준의 중요성이 아니다. 사실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체크 포인트다. 투자하거나 자신의 일터를 결정지을, 어쩌면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 아닌가.
3. 중간관리자: 회계는 경영자의 것만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관리자 직책을 맡는다. 꼭 경영자만 회계정보를 갖고 회사를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조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회사는 내가 속한 팀 인건비와 우리가 계획한 신규사업의 성과 등 무언가 측정한 보고서를 매년, 매달 요구한다. 이럴 때 회사 전체의 재무상황을 참고하거나 경쟁사와 비교할 줄 안다면 사장님께 사랑받는 팀장이 된다.
그런데 의외로 중간관리자가 되어도 재무정보 활용에 문외한인 경우가 많다. 간단한 회계처리조차도 알지 못하면서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왕왕 있다. 이들은 직급은 높아 일일이 물어볼 수는 없지만, 회계감각 없는 스스로가 부끄러운 중간관리자다. 게다가 직책이 올라갈수록 회사에 이익을 가져올 새로운 사업계획서를 내야 한다. 그 바탕에는 소속 부서를 넘어 회사 전체를 포괄해 볼 수 있는 회계적 눈이 필요하다.
4. 기자: 재무제표를 모르는 기사는 겉핥기다
기사에서도 경제 섹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어떻고, 포스코의 이익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등이다. 반드시 경제지가 아니더라도 기업은 항상 신문의 주어다. 우리나라 언론사는 ‘나와바리’라고 해서 해당 산업별, 또는 기업별 출입기자제도를 운영한다. 특히 산업부 기자는 자기 출입처 기업 홍보팀으로부터 보도자료를 받고, 그 내용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한다.
기업기사를 쓸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게 해당 회사의 재무 정보다. 정 안되면 볼 줄 아는 사람에게 물어서 이해할 수준은 돼야 한다. 만약 영업이익, 매출액 정도만 아는 수준이라면 주는 보도자료를 소화하는 정도에 그친다. 회계감각이 있는 기자는 더 분석적인 기사를 쓰고, 자신의 기사에 더 풍부한 근거지표를 내세울 수 있다.
결론: 이제 회계는 우리 시대의 교양이다
구직자·이직자, 투자자는 직접적으로 기업과 인연을 맺을 때 회계정보가 도움을 준다. 중간관리자와 기자는 어떤 형식으로든 해당 회사를 기술할 때 판단근거와 자료로써 회계정보가 필요하다. 단 회계는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활용된다. 아무리 죽어라 영어를 공부했어도 실전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한다. 회계를 배우기 전에 써먹을 데를 먼저 생각해 보는 편이 좋다.
보너스: 안 되면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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