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시작하는 당신은 이 시장에서 가장 나약한 자다. 취업을 이미 시작한 취업준비생들보다 정보도 경험도 없다. 어쩌면 자본도 없을지 모른다. 그까짓 자소서나 쓰고 NCS 문제집이나 풀고 면접 준비만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 당신의 계획은 막연하기 짝이 없다.
시작하는 취준생들을 위해, 나는 오늘 당신의 ‘항수’가 아닌 당신의 ‘변수’에 시선을 옮기고 싶다. 오직 당신만이 바꿀 수 있는 변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취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준비해야 할 4가지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1. 취업 유튜브, 취업박람회, 교내 취업센터, 지역시 취업센터 등을 신뢰하라.
A. 교내 취업센터를 이용하라
나는 취업을 준비할 때 교내 취업센터에서 상담받지 않았다. 취업센터 실적이 걸려 있어 학생들을 엄한 곳에 집어넣으려 한다는 소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스펙이 너무 보잘것없어 괜히 상처만 입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말하듯 항수에 집착해서는 취업에 성공할 수 없다. 바꿀 수 없는 건 철저하게 포기하고 바꿀 수 있는 ‘변수’에 목숨을 걸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학교가 지나치게 멀다거나 코로나 19가 걱정된다거나 교내 취업센터 상담 대기 인원 수가 지나치게 많지 않다면 교내 취업센터를 꼭 이용하라. 그게 내 상처가 되건 나를 엉뚱한 기업에 팔아먹으려 하건 상관없다. 훈련 중에 받는 상처는 괜찮다. 그게 왜 상처가 됐는지 왜 나를 그런 엉망인 기업에 팔아먹으려 하는지 파악하라. 그리고 전쟁에서의 치명상을 피하라.
B. 취업 유튜브를 열혈 시청하라.
- 채널 ‘인싸담당자’
- 채널 ‘면접왕 이형’
내가 추천하는 취업 유튜버 두 명이다. 교내 취업센터나 지역 시 취업센터를 이용하기 어렵다면 이 두 채널을 비롯한 다양한 취업 유튜버 채널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가볍게 보는 것도 좋다. 아, 자소서는 이렇게 쓰는구나. 면접은 이렇게 준비하는구나 감만 익혀도 된다. 그다음에는 특정 자소서 문항에 대한 분석을 이렇게 하는구나, 이 자소서 문항은 내 이러이러한 역량을 검증하고 있구나, 마스터 자소서라는 게 있구나, 기업분석이나 산업분석은 이렇게 하는구나, 1분 자기소개는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면접이 이렇게 진행되는 건 내가 이렇게 답했기 때문이구나 등등 세부적으로 파악하면 된다.
취업 유튜버가 진행하는 커리큘럼대로 진행할 필요는 없다. 그냥 내가 필요할 때 필요한 영상을 시청해도 된다. 어찌어찌 자소서에 합격했다면, 굳이 자소서 영상을 볼 필요 없다. NCS 영상으로 넘어갔다가 다른 기업을 준비할 때 막히는 자소서 문항이 있으면 다시 취업 유튜버 채널로 들어가서 해당 영상을 시청하면 된다.
필자는 취업 유튜버 채널을 수시로 봐서 감을 익혔다. 요새는 취업 유튜버분들이 설명도 엄청나게 잘하시고 도움 되는 강의나 프로그램과 연계도 잘해주시기 때문에 굳이 취업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필자도 ‘인싸담당자’ 채널을 보다가 Hunet에서 주관하는 ‘행복한 취업학교’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거기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취준생들과 취업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고. 뛰어난 강사님들의 강의를 들었다.
그러니 이 두 분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취업 유튜브 채널이 있다면 그 채널을 충분히 활용해보자. 연계된 강의나 취업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쟁취해서 내 밑천으로 삼자.
c. 취업박람회, 지역 시 취업 센터 등을 활용하자.
검색해보니 코로나 19로 취업박람회가 많이 열리진 않는 듯하다. 그마저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채널로 열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도 만약 취업 박람회가 열린다면 거리가 좀 있어도 방문하는 게 좋다. 내가 지원할 때는 취업 박람회에서 여러 은행사가 현장 면접을 진행했고, 거기서 특정 요건이 충족되면 취업 시 다양한 어드벤티지를 줬다. 그건 차처하더라도, 거기서 만난 취업 담당자와 나누는 얘기가 앞으로 취업 준비를 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잡아바’에서 하는 자기소개서 컨설팅도 적극적으로 이용해보자. 사실 친한 친구라도 자기소개서를 보여주는 건 부끄럽다. 지적받으면 괜히 기분도 나쁘다. 그런데 나라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컨설턴트 업무를 하시는 분께 조언을 받으면 어떨까? 주변 지인에게 첨삭받는 것만큼, 어쩌면 그것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역에 있는 취업센터와 무료로 하는 취업 프로그램도 활용하면 좋다.
d) 기타 취업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들
필자는 결국 하지 못했지만 취업 준비 자금에 도움을 주는 취업성공패키지, 혹은 ‘잡아바’에서 경기도 또는 지역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도 활용해 보자.
2. 다른 건 몰라도 어학성적은 달성하고 시작하자
취업 스펙 중에 뭐가 제일 중요하냐 묻는다면, 나는 학점과 어학성적을 뽑는다. 자격증은 없어도 지원을 못 하진 않는다. 하지만 학점과 어학성적은 없을 때 ‘지원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다.
2021년 4월 4일 기준 채용을 진행 중인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관광공사, 기아자동차는 모두 어학 성적을 지원 조건으로 두고 있다. 토익, 토스, OPIc, TEPS 등 다양한 어학 시험 기준이 있으니 최소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은 넘고자 노력하자. 본격적으로 취업에 돌입하면 자소서만 써도 하루가 바쁘다. 거기에 특정 기업에 합격하면 그 기업의 NCS나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어학성적은 최소 기준을 설정하고 꼭, 그 점수는 달성하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돌입하도록 하자.
요새는 토익과 같은 문제형 시험뿐 아니라 토익 스피킹 같은 스피킹 시험을 보는 기업도 많아졌다. 필자는 토익 라이팅도 봤는데(쳐주는 곳은 많이 없는 듯 하다.) 그냥 토익, 토스 혹은 OPIc 중 하나씩 최소 기준을 설정해서 달성해 놓자. 이를테면 토익 700점, 토스 LV6 같은 식으로 말이다.
3. 마스터 자소서를 작성하자
취업 준비할 때 썼던 ‘경험 정리 표’를 한참 찾았는데도 마땅한 게 없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제일 가까운 게 무한도전 인생그래프였다. 여러 조언과 분석을 들은 결과,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마스터 자소서’였다.
기본 전제는 이렇다. 최종 합격률은 높일 수 없다. 그렇다면 지원을 많이 해서 합격 수 자체를 높여야 한다. 100곳에 지원해서 10% 합격하면 10곳이지만, 10곳에 지원한다면 1곳이다. 자소서에 문항이 아무리 많아도 나오는 게 또 나온다. 물어보는 역량도 비슷하다. 그러니 해당 부류에 맞는 자소서를 만들어 놓으면 더 많은 기업에 지원할 수 있다. 그래야 더 많은 기업에 합격할 수 있다. 그러니 ‘마스터 자소서’는 중요하고, 그걸 쓰기 전 해야 할 일이 ‘경험 정리’다.
내가 얼마나 훌륭한 인재인가 증명하기 위한 방법은 정말 많다. 전문 자격증을 취득할 수도 있고, 창업에 성공해볼 수도 있고, 각종 대회에서 1등 수상을 할 수도 있다. 필자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경험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독특한 경험이 한두 개 정도는 있을 수 있다. 밴드부 회장이라거나, 시의회에서 시의원을 보좌하는 일을 1달간 해 봤다거나 등등. 전 학기는 아니어도 한 학기는 성적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대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얼굴을 뵌 적 없는 법학과 교수님을 찾아가 고시반에 넣어달라고 떼를 쓸 수도 있다. 그렇게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던 대학교 1, 2학년 때의 경험이 엄청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먼저 내가 해왔던 경험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쭉 써보자. 그게 특별한지, 다른 경험보다 중요한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내가 살아온 방식을 정리해 보자. 과에서 친구와 싸웠나? 왜 싸웠나? 어떻게 화해했나? 선배로서 후배에게 잘 대해준 경험이 있는가? 왜 그랬는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 이거 하나만큼은 해보고 싶었는데, 어디까지 갔는가? 무엇을 느꼈는가?
성공한 경험인지, 실패한 경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쓰다 보면 내가 꽤 대견하고 대단한 사람이란 걸 느끼게 될 것이다. 거기서 끝내지 말자. 이 경험을 ‘마스터 자소서’로 녹여내자. 방법은 간단하다. 엄근진하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라든가 ‘지원자의 핵심 역량’을 묻는 문항에 이 경험을 쓰고, 그래서 어려움을 해결했으니 내 핵심 역량이라고 쓰는 것이다.
어차피 경험은 거기서 거기다. 면접장에 가기만 하면 그 경험뿐 아니라 지원자의 인사이트까지 보게 돼 있다. 부족한 경험도 그 인사이트로 메우면 그만이다. 그러니 본격적인 자소서 작성 전 내 경험은 정리하고 들어가자.
4. 지원을 많이 해야 한다
느꼈겠지만, 기업에 지원을 많이 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투자에서 제일 중요한 게 어떤 종목을 사느냐보다 리밸런싱과 자산배분인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거의 100곳이 넘는 기업에 지원했다. 큰 목표 없이 돈만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연봉 3천만 원만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세전으로. 가능하면 야근은 안 했으면 좋겠고, 주말에도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치 못하게 일하게 된다면 수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무도 산업도 상관없이 막 집어넣었다(친구 중에는 특정 직무·산업만 선호해서 그 분야만 집어넣은 사람도 있다. 그 친구의 전략도 인정한다).
결과적으로 8월 중순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해서 12월 31일 지금 다니는 기업에 최종합격했다. 꿈꾸던 연봉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고 있고, 주말에는 쉰다. 그런데도 아직 후회가 남아 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삼성전자, LG전자에 지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지원했다고 해서 붙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불가능한 확률, 불합격할 확률에 집착해서 기회를 버리는 선택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단 10%라도 합격할 확률이 있다면 지원해 보자. 어차피 평균적인 서류 합격률은 10~30%다. 왜 평균적인 확률임에도 내 기회를 저버리는가.
완벽해지면, 준비되면 그때부터 시작하겠다는 마인드는 취업시장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시장에서도 불리한 마인드다. 그 준비가 될 때까지는 단 0.1%도 없는 확률이기 때문이다. 지원하지 않고 합격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원문: The Critics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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