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협동조합(생협)은 지구와 사회, 개인의 유기적인 순환을 위해 친환경 유기농 제품 유통, 쓰레기 저감, 자원의 재활용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강조되면서 불필요한 쓰레기 배출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실행하는 중이다. <이로운넷>이 생활에서 환경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생협의 고민을 들어본다.
전국에 70만 소비자 조합원을 둔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한살림)‘. 아이쿱, 두레생협과 함께 국내 3대 생협으로 꼽힌다. 생산자 2200세대와 친환경 먹을거리를 직거래하며 유기농지를 확대하고, 지구 생태를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살림은 지난해 공동실천 의제로 ‘기후위기 대응’을 채택하고, 공동실천 목표로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설정했다. 10월에는 제9차 한살림연합 정기 이사회에서 전 조직의 2021년 사업계획에 기후위기 대응 의제를 구체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올해는 한살림연합 미래기획본부 내 ‘기후위기대응팀’을 새로 꾸렸다. 그동안에도 태스트포스(TF)를 운영하며 환경보호 실천을 이끌어왔지만, 더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걸었다. 포장재 개선,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절감, 자원순환 운동 확대로 이어지는 한살림의 실천 계획을 들여다본다.
불필요한 포장은 NO
유통업을 하는 조직으로서, 한살림은 포장재에 주목했다.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자는 ‘Reduce,’ 되돌려 재사용하자는 ‘Reuse,’ 올바르게 재활용하자는 ‘Recycle’을 열쇳말로 내걸고 포장으로 인한 폐기물을 최소화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감귤·만감류를 담는 상자 재질을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바꿨고, 요구르트 유리병에 직접 인쇄하던 포장을 뜯기 쉬운 라벨로 대체했다. 또, 일부 빵류 포장에서 철사 끈을 없앴다. 그 결과 지난해 61개 품목의 포장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했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19톤 줄이는 효과를 냈다. 올해는 106개 품목을 개선해서 53톤을 줄이는 게 목표다.
제품을 낱개로 파는 방법도 있었다. 매장에 공급된 물품을 조합원이 직접 준비한 용기에 담아 사게 했다. 전국 49개 매장에서 구근류와 만감류를 낱개로 팔아 비닐 포장재 사용을 줄였다. 올해는 79개 매장으로 늘릴 계획이다.
온실가스 줄이려면 지금 나오는 배출량 계산부터
올해 한살림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지향하는 업무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온실가스란 이산화탄소, 메탄 등 지구 대기를 오염시켜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가스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업무용 종이 사용량 줄이기, 2020년 대비 2021년 전력량 줄이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비품 구매 기준 마련 등 개인의 작은 실천부터 전사적인 노력까지 포함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한다. 기후위기대응팀이 맡았다. 온실가스 인벤토리란 온실가스 배출을 기록하는 통계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배출원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배출량을 계산해 목록을 작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배출하는지 알아내는 걸 넘어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배출량은 사단법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협력해 이달 내 산정할 계획이다.
다시 쓰고 바꿔 쓰는 ‘되살림운동’
한살림은 일찍부터 ‘쓰고 버리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되살림의 가치를 생각하며 자원순환을 꾸준히 실천해왔습니다. 되살림운동은 버려질 자원을 ‘순환’시키고 ‘재생’하여 새 생명을 불어넣어 ‘생명살림’을 구현하고 미래와 공존할 수 있는 길입니다.
지난해 9월 발간된 한살림 소식지의 한 구절이다. 한살림은 각종 자원을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활동을 ‘되살림’이라 칭하고 직접 실천해왔다.
가장 오래된 되살림 활동은 유리병 재사용이다. 1990년 시작했다. 뚜껑에 “병 재사용”이라는 마크가 있는 유리병을 조합원이 직접 씻고 말려서 매장에 가져오면, 한살림이 수거하고 세척해 다시 쓰는 방식이다.
잼류, 젓갈류, 장류 등 70여 개 물품 포장에 재사용 유리병을 쓴다. 1병당 살림포인트 50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살림포인트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2020년 한 해만 회원 생협에서 판매한 총 118만 4130개 유리병 제품에서 41만 5490개 공병이 돌아와 회수율 35.1%를 기록했다. 올해는 4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공급 상자도 재사용한다. 1997년부터 24년째, 플라스틱이 아닌 두꺼운 종이 상자에 물품을 공급하며 4~14회 재사용한다. 상자 내외부에 은박, 코팅, 표백 처리를 하지 않았다. 더 재사용할 수 없을 때 폐지로 분리 배출하기 위해서다. 재사용 횟수는 상온상자가 평균 2.91번, 냉장상자가 평균 5.51번이다. 올해 목표는 각각 3.5번, 10번으로 확대하는 거다.
우유갑은 휴지로 둔갑시킨다. 이를 위해 작년 9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자원순환활동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센터로부터 ‘우유갑되살림함’ 제작비를 지원받아 전국 한살림 매장에 설치했다.
조합원이 씻고 말리고 편 우유갑을 갖고 오면 크기별로 살림포인트를 적립해준다. 타사 제품이어도 된다. 멸균팩도 수거해 핸드타월로 되살리는데, 포인트 적립은 안 해준다. 작년 모인 우유갑은 12.5톤, 올해 목표는 36톤이다.
2017년부터는 입지 않는 옷을 모았다. 지난해 126.6톤을 모아 목표 중량 88.5톤의 143%를 달성했다. 모든 옷은 중고의류 판매상이나 회원생협 바자회에서 팔았다. 모인 수익금은 파키스탄 빈곤아동 교육지원 및 국내 이웃 돌봄에 쓰였다. 올해 목표는 130톤이다.
조직 운동 말고도 시민이 생활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이 있다.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5가지 생활 실천을 약속하는 ‘기후위기 하이파이브 캠페인’을 진행했다. 텀블러와 손수건을 사용하고, 한 달에 하루 1시간 소등하는 등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추첨을 거쳐 선물을 줬다. 올해도 4월부터 12월까지 공동 캠페인을 벌인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자는 주제로 마련됐다.
원문: 이로운넷 / 작성: 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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