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수면 모드를 지니고 있습니다. 렘수면(REM sleep)과 비렘수면(non-REM sleep)의 두 가지로, 렘수면은 빠른 안구 운동 및 꿈과 관련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렘수면은 포유류는 물론 조류에서도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파충류에서도 같은 형태의 수면 모드가 존재한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최근 연체동물인 문어에서도 두 가지 형태의 수면 모드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브라질 리오 그란데 연방 대학의 실비아 메데이로스와 그녀의 동료들은 문어를 대상으로 수면 모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문어는 조용히 가만있으면서 피부도 창백한 색이고 동공도 수축되어 있는 조용한 수면 (quiet sleep) 상태에서 피부색과 질감이 변하고 흡판과 눈이 움직이는 활동성 수면(active sleep) 모드로 변하면서 흡사 렘수면과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활동성 수면 모드는 6분 이상 지속되며, 대략 조용한 수면 모드 사이 30~40분 정도 간격을 두고 나타납니다.
물론 이 경우 활동성 수면 모드는 문어가 깬 상태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으나, 연구팀은 문어에 일정한 자극을 주어 완전히 깨어나게 하는 실험을 통해 활동성 수면 모드에서도 조용한 수면 모드와 비슷한 반응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둘 다 비슷한 수준의 강한 자극이 있어야 문어가 깨어났습니다.
문어가 속한 두족류는 무척추동물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합니다. 시력도 뛰어나서 주변 환경을 보고 그대로 모방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척추동물과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과연 ‘문어도 꿈을 꾸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과학자들이 찾아낼지 궁금합니다.
참고
- PHYS.ORG
- iScience, Medeiros et al.: “Cyclic alternation of quiet and active sleep states in the octopus” www.cell.com/iscience/fulltext … 2589-0042(21)00191-7 , DOI: 10.1016/j.isci.2021.1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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