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빠질 빈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채워야 한다.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력이 담긴 종이를 꼼꼼히 살펴보고,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눈다. 채 1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건너편에 앉은 사람을 다각도로 파악해 결정해야 한다.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고,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새 선택하는 순간이 점점 많아진다. 동그란 토끼 눈을 하고 잔뜩 긴장한 채 대답하는 구직자의 모습에서 그 시절의 내가 보였다. 이렇다 할 이력도, 빵빵한 뒷배도 없는 마음이 가난한 구직자. 가진 거라고는 ‘흔한 열심’과 ‘넘치는 주눅’ 뿐이었다. 어느 유명 피디의 말대로 합격해야 내 상사지, 떨어지면 행인 1보다 못한 존재일 사람 눈치를 왜 그리 봤을까?
그때는 몰랐다. 태도가 승부를 가른다는 걸. 당락이 결정되는 자리에서만큼은 조심스러운 성격은 ‘소극적’이란 단어로 정리되고, 신중함은 ‘굼뜨다 ‘에 닿았다. 그런데 정작 나는 내 가치와 능력을 어필해야 할 상황에 긴장했다는 이유로 눈을 피하기 바빴다. 충분히 당당해도 될 상황에 한껏 움츠려 들었다. 패기를 보여줘도 될까 말까 한 순간, 뜨거운 불 위에서 볼품없이 쭈그러든 마른오징어 상태가 됐다. 면접장에서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내가 면접을 본다면? 아마 100% 탈락이다.
살다 보면 태도가 승부를 가르는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흐릿한 10줄의 과거보다, 반짝이는 오늘의 눈빛이 더 효과가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대단한 기세나 뜨거운 열정 보다, 반듯한 태도 하나로 원하는 결과를 얻는 사람들을 본다.
용감한 시민상을 받고 특채 경찰관이 되는 흔치 않은 사례를 말하는 게 아니다. 시장에서 봄나물 한 줌을 살 때도 태도의 중요성을 느낀다. 부지런히 움직여 누런 잎을 다듬고, 마르지 않게 분무기를 뿌려주는 상인의 바구니 속 봄나물을 한 번 더 쳐다보게 된다. 시끄럽게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도 정성을 다해 가꾼 상품은 눈에 띄게 마련이다. 따가운 봄 햇볕에 여린 나물이 시들어가든 말든 스마트 폰에 코를 박고 있는 상인의 물건과는 경쟁이 안 된다.
가지런히 자른 손톱에서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늠한다. 일회용 밴드, 민트 캔디, 알코올 스왑 등 별별 물건이 다 담긴 도라에몽 주머니 같은 가방에서 철저한 준비성을 엿본다. 어느 분야든 줄줄 막힘없이 대화가 이어지는 사람에게서 세상을 보는 시야와 생각의 깊이를 파악한다. 그 어떤 급박한 상황이 닥쳐도 상대의 말을 끊지 않는 화법 속에서 마음의 넓이를 헤아린다.
누구에게나 성격은 있다. 내 진짜 성격을 솔직하게 보여줄 자리는 어디일까? 다른 곳은 몰라도 면접 자리는 아니다. 그 성격이 조직 생활에 적합할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뾰족한 성격을 다들 숨기고 산다. 일종의 사회화 과정이다. 生날것의 성격을 보여주는 건 합격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반면, 순도 100%의 태도는 100마디 말보다 효과가 좋다.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태도는 성실한 시간을 쌓으며 익혀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모르니까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하니까 피하는 게 아닌 일단 과감하게 부딪혀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원래 내 성격‘이란 방패 뒤에 숨어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마다 생각한다. 순간의 번지르르한 말로 도망치지 말자. 선명한 태도는 승부를 가른다. 그 끝에는 단단한 결과가 날 기다리고 있다.
원문: 호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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