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종 TV 방송을 통해서 아이들이 어떤 단어의 뜻을 모르거나 문맥을 이해하지 못해서 수업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실제로 한국은 가면 갈수록 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 걸 힘들어할 뿐 아니라 문장 자체를 읽기 어려워한다.
여기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스마트폰을 통해 어릴 때부터 영상 콘텐츠를 위주로 경험한 게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는 영상 콘텐츠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문장으로 채워진 글을 읽지 않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의 교육 시장에서 국어를 읽고 배우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기보다 차후 대학에 가는 데 도움이 될 외국어, 다시 말해서 영어를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덕분에 아이들은 우리말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영어를 공부해 달달 외우기만 한다.
그 결과가 영어 단어가 어떤 뜻이 있는지 알지만, 그 뜻이 적힌 말을 모르는 아이들이 증가해 더욱 큰 문제로 이어진다. 한 단어의 뜻을 모르면 문장을 이해할 수 없고, 문장을 이해할 수 없으면 문맥을 이해할 수 없다. 문맥을 이해할 수 없으면 당연히 문단을 읽을 수 없다.
그렇게 아이들은 점점 독서와 멀어진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단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글을 읽을 바에 시끄럽게 떠들면서 과장된 액션을 보여주는 영상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이 일은 단순히 책을 읽지 않는 게 아니라 점점 더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런데 영상 콘텐츠 시대에서 책을 읽는 일이 필요하냐고? 이 질문에 대해 오늘 읽은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이라는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영상의 시대에 독서와 글쓰기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요? 천만의 말씀. 보통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인 입시와 취업에 관해서는, 아직도 또 앞으로도 말과 글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요즘 아이들에게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능력은 더 희소하고 귀해졌습니다. 아기 때부터 식당에서 부모가 얌전히 있으라고 쥐여주는 핸드폰 영상에 길들어, 글 쓰고 말하는 데 곤란을 겪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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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에 글을 읽지 못하는 까막눈은 없다고 말하지만, 글을 읽어도 글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건 사실 까막눈이나 다름없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에 길들면서 글을 읽을 수 있어도 글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버리면서 학습 능력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에는 책을 읽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서 “게임만 하지 말고 책 좀 읽어!”, “유튜브만 보지 말고 책 좀 읽어!”라고 말하기보다 부모님부터 함께 아이와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어서 함께 할 필요가 있다.
애초 부모가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며 영상을 틀어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배우고 커가는 시점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TV 드라마만 보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실 아이들이 직접 책에 흥미를 갖고 읽는 일이 더 어렵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독서와 글쓰기 지도를 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으로 부모와 아이가 서로 원활하게 대화가 이루어지는 사이여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 간의 대화가 엇나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서로 간의 대화가 엇나가는 걸 맞출 수 있을까?
저자는 일단 부모가 무조건 아이에게 맞추라고 말한다. 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아이의 표현이 심해지면 그때 ‘그건 좀 심한 것 같은데’라며 지적하면서 아이가 직접 자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시간을 가져야 대화가 성립할 수 있다.
많은 부모가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내 아이는 내가 가장 잘 안다’라는 착각이다. 물론, 매일 같이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부모이기 때문에 부모는 분명히 아이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모르는 모습이 훨씬 더 많고, 부모와 성향이나 기질이 다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와 마주 보고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마치 궁예의 관심법처럼 ‘난 너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안다’가 아니라 ‘나는 너를 알고 싶어’에서 시작해야 원만히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된다. 이것이 바로 대화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준비를 갖췄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책을 함께 읽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아이가 책과 친해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멋진 글귀로 아이를 자극하라’고 말한다. 평소 몇 번이고 떠올리는 그런 문장이나 글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멋진 글귀를 인터넷에서 찾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책을 읽고 찾아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야 조금 더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글귀와 책에 진심이 담겨서 아이를 자극할 수 있다. 알맹이가 없는 글귀와 추천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저자는 아이에게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라는 책에서 뽑은 이 한 문장을 아이에게 보여주면서 자극했다.
장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은 우리가 뭔가를 얼마나 절실하게 원하는지 깨닫게 해주기 위해 우리 앞에 나타난다.
당시 컴퓨터 공학에 관심이 많던 저자의 아이는 랜디 포시의 인생에 강한 흥미를 느껴서 결국 책을 집어 들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이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가장 좋고 유일무이한 방법은 아니다. 이러한 방법도 있으니 참고를 해서 아이에게 호기심을 자극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애써 책을 읽고 뽑은 글귀를 아이가 쳐다도 보지 않을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이때 저자는 우리가 좋은 글귀라고 생각한 글이 아이 눈에는 극혐 꼰대 소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일단은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자막 짤 등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결국, 어떤 일이든 호기심을 자극해 동기를 스스로 갖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방법은 단순히 책을 읽지 않는 아이만 아니라, 이제부터 책을 읽어보고 싶은 어른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책을 읽기 어렵다면 일단 스스로 책을 읽을 계기를 만들어보자.
나 같은 경우는 괜스레 내가 평소 읽는 장르의 책만 아니라 다양한 책을 읽기 위해서 출판사 서평단에 지원을 하거나 온라인 독서 모임에 참여한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내가 평소에는 절대 손에 대지 않았을 책을 만나고자 한 거다. 물론, 종종 너무 어려운 책을 만날 때도 있다.
그때는 ‘괜히 이런 모임에 참여해서 책을 읽는다고 했다.’라고 후회가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단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해 몇 문장을 읽으려고 한다. 그렇게 몇 문장 읽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책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정말 나와 맞지 않는 책은 딱 덮어놓고 몇 문장만 곱씹는다.
이러한 모든 것이 하나의 독서법이 되는 거다. 오늘 소개하고 싶었던 책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의 저자는 책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아이가 책을 읽게 할 수 있을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책 읽기가 왜 필요하고, 책 읽기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상세히 말한다.
저자는 본인은 독서와 담쌓고 지내며 아이에게만 강요했다가는 완벽한 패배가 기다린다고 경고한다. 아이에게 책을 권하기 전에 내가 책을 읽고 어떻게 권하면 좋을지 고민할 때 책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오늘 당신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가? 아니면 각자 스마트폰 화면만 쳐다보는가? 이 질문의 답이 시작하는 위치의 차이를 만든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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