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배분투자의 대가인 윌리엄 번스타인(William Bernstein)는 ‘Efficient Frontier’라는 블로그로 시작해서 20여 년 이상 이쪽 분야에서 활동했습니다. 특이하게 원래 신경쪽을 전공하신 분이죠. 그쪽 활동을 하다가 자기 돈 굴려보려고 독자적으로 공부를 한 케이스입니다. 『현명한 자산배분 투자자』 외에도 투자 관련된 책을 6권 정도 집필한, 자산배분쪽에 아주 정통한 분이에요.
장기간 활동했기에 팩트체크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닷컴버블 전후로는 미국 주식이 좀 고평가됐다고도 얘기했고, 서브프라임 이후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가 극도로 떨어졌을 때는 미국 주식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실 요즘에는 역사에 꽂혀서 그 분야의 책도 쓰십니다. 매크로 쪽을 많이 보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길이죠. 레이 달리오도 요즘 쓰는 게 역사책이니… 저도 투자를 하고, 매크로 공부를 하다 보니 역사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고요. 최근 인터뷰 「Bill Bernstein: We’re Starting to See all of the Signs of a Bubble」의 내용 중 재미있는 부분을 요약해보았습니다.
Q: 지금 버블이라고 보시나요?
A: 1년 전에 그런 질문을 받으면 아마 부정적인 대답을 했을 겁니다. 버블에서 일어나는 흔한 현상, 예컨대 사람들이 노력 없이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데이트레이딩하겠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죠.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을 때도 강한 거부감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런 현상들을 한 번에 목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빈후드, 게임스탑 그리고 다른 숏 스퀴즈들이 일어날 때 이제는 아주 많은 젊은이가 노력 없이 부자가 될 기회라고 생각하며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수익을 보며 이제 이런 상황에 아주 흥분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런 현상을 지금껏 놓쳐왔습니다. 왜냐면 저는 젊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Q: 최근 시장금리가 오름에 따라 변동성이 커졌는데요. 주식에 대한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이런 상황을 부추겼다고 보시나요?
A: 변동성이 커졌다고 보지 않습니다. VIX 지수를 보시면, 일간 수익률의 30일간에 표준편차를 구해보면, 표준편차 기준으로 20–30% 정도의 범위내에 있습니다. 물론 약간 높기는 한데 대공황시기와 비교해보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죠. 금융위기 시절에는 세 자릿수까지 가기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런 현상은 별로 특이하지 않습니다. 또한 2018년 말이나 다른 시점에서도 이번보다 변동성이 더 높았던 시기는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Q: 시장에서 아직 투자할 만한 곳이 남아 있을까요? 특히나 최근에 가치주들은 많이 상승했잖아요?
A: 우선 가치주가 최근에 많이 오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치주와 성장주의 상대적인 차이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 3분기에서는 아주 역사적으로 낮은 정도였죠. 그리고 그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상식적인 수준까지 올라오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그러므로 저는 아직도 가치주가 더 평가됐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흥국시장도 아주 업사이드가 크다고 보고요. 미국 외 선진국은 업사이드가 덜 있다고 보고요. 미국 주식은 전반적으로 고평가됐다고 봅니다.
Q: 가치주에 대해서 얘기하는 만큼 당신이 가진 인플레이션과 가치주에 대한 관계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팟캐스트에 나왔을 때도 이 얘기를 했는데요. 이젠 가치주가 날아가고요. 아직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것을 보진 못했습니다. 그걸 보고서 혹시 생각이 바뀌셨나요? 아니면 여전히 이 관계를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금리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봅니다. 만약에 절대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가 온다면, 그것은 먼 시점에서 벌 수 있는 이익의 가치를 훼손(할인율이 감소하니까)하겠죠.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인플레이션을 보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는 가치주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왜냐면 가치주는 부채를 많이 진 경우가 많은데, 인플레이션이 그런 부채들을 녹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결국 가치주의 수익으로 이어지고, 높은 인플레이션의 시기에서는 가치주가 더 높은 수익을 올리겠죠.
Q: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A: 현재 시점에서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물러나서 금융의 역사를 5만 피트 상공에서 바라본다면 인플레이션은 아주 큰 리스크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않은 국가는 별로 없습니다. 2차대전 이후, 1970년, 1980년대 초에 우리도 경험을 했죠. 그러므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리스크입니다. 경제학 박사학위가 없어도 팬데믹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영화를 보고 레스토랑 등에 가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임을 알 수 있죠. 사람들이 저에게 팬데믹의 거시경제 영향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저는 그들에게 팬데믹을 걱정하라고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팬데믹에서의 회복을 걱정하라고 말합니다.
Q: 당신이 걱정을 한다면, 그리고 그걸 포트폴리오에 적용하고 싶어 한다면,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를 하고 싶다면요. 그들에게 어떻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물가연동채(TIPS) 같은 게 가장 명확한 옵션인 거 같은데요. 고려해야 할 다른 것들이 있을까요?
A: 단기적인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헤지할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습니다. 가장 좋은 수단은 단기채T-bills)입니다. 계속 롤오버를 하면 되고, 위험 부보 기간(duration risk)이 없으니까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주식이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에 좋은 수단입니다. 주식은 실질 자산들에 기반한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인플레에 대항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만들고 싶다면, 당신은 원자재 관련 주식들이나 원자재를 만드는 회사들에 투자를 더 하는 게 좋겠죠. 그런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에 헤지를 하기 어려운 자산으로는 금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의 시기에 금의 투자 성과가 어떠했는지 살펴보시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성과가 좋지 않아요. 사실 금은 디플레이션의 시기에 좋습니다. 왜냐면 보통 디플레이션은 금융위기 혹은 은행의 위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돈을 믿지 않게 되고, 그때는 금을 믿게 됩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금의 실질 가치에 그다지 기여하지 않습니다. 물론 1970년대의 미국에서는 성과가 좋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Q: 당신은 원자재를 생산하는 주식을 추천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직접 원자재를 (선물의 형태로) 매수하기도 합니다. 원자재 주식과 원자재 선물 투자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A: 원자재 선물은 자산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냥 보상책에 불과합니다. 정말 효과가 없어요. 많은 사람이 인플레이션 헤지의 수단으로 그것을 이용할 때 콘탱고(contango)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선물을 계속 롱하는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주게 됩니다.
Q: 현재와 같이 초저금리 시대에 자산배분 투자자들에게 채권이 좋은 투자처라고 생각하십니까?
A: 수익률이 제로에 가까운 재무부 채권이 있어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수익이 가장 잘나는 자산일 수도 있습니다(역주: 다른 자산들의 수익이 망가지는 상황도 장기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견). 이 자산들이 있음으로 인해서 당신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고, 꾸준히 투자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당신은 수익률(yield)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게 아닙니다. 안전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겁니다. 채권류의 자산들이 제공하는 것은 그러한 안전성입니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연간 보고서에서도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은 미국 재무부 단기 채권의 수많은 단점을 얘기합니다만, 그 문단의 이렇게 끝납니다.
그럼에도 버크셔는 많은 유동성 자산을 미국 재무부 단기 채권으로 갖고 있을 것입니다.
Q: 또 다른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도와주는 수단으로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해외 주식(미국인들 입장에서)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미국 주식과 상관관계가 높아 보이는데요. 당신은 거기서 더 나아가 해외 주식이 벨류에이션 관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니 더 배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거 같습니다.
A: 그렇습니다.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더 이상 해외 주식이 분산투자에서 오는 가치를 주지 못한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건 월 단위, 하루 단위 수익률에 기반 두니까요. 솔직히 말해서요. 미국 시장이 만약에 3% 정도 하루에 빠지면, 해외 주식들도 영향을 받을 겁니다. 그러므로 하루 단위 혹은 월 단위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겠죠. 하지만 장기 수익률을 살펴보면 가치가 있습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의 데이터를 한번 보면 어떨까요? 그 10년 동안 끔찍한 두 번의 하락장이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미국의 주식 특히 미국의 대형주는 끔찍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같은 기간 해외 주식은 절대적으로 양의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어떤 투자자산이 배분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할 때는 하루 단위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10년 단위로 생각해야 합니다.
Q: 초반에 버블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당신은 스타 펀드 매니저가 출연하는 것을 버블의 현상 중에 하나로 꼽았는데요. ARK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많은 사람이 투자하지만 요즘에는 약간 고전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또 하나의 응접실 게임(Parlour Game, 영국의 상류층들이 응접실에서 하는 실내 게임)이 시작됐네요. 슈퍼스타 매니저게임을 한번 시작해볼까요?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스타 펀드매니저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엄청나게 유명한 슈퍼스타가 됐다가 결국은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는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을 찾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레그 메이슨 밸류 트러스트(Legg Mason Value Trust)의 빌 밀러(Bill Miller)가 있습니다. 그는 S&P500 주가지수를 15년 연속 이겼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3년 동안 그가 지금까지 번 돈을 모두 잃었습니다. 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 매니저는 누구인가요?
저는 가렛 반 웨거너(Garrett Van Wagoner)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야말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성장주, 그리고 기술주 투자의 슈퍼스타였습니다. 더군다나 그는 자수성가했고요. 아마 그의 펀드 성적이 좋았을 때 그의 펀드에 투자했다면 함께 높은 수익을 거두다가 결국 폭삭 망해버렸을 것입니다. 대다수 투자자는 결국 최악의 시기에 들어오고야 말았습니다. 또 있을까요?
저는 1990년대 야누스(Janus)의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몇 명의 매니저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생각나는 사람은 야누스 머큐리 펀드(Janus Mercury Fund)의 매니저입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펀드였죠. 워런 레이메르트(Warren Lammert)라는 분이었습니다. 다른 야누스의 펀드 매니저처럼 그는 그 시대의 일등주식들에 아주 집중적인 투자를 했습니다. 그 후에는 아주 끔찍할 정도로 고꾸라졌죠. 당시 야누스 펀드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실질적으로 계산해보면 대부분 펀드의 가격이 높은 시기에 들어오고, 떨어지는 시기에 팔아 끔찍하게 끝났습니다.
Q: 당신은 예전에는 개인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을 운용할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요. 최근에는 그런 생각을 오히려 어드바이저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바꾸신 듯합니다. 왜 생각을 바꾸셨나요?
A: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니 특히 정보가 아주 많은 사람이 행동하는 걸 봤습니다.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아주 다양한 기술들을 동시에 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의 기초와 역사를 안다고 해서 나쁜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기란 어렵습니다. 감정적인 절제(emotional discipline)가 필요합니다. 제 주변을 봤을 때 그런 걸 잘하는 사람들은 하락장에서도 잠을 잘 자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금융과 관련된 문서들은 전혀 보지 않고 그냥 수수료가 적은 펀드에 넣어둘 뿐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더군요.
너무 꼰대 같은 말이라서 하기가 참 주저스러운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들의 은퇴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카고로 가는 여객기를 운전할 만큼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어떻게 하는지 배워야 합니다. 감정적인 절제도 필요합니다. 저는 은퇴제도가 그 현실을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파이낸셜 어드바이저 전문가들이 해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들도 잘 못 하거든요.
Q: 당신이 지적하셨듯이 쉽게 믿는 마음(credulousness)는 투자에서 아주 위험하다고 하는데요. 투자 광풍 등에 휩쓸리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뭐가 있을까요?
A: 저는 그들에게 얼마나 공감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네요. 주변 사람들이 행복한 것을 볼 때 혹시 행복하신가요? 주변 사람들이 슬퍼할 때 혹시 슬픈가요? 만약에 당신이 이 두 질문에 대해 ‘예’라고 대답한다면, 정말 경계해야 합니다. 당신이 다른 투자자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투자에서는 최악이기 때문입니다.
공감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만 훌륭한 투자자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에 당신이 공감 능력이 부족한 투자자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당신이 인간으로써는 별로일 수 있지만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거고, 그러한 당신만의 장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스트셀러이자 영화로도 나온 『빅쇼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당시에 하락에 베팅해서 큰 수익을 거둔 사람들이 아주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당신이 얼마나 타인에 감정에 영향을 받는지 만약에 당신이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경계해야 합니다.
원문: 내일은 투자왕 – 김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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