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애플에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기술과 디자인이 가장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내가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정말 감동한 포인트는 의외로 다른 곳이었다.
얼마 전 새로운 아이맥(iMac)을 받았다. 제품 박스를 뜯을 때의 기억 때문에 습관적으로 난 칼을 먼저 찾았다. 박스를 둘러싸고 있는 비닐 테이프를 잘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맥을 개봉할 때 칼은 필요치 않았다. 그냥 손으로 쉽게 뜯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포인트에서 “와!”라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것은 맥북과 아이패드를 구매했을 때에도 동일하게 경험했다. 이후의 언박싱 경험도 대부분의 애플 유저라면 알다시피 매우 좋았다.
이것이 왜 감동으로 다가왔을까? 왜 이 경험은 애플의 미려한 디자인이나 기능적 경험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남겼을까?
첫째론 누구나 잘 아는 애플의 성능과 디자인과 달리, 전혀 예상 못한 상황에서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로는 신경 쓰지 않고 넘길 수도 있는 작은 요소에도 신경 쓰는 그들에게 놀랐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은 애플 같은 브랜드에서만 느끼는 경험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캠핑을 갔는데 고기를 굽기 위해 불을 피우는 과정에서 친구가 갑자기 ‘와!’ 라고 소리쳤다. 이유를 물어보니, 보통 숯을 사면 박스나 비닐에 넣어져 오는데 이번에 구입한 브랜드 제품은 비닐 백에 지퍼가 달려 적당량의 숯만 넣고 나머지는 잘 보관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심한 디테일이 있는 제품을 지금껏 경험해본 적이 없어 감탄했다고 하니, 이것 역시 위의 사례와 일치한다. 예상 못한 상황에서 좋은 경험을 했으니 당분간 그 브랜드만 이용할 것이다.
감동은 예상 못한 디테일에서 온다
흔히 감동은 크고 대단한 것에서 발생한다 생각하지만, 늘 그렇지만은 않다. 전혀 예상 못한 상황에서 발견한 아주 사소한 디테일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생일날 받는 선물보다 예상 못한 날, 장소, 상황에서 갑자기 받는 선물이 더 감동적인 법이다. 그 선물이 무엇이고 얼마건 간에 나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담겨있는 아이템이라면, 그 디테일에서 내가 느끼는 감동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감동은 예상 못한 디테일에서 온다. 의외성과 섬세함이 감동을 만든다. 내가 만든 말이긴 하지만, 이 말을 참 좋아해서 함께 일했던 마케터와 디자이너, 에디터 분들께 말씀드리곤 했다. 고객이 예상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결과물과 대면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작은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런 감동 속에서 브랜드의 팬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나와 그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원문: 전우성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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