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에 기고된 「Why Your Wild Trading Ideas Feel So Right」을 번역한 글입니다.
1.
투자자들에게 ‘육감(gut feeling)’은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육감에 지배당하지 않고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도로 위의 녹색, 노란색 또는 빨간색 신호등처럼 금융에도 금융시장만의 교통 신호가 있다면? 계속 가도 된다는 신호, 속도를 줄이라는 신호, 멈추라는 신호가 있다면 투자가 얼마나 쉬울까? 상상만 해도 즐거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분명한 신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그 빈자리 대부분을 개인적 경험과 육감으로 채우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육감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2.
지난주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를 넘어섰다. 재미 삼아 만들어진 도지코인은 2021년에만 1,000% 이상 올랐다. FINRA(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에 따르면, 증권사 고객들이 트레이딩의 수익을 배가시키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말하는 증권 담보 대출 규모가 1년 전보다 42% 늘었다고 한다. 2월 12일까지 한 주 동안 소액 트레이더들의 옵션 베팅이 지난 20년 동안 평균의 16배에 육박하는 기록을 세웠다고도 한다.
반면,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는 계속 경제에 불쏘시개를 공급하고 있다. 상당 기간 동안 금리를 0에 가깝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수익률이 너무 낮은 안전 자산의 보유 가치를 느끼지 못한 투자자들은 더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 와중에 수백만 명이 백신 접종을 마쳤고, 신규 확진자 숫자도 빠르게 줄고 있다. 더 빠르고 강력한 경제 회복에 대한 희망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반대되는 이야기다. 어떤 이야기에 더 끌리느냐에 따라 육감은 숨으라고 말하기도 하고, 열광적으로 뛰어들라고 속삭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육감을 따르고 있다는 분들이 있다면 걱정할 것 없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고한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 CEO와 작고한 리 아이아코카 전 크라이슬러 회장은 종종 육감에 이끌렸다고 하면서 자기 결정을 정당화하곤 했다. 헤지펀드의 거물 조지 소로스의 아들인 로버트 소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주식시장 등에서 입장을 바꾼 것은 ‘등짝이 찌릿찌릿’해지기 시작해서라고 한다. 이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말 그대로 아버지는 감정에 반응한 것이고, 조기 경보 신호로 본 것이다.
이렇게, 육감은 위장관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먹잇감이나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싸울 것이냐 도망칠 것이냐에 대비하도록 진화해 왔고, 우리 몸은 위험과 보상의 변화 가능성에 맞춰 조금씩 조정되도록 만들어졌다.
지금의 세상에서도 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급격한 수익이 나거나 심각한 손실이 생겼을 때, 심장이 뛰고 손바닥에 땀이 나며 근육이 긴장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오클라호마 툴사에 있는 뇌 연구소의 신경과학자인 사히브 칼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육감이란 몸 안의 모든 곳에서 나오는 수없이 다양한 신호를 비롯한 내적 환경을 감지해 낸 결과물이다. 뇌는 굳이 알아내려고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이러한 모든 신호를 조사하고 수신한다.
칼사 교수의 연구실에서 실시한 최근 실험에서는 뇌에서 자극을 감시하고 거기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하는 부분을 위에서 나온 신호가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이 인터셉션이라고 부르는 이 육감은 데이터와 논리에 따르고 있다고 믿고 있을 때조차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육감은 즉각적이고, 정확하며, 뚜렷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가장 믿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베테랑 운동선수들은 상당한 경기 경험을 통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느낄” 수 있다. 바르셀로나의 팜피우 파브라 대학의 심리학자 로빈 호가스가 말하는 ‘친절한’ 학습 환경이다.
하지만 금융 시장은 호가스 교수가 말하는 소위 ‘못된’ 피드백 구조를 만들어 낸다. 어떤 주식을 10달러에 샀다고 하자. 한 유명 투자자가 그 주식을 보유 중이라고 밝히자 바로 11달러로 올랐다. “내가 맞았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어서 다른 유명 투자자가 나서서 그 주식을 던져버렸다고 말하자 주가는 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제 “내가 틀렸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렇게 피드백이 변덕스러운 상황에서는, 프로 운동선수나 다른 숙련된 사람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배운 것처럼 육감에 대해 배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육감은 여전히 강렬하게 느껴진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얻고 있는 정보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3.
대부분의 금융 자산이 전통적인 척도에 비해 과대평가되어 있고, 악몽 같은 시나리오와 희망찬 시나리오 모두가 그럴듯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해결책은 육감에 지배당하지 않고 다스릴 수 있는 규칙과 절차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이 “달까지 간다”라고 해서 큰돈을 집어넣지 않는다. 목표 가격과 목표 날짜를 정해두고, 거기에 도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백분율 범위에서 기록한다. 목표 가격과 목표 날짜를 정한 이유를 가능한 한 사실에 입각해 나열해 본다. 만일 단지 육감에 의해서라면, “내겐 육감이 있다.”라는 말을 세 번 써보라.
마지막으로, 올바른 확률 추정치에 입각해 투자 금액을 결정한다. 목표 날짜가 되면, 원래의 예측 및 추론과 비교해 결과를 확인하고, 처음 나열한 내용에서 다음 투자 방법에 대해 배울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예상했던 목표 날짜에 목표 가격이 얼마나 근접했나? 내 논리가 얼마나 맞았나? 만일 단지 육감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 육감이 믿을 만한 것이었나?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점검하는 것” 만으로도, 육감이 우리 뇌를 장악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원문: 피우스의 책도둑&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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