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깊은 어둠 속을 지나는 코로나 시대.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제 당연한 에티켓이 되었다.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도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기쁜 마음에 한 발짝 다가서려고 하면, 상대방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 슬픈 현실이다.
가족을 제외하고, 당신이 마지막으로 타인과 포옹한 적은 언제인가? 악수를 한 적은? 마지막으로 타인과 스킨십을 한 게 언제인지 떠올려보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아니, 이제는 오히려 굳이 스킨십이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흔히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의식주만 해결되면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고립된 상황에서 불안과 우울, 두려움을 느낀다.
미국 심리학자인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애착 실험’은 스킨십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 실험에서 새끼 원숭이는 우유통이 꽂혀 있는 철사로 된 엄마 인형보다, 먹을 것이 없더라도 부드러운 헝겊으로 되어 있는 엄마 인형에게 더 큰 애착을 느꼈다. 철사 인형에게는 배를 채우러 잠깐 들렸을 뿐,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엄마 인형을 하루 18시간 이상을 껴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배고픔보다 따뜻한 온기가 더 그리웠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감옥에서 문제를 일으킨 재소자를 독방에 격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만큼 고립은 신체적인 처벌을 받는 것보다 더 괴롭고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밖에도 스킨십이 교감능력 향상이나 스트레스 감소 및 면역력을 향상 시켜준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는 많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해 스킨십을 갈구하는지도 모르겠다.
스킨십 격리의 시대
코로나로 인해 우린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격리하는 사회에 산다. 종일 자신이 접촉하는 유일한 사람은 라텍스 장갑을 끼고 케어해주는 도우미의 손길뿐이라는 한 노인의 인터뷰가 마음 아프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더 그리운 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손녀나 자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없고, 설령 만난다 한들 안아 줄 수도 없다. 임종의 순간조차도, 가족들과 유리벽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만 하는 상황이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서로 거리를 둬야 살아남는 ‘스킨십 격리의 시대’가 그래서 더욱 슬프고 쓸쓸하다.
사회가 우울하고 각박할 때, 우리는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신뢰할 누군가를 찾는다. ‘악수’의 기원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신뢰의 표시로 손을 내민 것에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포옹은 내 심장을 내어 보이는 것이니, 더 큰 신뢰와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포옹을 하면, 자연스레 서로의 심장이 맞닿게 되고, 상대의 따스한 온기도 느껴진다. 마치 ‘당신 곁에 내가 있어요’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듯하다.
예전에 길거리 ‘프리 허그(Free Hug)’가 등장한 적이 있다. 여전히 유교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 사회에, 타인과의 허그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아무 이유 없이 나에게 기꺼이 가슴을 내어주는 타인에게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큰 위로와 감동을 받은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허그는 직접 접촉 없이 서로 끌어안는 척만 하거나, 비닐을 사이에 두고 포옹하는 방식으로 응용된다. 그런 몸짓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회에 사는 현실이 안타깝다.
당신을 다시 안을 수 있을까요?
온라인 교육과 화상 미팅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한들, 직접 만나는 대면 만남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차가운 스크린 화면을 통해서가 아닌, 따뜻한 온기와 숨결이 느껴지는 진짜 사람과의 만남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다시 힘껏 안을 수 있는 시간이 올까? 내가 위로받기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두 팔을 활짝 벌릴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다시 손을 꼭 붙잡고 악수 할 수 있을까?
예전에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그리움의 대상이 돼버린 듯하다. 서로 멀어지고 격리해야 살아남는 시대,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신체적 접촉, 스킨십의 소중함이 아닐까. 걱정 없이 당신을 다시 안을 수 있는 진정한 ‘프리 허그’의 날이 오면, 정말 힘껏 안아주고 싶다!
원문: 켈리랜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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