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팩트 위주로 작성했으며 개인적인 소견이 존재합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작성된 내용 중 일부는 아래 사이트를 참고했습니다.
- 「Netflix surpasses 200 million subscribers, but has more competition than ever in 2021」, The Verge, 2021.1.19
- 「Everything wrong with Disney Plus」, TechRadar, 2020.8.22
드라마와 예능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프로그램부터 교육이나 다큐멘터리를 포괄하는 교양, 수많은 종목의 스포츠 채널을 넘어 홈쇼핑과 같은 쌍방향 프로그램까지 수백 개가 넘는 채널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콘텐츠라는 ‘쓰나미’를 온몸으로 경험 중이다.
채널이 다양해서 볼 것이 많다는 건 과연 기분 좋은 일일까? 비록 선택이 어렵더라도 장르가 무엇이든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면 당연히 거부할 이유가 없다. 과거 MBC나 KBS, SBS 그리고 EBS까지 공중파만 존재하던 시절에도 충분히 가능했던 ‘선택’이지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해진 시간에 볼 수 있었던 드라마나 뉴스 등의 편성은 자유로운 취사선택의 개념과 조금은 거리가 멀었다고도 볼 수 있다.
지금은 어떠한가? 스마트폰(모바일)에 태블릿, 노트북이나 컴퓨터까지 보유한 멀티 디바이스 시대에 공중파와 종편, 케이블 등 100개가 넘는 다양한 채널이 생겨났고 여기에 넷플릭스(Netflix)나 왓챠 플레이(Watcha), 웨이브(wavve)에 이르기까지 그곳이 어디든 쉽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본격 스트리밍 시대’를 산다. 특히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제작되면서 박스오피스에서나 볼법한 영화 콘텐츠가 고퀄리티로 제작되고 굳이 극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방구석 1열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 빅뱅과 선택의 문제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전례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그로 인해 식당, 쇼핑몰, 거리 당연히 극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반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오히려 뜨거운 열풍이 불면서 매출 증대를 경험한단다. 2021년 전 세계 가입자 2억 명을 넘겼고 코로나 여파가 가장 컸던 2020년 매출액은 무려 250억 달러(한화로 약 27조 원)였다. 외부 자금 조달 없이 기업 운영이 가능한 수준이고 올해부터는 손익분기점(BEP, Break-even Point)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니,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그야말로 ‘넘사벽’이 되었다.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수많은 콘텐츠가 예쁘게 진열되었고 그 어느 것도 빠짐없이 시청자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자장면, 짬뽕처럼 단순한 음식도 선택하기 어려운데 넷플릭스에 들어오는 순간 자유로운 취사선택이라는 특권이 오히려 시간을 다 잡아먹고 만다. 이른바 넷플릭스 증후군!
작년 상반기 왓챠 플레이는 ‘왓플릭스(Watflix)’라는 이름으로 재미있는 추천 방식을 선보인 바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찾아 헤매는 넷플릭스 유저들을 위해 양질의 추천 알고리즘을 선보인 것으로 깊은 곳 어딘가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명작도 추천 콘텐츠로 끄집어낼 수 있다는 왓챠 플레이의 알고리즘 파워를 과감하게 보여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트리밍 공룡 넷플릭스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능가할 수 있다는 왓챠만의 강점을 마케팅으로 잘 풀어냈다.
넷플릭스의 강력한 힘, 왓챠 플레이의 저력, 2019년 선보인 통합 플랫폼 웨이브까지 콘텐츠 빅뱅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절대 강자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우유부단함은 더욱 심해질 수도 있겠다. 거기에 밤잠 설쳐가며 에피소드 정주행이 이뤄지고 새벽이슬을 맞이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는 건 아닐는지. 그래도 잠은 제때 자야 한다.
지난해 2월 열렸던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 단연 화제였다. 오스카를 비롯해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쥔 〈기생충〉은 전 세계 영화계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로나로 인해 무려 2개월이나 연기되었다. 4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눈여겨볼만한 작품은 역시 스티븐 연과 윤여정 주연의 〈미나리(Minari)〉가 아닐까?
〈미나리〉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작품으로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한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국내 3월 개봉을 앞두고 선댄스영화제, 미국 비평가협회상 등 역시 수많은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며 ‘웰메이드(Well-made)’로 호평받는 작품이다. 2월 28일 개최되는 골든글로브(Golden Globes Awards)에서는 (안타깝지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나리〉와 더불어 노미네이션된 작품 후보를 보니 넷플릭스와 훌루(Hulu)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라온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골든 글로브 영화 부문 후보 중 넷플릭스 작품은 22개, TV 부문에서는 20개였다. 여기에 애플 TV 플러스(Apple TV+), 디즈니 플러스(Disney plus) 속의 작품들도 존재했다.
이전에도 아예 (전례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상할 일은 없다만 골든글로브 후보 작품들의 대부분이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스트리밍 전성시대 속에서 OTT 플랫폼의 강력함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인한 플랫폼의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듯하다. 완성도 있는 작품들이 줄기차게 나오니 영화제 노미네이트는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디즈니 플러스
넷플릭스와 함께 OTT 플랫폼의 떠오르는 강자로 디즈니가 종종 언급되는 편이다. 미키마우스, 디즈니랜드의 디즈니(Disney)는 사실상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마블(Marvel)의 세계관을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팬을 양산한 스타워즈, 애니메이션의 절대강자 픽사(Pixar)에 이어 내셔널지오그래픽까지 무장한 곳이 바로 디즈니가 아니던가. 디즈니는 2019년 북미지역에서 처음 OTT 서비스를 시작했다. 1년이 지난 후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고 전 세계 1억 명 구독자를 모아 넷플릭스를 위협하기도 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기존의 콘텐츠 세계관을 OTT 서비스를 통해 더욱 넓히는 추세다. 〈완다비전〉이라든지 〈호크아이〉 〈로키〉 같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스핀오프 작품과 더불어 역시 〈스타워즈〉의 스핀오프이자 스페이스 오페라로 유명한 〈더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의 확장판으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틀어 매우 큰 인기를 끌어모았다. 〈더 만달로리안〉은 〈아이언맨〉의 존 파브로가 연출, 극본, 제작에 참여한다.
아이언맨부터 헐크, 토르, 블랙펜서 여기에 소니픽쳐스로 잠시 둥지를 떠났던 스파이더맨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들어도 충분히 알만한 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하는 〈어벤져스(Avengers)〉는 글로벌 팬덤을 양산했고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엔드게임’은 전 세계 역대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염을 토했다. 〈토이스토리〉 〈인사이드 아웃〉 〈니모를 찾아서〉 여기에 〈겨울왕국〉까지 작품성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전 연령대를 장악하는 콘텐츠가 디즈니 플러스의 최대 강점이라 할만하다.
넷플릭스가 구독 서비스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면 글로벌 팬덤을 등에 업은 디즈니 플러스가 그 세계를 장악할 수도 있다. 물론 디즈니 플러스가 넘어야 할 산은 명백하게 존재한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만 보면 ‘대단하다’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최소한 충성도 있는 팬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기존 작품들이 가졌던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갖춰야 구독이 이어진다. 더불어 넷플릭스의 구독료를 뛰어넘을 수 있는 매력적인 비용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는 구독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독점 콘텐츠가 있다는 매력 자체가 구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킹덤〉으로 넷플릭스 구독을 시작했고 〈체르노빌〉을 보기 위해 왓챠플레이를 구독한 적이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곧 킬러 콘텐츠다.
디즈니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이미 발판이 될만한 IP들이 존재하니 성장세는 꾸준할 것 같다. 디즈니가 가진 캐릭터 판권과 앞으로 등장하게 될 독점 콘텐츠는 충성 고객들에게 충분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OTT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들은 더욱 깊은 선택의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
미디어의 유튜브 도전
OTT 서비스를 언급하면서 꾸준히 콘텐츠가 양산되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틱톡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유튜브는 지금 이 시간에도 각양각색의 콘텐츠가 올라오고 또 소비된다. 틱톡 역시 마찬가지.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라고 입이 닳도록 말하는 편인데 틱톡에 올라오는 밈(meme)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속도로 전파되곤 한다. 특히 틱톡은 영상 자체가 짧기 때문에 쉽게 소비되는 편이라 콘텐츠를 하나씩 소비하다 보면 훌쩍 시간이 흘러버릴 정도다.
유튜브는 연령 불문, 장르 불문, 남녀노소가 모두 크리에이터가 되어 콘텐츠를 양산하기도 한다. 도티나 허팝과 같은 기존 유튜버는 물론이고 배우,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셀럽들이 제작하는 콘텐츠를 보다 보면 ‘이 정도는 우리도 하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회사 앞 커피숍은 점심 이후 사람이 즐비한데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카페나 차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생각과 실전은 다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성공하는 케이스도 있겠지만 아무런 전략도 없이 맹목적으로 덤비는 것은 시간 낭비, 자원 낭비일 뿐이다.
일부 미디어들이 제작하는 영상들을 보면 텍스트나 사진 위주였던 뉴스들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경우들이 있다. 유사 언론 대부분 화제가 되는 키워드나 사진들만 짜깁기하는 경우들도 다수 존재한다. 방송사의 경우 TV를 통해 보도했던 뉴스 꼭지들을 유튜브 환경에 맞게 클립으로 재가공하는 사례도 있지만 SBS의 스브스뉴스나 비디오머그처럼 TV에서 다루지 못했던 영상 콘텐츠를 다수 제작하면서 유튜브 진출에 아주 좋은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사실 방송사나 종편채널은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작하기에 MBC의 오분순삭, SBS의 스브스캐치, JTBC의 JTBC 봐야지(Voyage)와 같이 콘텐츠 재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채널을 다양하게 구분하는 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템이 없는 미디어들의 유튜브 도전은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일단 카메라부터 들고 가는 경우들도 있고 제보를 통한 영상 수집도 존재하며 외부 커뮤니티에서 영상을 끌어와 재생산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나 일단 던지고 보는 무리수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조회 수에 관계없이 ‘위에서 시키니까’ ‘남들도 다 하니까’ 하는 류의 영상 제작은 매우 소모적이다. 나름대로의 전략으로 꾸준히 고민하고 도전하지 않는 회사야 없겠지만, 콘텐츠 빅뱅이 일어나는 스트리밍 시대에 ‘짜깁기’에 불과한 콘텐츠는 아무도 찾지 않아 결국 저 깊은 곳 어딘가에 묻히고 말 것이다. 제작한 사람조차 어디에 묻혔는지 모를 수도 있겠다.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OTT 플랫폼이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자신들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장르나 형식을 파괴한 고퀄리티의 콘텐츠를 성실하게 확보하는 것 또한 유저들의 선택을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다. 디즈니 역시 자신들의 강점이 오히려 약점이 되지 않도록 아낌없는 투자가 이뤄지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 가능성이 곧 잠재력이고 넷플릭스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진출을 예고한 디즈니플러스. 이미 수많은 사용자가 존재하는 넷플릭스. (감히 말해)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과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원문: Pen 잡은 루이스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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