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다라따~ 따라다라따~
혹시 마성의 BGM 중 하나로 유명한 이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뭔가 인테리어를 한 후 방문을 열 때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이 되곤 하는데요. 이 음악이 이렇게나 유명해진 것은 러브하우스라는 예능 덕분입니다. 러브하우스는 당대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로, 불우이웃의 집을 리모델링해주는 것이 주 내용이었고, 리모델링 후 집이 공개될 때마다 이 BGM이 울려 퍼지곤 했었지요.
그런데 러브하우스 종영 이후 무려 16년이 흐른 지난 1월 말, TV에서 다시 이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오늘의집이 무려 윤아를 모델로 발탁하여 만든 CF의 배경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 우리는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광고 찍지 않아도, 잘 나가던 오늘의집은 왜 TV CF 론칭을 선택한 것일까요? 그리고 이렇게 거금을 투자한 만큼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요? 오늘 데이터로 파헤쳐 볼 대상은 바로 오늘의집이 선보인 TV 광고입니다.
1. 오늘의집에게 어쩌면 광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지 모릅니다.
오늘의집, 누가 뭐래도 요새 가장 핫한 플랫폼 중 하나입니다. 우선 누적 앱 다운로드 1,500만, 회원 수 1,000만 명으로 전체 국민의 1/4이 쓰는 플랫폼이고요. 실적도 작년 가구 거래액만 4,000억 원으로 전체 거래액은 조 단위로 넘겼을 걸로 추정됩니다. 음, 근데 솔직히 이 정도면 스케일업 할 만큼 하지 않았나요? 굳이 TV CF까지 할 정도인가 싶은데요.
하지만, 오늘의집도 나름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우선 덩치가 커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충분치 않았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슈퍼앱 트렌드’가 있습니다. 슈퍼앱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메가 트렌드 중 하나로, 생태계를 구축한 거대한 앱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즉 한 마디로 큰 놈만 살아남는다는 뜻인 거죠.
더욱이 이들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송충이라고 솔잎만 먹지 않는다는 건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톡입니다. 카카오톡은 이제 단순한 메신저 앱이 아니라, 커머스, 금융, OTT까지 다양한 영역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슈퍼앱들이 선을 넘어 영토를 확장하면서 단일 기능을 수행하는 앱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의집도 앞으로도 쭉 인테리어 분야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보다 사용자를 더 모아야 합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는 곧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슈퍼앱에 잡아 먹히지 않으려면 스스로가 슈퍼앱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도대체 어느 정도 선까지 성장해야 하냐고요? 커머스 관련 앱 중에서 슈퍼앱 수준으로 커진 플랫폼은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정도입니다. 이들 3가지 앱은 전체 사용자 수 순위에서도 20위 안에 들어가고요. 셋 중에 가장 사용자 수가 적은 당근마켓도, 모바일인덱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안드로이드 기준의 MAU가 960만 정도 됩니다. 같은 기준으로 오늘의집은 고작(?) 280만에 불과하고 순위도 87위인 만큼 갈 길이 아직 멀다고 할 수 있지요.
이렇게 아직도 성장이 절실한 오늘의집이건만, 주어진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습니다. 특히 확실한 성장 동력이 부재하다는 것이 가장 문제입니다. 아니, 지금껏 고속 성장한 건 다 뭐냐고요? 사실 작년 오늘의집이 보인 미친듯한 성장은 외부 환경 영향이 컸습니다. 물론 재작년, 아니 그 이전부터 오늘의집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던 서비스였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은 분명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집이라는 공간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고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이죠.
코로나 19와 오늘의집 성장과의 상관관계는 아래 그래프를 보면 더욱 확실해지는데요. 놀랍게도 오늘의집 앱의 DAU의 전월 대비 성장률이 치솟던 시기는 코로나 대유행 시기와 정확히 겹쳐서 나타납니다.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 귀신같이 성장세도 주춤하고요.
그렇기에 오늘의집은 TV광고를 메인으로 한 대대적인 매스 캠페인을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장은 해야 하지만, 성장 동력은 통제가 안되니 말이에요. 실제로 앞서 언급한 3가지 커머스 기반 슈퍼앱은 모두 TV라는 미디어의 힘을 빌렸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쿠팡과 배달의 민족은 꽤나 장기간 TV CF를 진행했었고요. 당근마켓은 셋 중 유일하게 TV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유랑마켓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미디어에 노출이 되면서 슈퍼앱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당근마켓도 TV광고를 준비했었지만, 코로나 이슈로 인한 예산 삭감으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직도 TV광고는 매스 캠페인을 벌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검증된 채널입니다.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다곤 하지만, 아직 TV광고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습니다.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마켓컬리나 무신사 등은 TV CF를 통해 특히나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TV광고를 찍는다고 모두가 원하는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는 폭삭 망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일례로 현빈을 모델로 한 TV광고를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TLX PASS는 시작은 화려했지만, 결국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갈 정도로 끝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의집이 선보인 TV광고는 효과가 있었을까요?
2. 오늘의집 TV광고 효과, 분명 있긴 한데 애매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늘의집은 분명 윤아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박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수준이라는 거! 물론 아직 광고를 시작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는 건 감안하셔야 하고요. 따라서 앞으로 시간이 더 흘러야 진짜 제대로 된 성과 피드백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이 정도 효과가 나고 있구나, 라는 관점에서 앞으로의 내용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광고의 첫 번째 목적은 아무래도 인지도 제고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오늘의집에 대한 관심은 얼마나 늘었을까요?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 네이버 검색량 추이를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구글트렌드도 살펴보았는데 흐름 자체는 대동소이하고 특성은 네이버 쪽이 더 뚜렷하게 나와서, 네이버 데이터를 기준으로 설명드리려 합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DAU 성장률과 동일하게 코로나 대유행 시기 때마다 검색량이 팍팍 늘어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최고점을 찍은 시점이 이승재 대표가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을 때라는 거네요.
그럼 광고 효과는 어땠냐고요? 예능 출연 효과가 떨어지면서 같이 하락하던 검색량이 광고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 거 보이시죠? 분명 광고 효과는 있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이미 오늘의집은 충분히 유명했다는 거. 더욱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올해 1월 초에 유명 예능에도 노출되면서 인지도를 한 번 더 높였다는 거겠죠? 그래서 인지도 제고 측면에서는 효과가 영 애매합니다.
이미 언론사에 홍보 기사도 뿌릴 대로 뿌린 만큼 광고 론칭 시점 이상의 검색량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 것 같은데요. 다만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높아진 검색량이 얼마나 완만하게 하락하느냐가 아닐까 싶네요.
이처럼 인지도 측면에서 애매했다면 실제 전환 효과는 어땠을까요? 아무래도 TV광고의 전환 효과는 신규 고객을 얼마나 모았는가를 기준으로 살펴보는 게 정확하겠죠? 그래서 오늘의집 앱의 신규 설치자 수 추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분명 광고 론칭 이후 일평균 앱 설치자 수는 1월 평균 대비 12% 정도 상승합니다. 작년 12월 대비해서는 30%나 성장했고요. 이미 코로나 3차 대유행 때문에 오늘의집 앱의 신규 설치자 수가 전년도 11월 저점을 찍은 후, 다시 꾸준히 상승했다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살짝 아쉬운 부분이 분명 있는데요. 무신사는 유아인을 뮤즈로 발탁하여 캠페인을 진행한 후 설치자 수가 무려 60%나 늘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늘의집이 무신사보다 방문자 수와 설치자 수 규모가 모두 더 큰 건 사실이지만, 규모로는 무신사도 결코 작진 않기 때문에 결론적으론 역시 애매하지 않나 싶은 실적값이네요.
3. 성공한 광고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오늘의집 TV광고 효과, 분명 있긴 한데 잘했다고 평가하긴엔 애매합니다. 물론 앞으로의 추이를 계속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왜 오늘의집은 누가 봐도 대박인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일까요?
사실 광고 론칭을 기점으로 오늘의집이 보여준 마케팅 액션들은 훌륭했습니다. 광고 론칭 시기에 맞춰 카카오페이 등과 함께 외부 제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였고요.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에선 ‘따라다라따’라는 문구나 모델 윤아의 이미지 등을 차용하여 통일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러한 노력 덕분에 대박은 아니지만, 중박 정도의 효과는 거두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분명 여기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모델의 적합도 여부입니다. 분명 윤아 분은 높은 인기와 더불어 좋은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연예인이긴 합니다. 그리고 본인부터가 오늘의집 서비스의 애용자라고 밝히기도 했지요. 하지만 마켓컬리와 전지현, 무신사와 유아인이 보여준 케미에 비하면 조금 부족해 보이지 않나요? TV광고로 대박을 낸 두 모델은 정말 각각의 플랫폼이 추구하는 정체성과 딱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주변에서도 두 광고만큼은 모델을 정말 찰떡같이 뽑았다며 감탄을 보내곤 했었습니다.
또한 정확한 내부 사정은 모르지만, 타깃 목표 자체가 아주 뚜렷하진 않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먼저 마켓컬리는 인지도 제고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마켓컬리는 얼리한 서비스에 가까웠고요, 첫 구매만 하면 잔존율은 매우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지상목표였고, 그래서 이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TV CF를 론칭했던 겁니다. 이렇게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집중한 덕택에 브랜드 인지도를 70% 선에서 90%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신사는 단순한 인지도보단 신규 고객 확보에 보다 방점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광고를 통해 신규 고객을 모은 뒤 궁극적으론 블랙프라이데이를 흥행시키고자 했었죠. 그래서 11월 블프 행사에 앞서서, 10월 초부터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했고요. 무신사의 고객이 많은 버스 정류장 등에서 BTL 옥외광고도 병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래플 이벤트, 경품 이벤트, 랜덤 쿠폰 이벤트 등도 같이 진행하여 적극적인 가입까지 유도시켰습니다. 그 결과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앱 설치자 수는 무려 60%나 증가하였고요. 작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도 무려 180%나 성장한 거래액 743억 원의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오늘의집은 이 둘과 달리 아주 뚜렷한 지향점이 보이진 않는데요. 그러다 보니 광고와 함께 진행한 여러 액션들도 하나로 묶이진 않고 있고요. 결국 기대보단 아쉬운 결과를 낳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마무리하며
지금까지 오늘의집이 TV광고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현재 시점의 성과. 그리고 기대보다 성과가 아쉬웠던 이유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계속 강조하긴 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닙니다. 이제 오늘의집이 준비한 매스 캠페인은 막 시작되었을 뿐이고요. 앞으로 반전의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성공 유무를 떠나서, 이번에 다룬 오늘의집 사례는 정말 거저먹는 마케팅은 없구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 유명 모델을 써서, TV광고를 집행해도 당연한 성공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명확한 목표와 치밀한 기획, 그리고 짜임새 있는 실행이 뒤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합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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