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안 돼서 브런치를 떠난다는 작가님을 종종 봅니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멈추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광고를 붙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이동하여 계속해서 글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불만은 상당합니다. 브런치도 어서 작가에게 수익이 되는 솔루션을 적용해달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브런치는 그 어느 수익원도 없습니다. 쓰는 사람도, 심지어는 브런치도 수익원이 없습니다. 혹자는 브런치 공모전을 할 때 작가와 출판사를 이어주며 그 어떤 수수료를 받는 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뿐더러 그렇더라도 그리 큰돈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저는 항상 ‘왜’를 탐구합니다. 저 스스로와 세상에 질문을 던집니다. 나에게도 돈이 안 되고, 브런치도 돈이 안 되는데 나는 브런치에 왜 글을 써야 하고 브런치는 또 왜 우리 글을 노출해주고 기어이 작가로 만들어 주는 걸까요? 아마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그 이유를 분명 알게 될 겁니다.
세상에 돈과 연관되지 않은 플랫폼은 없다
만약 브런치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면 아마 곧 서비스를 중단했을 겁니다. 아니, 아예 시작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수익구조가 없기 때문입니다. 추후에 유료화를 했다면 그 결과도 불 보듯 뻔할 겁니다. 도대체 브런치는 어떻게 살아남아 운영되는 걸까요?
브런치는 ‘다음카카오’라는 거대한 갤럭시 안에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브런치도 그 안에서 제 역할이 분명 있을 겁니다. 세상에 돈과 연관되지 않은 플랫폼은 없습니다. 브런치가 보통 작가로 만들어주는 고마운 플랫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선사업단체는 아니니까요.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의 주 수익원이 뭔지를 물으면 아마 다들 금방 답을 내어놓으실 겁니다. 맞습니다. ‘광고’입니다. 그렇다면 그 광고의 단가는 어떻게 설정될까요? 바로 사람들의 유입 수와 클릭 수입니다. 한마디로 사람들을 많이 모아야 합니다.
포털 사이트가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서비스, 둘째는 콘텐츠입니다. 서비스는 검색창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우리 사이트에 와서 얼마든지 검색을 하라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이 외에도 메일, 클라우드, 예약이나 스케줄과 같은 생활 편리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죠. 콘텐츠를 볼까요. 뉴스나 유머, 웹툰이나 웹소설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겁니다.
브런치의 역할은 바로 콘텐츠에 있습니다. 지금 ‘다음’ 포털 사이트를 한 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뉴스와 함께 브런치 글들이 함께 올라와 있습니다. 즉 브런치는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여기서 하나 더 알 수 있는 인사이트는 바로, 왜 브런치가 작가를 가려 받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뉴스와 동급으로 노출이 되는 콘텐츠인데 퀄리티가 낮은 글이 올라오면 안 되겠죠.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브런치의 속성을 알고 나면 작가 등록 과정이 이해됩니다.
브런치, 나에겐 돈이 될까?
브런치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사람들을 유입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과 그것이 곧 광고로 연결되어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브런치는 우리에게 돈이 될까요? 사실 저는 이 질문이 ‘우문’이란 생각입니다. 브런치는 돈을 바라고 쓰는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답’을 해볼까요? 브런치는 우리에게 돈 이상의 가치, ‘개인 브랜딩’을 선사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백하건대 저는 브런치를 통해 연봉 이상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책 출간과 그로 인한 강연, 작가의 페르소나를 쓰고 진행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분에게 글쓰기의 가치를 전달하고, 그 가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환산되어 저에게 돌아오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브런치가 각 개인에게 돈이 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걸 누구보다 반대합니다. 애드센스나 광고 배너가 붙는 순간, 브런치 고유의 가치는 사라지고 맙니다. 진솔함이 사라지고, 다른 플랫폼에선 볼 수 없는 ‘절망’이라는 삶의 진실을 잃게 됩니다.
더불어, 광고를 붙이는 순간 나의 글쓰기는 내 목소리보다는 남에게 읽힐 글로 전향됩니다. 키워드 중심의 글쓰기, 노출에 목맨 글엔 ‘나’가 없습니다. 나 자신이 빠진 글쓰기는 진솔할 수 없습니다. 진솔하지 않은 글엔 감명이 없습니다. 감명이 없으면 이내 곧 허무함이 몰려옵니다.
저는 만약 지금까지도 책을 내지 못했거나, 제 글이 돈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마 계속해서 브런치에 글을 썼을 겁니다. ‘글쓰기’라는 본질을 가장 잘 담아내는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꾸준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중구난방 쓴 글들도 아주 멋있고 있어 보이게 잘 담아내 주죠.
개인 브랜딩을 하기에 최적의 플랫폼
처음부터 돈을 바라보지도 않았고, 지금도 ‘돈’이란 목적보다는 ‘가치’라는 의미를 담아 글을 써 내려갑니다. 브런치에 애드 센스를 붙여 당장에 돈 얼마를 버는 게 그리 중요할까요? 플랫폼에 기댄 수익과, 나를 알아가며 글쓰기를 통해 구축한 개인 브랜딩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을까요?
브런치는 ‘나를 돌아보는’ 개인 브랜딩을 하기에 최적의 플랫폼이라 생각합니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 답답해할 필요 없습니다. 브런치에 쌓인 글들이 결국 우리에게 어떻게든 자본이 되고 도움이 될 겁니다. 그 글 안에는 우리 자신이 있고, 우리의 고뇌와 질문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를 돈의 수단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돈의 수단으로 보는 순간,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것들을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단기적인 수익을 발굴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게 더 값어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글쓰기를 위한 최상의 수단이자 친구입니다.
많은 분이 브런치를 통해 나의 일상을 꺼내고, 나의 평범한 일상도 글이 되고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걸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와 브런치가 주는 돈 이상의 가치이자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원문: 스테르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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