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우유에서 카페라떼로 넘어가는 순간 어른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합법적인 어른의 맛.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열심히 커피우유를 마셨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멋져 보이고, 따라해보고 싶었으니까. 애들은 안된다며 커피를 허락하지 않았던 엄마 앞에서도 커피우유는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엄마처럼 커피우유에 에이스 과자를 찍어 먹던 어린이가 어느새 카페에서 카페라떼를 주문한다. 오늘은 추억의 삼각우유, 커피우유에 대한 이야기다. 카페라떼와 비슷한듯 다른 커피우유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카페라떼와 커피우유는 다르다?
먼저 카페라떼와 커피우유는 단순히 국적 이상의 차이가 있다. ‘우유를 넣은 커피’와 ‘커피를 넣은 우유’가 다르냐고 할 수 있는데, 다르다. 우선 카페라떼는 우유를 넣은 커피(Cafe Latte)다.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우유거품을 넣어서 만든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카페라떼는 커피의 한 종류에 속한다. 17세기부터 인류와 함께했다.
반면 커피우유는 커피 맛이 나는 우유(Coffee Flavor Milk)다. 우유에 커피향을 추가한 우유인 것이다. 마치 진짜 새우는 들어있지 않지만 자기만의 매력이 있는 새우버거 같은 거랄까?
그렇다면 커피우유는 언제 나타난 것일까?
누가 커피우유를 삼각형 팩에 넣었나
1970년대는 우유가 유리병에 담기는 게 당연한 시대였다. 하지만 공병 회수가 어렵고, 위생이 잘 관리되지 않던 것이 단점. 서울우유는 기술력을 동원해 삼각형 모양의 비닐팩 ‘삼각포리’를 개발한다. 재질은 폴리에틸렌. 가볍고 잘 찢어지지 않아 우유를 담기 적합했다. 아무리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니. 지금으로 치면 유통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달까? 하지만 하얀 우유는 2년 만에 방을 빼주게(?) 된다.
1974년, 서울우유에서 최초의 커피우유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커피포리 200’의 탄생이다. 커피포리는 출시 직후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 당시는 커피가 고급 문화에 속해 무척이나 값이 비쌌기 때문에 귀한 커피맛을 느낄 수 있는 저렴한 우유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또한 손에 잡으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피라미드 모양도 인기를 더했다. ‘삼각우유’, ‘삼각커피우유’ 등 여러 애칭으로 불리며 입소문을 타고 퍼지게 된다. 가위가 없으면 먹기 힘든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민학생들은 맨손으로 빨대 꽂기 신공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커피포리는 연매출 200억을 가뿐히 찍는 국민 커피우유로 자리 잡는다.
커피우유, 고카페인의 격전지가 되다
커피 속에, 커피에몽, 커피맛 단지 등 수많은 후발주자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커피포리’의 아성을 이길 자는 없어 보였다. 2016년, 심상치 않은 강아지가 편의점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GS25에서 ‘스누피 커피우유(유어스 더 진한 커피)’가 출시된 것이다.
사진 한 장의 파급효과는 엄청났다. 시험을 앞둔 대학생, 야근러들이 편의점에서 스누피를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스누피 우유에는 커피포리의 5배, 핫식스의 4배에 달하는 높은 카페인이 들어있었다.
오랜 기간 애들용으로 취급되어 왔던 커피우유 시장이 순식간에 고카페인의 격전지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카페인이 많이 든 줄 모르고 그저 귀여운(?) 커피맛 우유를 선택한 소비자들이었다.
우유를 우유라 부르지 못하고
스누피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랄까? 결국 2018년, 식약처는 결단을 내린다. 커피 성분이 들어간 모든 ‘커피우유’의 식품 유형을 ‘커피’로 변경하게 만든 것이다. 소비자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우유를 우유라 부르지 못하게 된 상황. 수많은 커피우유들이 ‘커피’로 이름을 개명하게 된다.
그러자 ‘우유속에 모카치노’ 시리즈는 ‘커피속에 모카치노’로, 스누피 커피우유는 ‘더 진한 커피 담은 커피’를 거쳐서 ‘더 진한 커피’가 되는 웃픈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기존 소비자들은 이름과 상관없이 팩 모양을 보고 커피우유를 찾았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나 같은 사람도 있었겠지만.
커피포리부터 스누피까지, 커피우유란 무엇인가
이제 한국은 세계 6대 커피소비국으로서 1인당 연간 300잔이 훌쩍 넘는 커피를 마신다. 카페의 부흥과 함께 편의점도 크게 변화했다. 그동안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표방하는 수많은 커피음료들이 생겨났다. 요즘에는 카페형 편의점이 등장해 원두 커피 기계로 커피를 즉석으로 내려마실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원두의 산지를 따져 커피 맛을 구분할 만큼 입맛도 고급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커피우유의 설 자리는 영영 없어지는 걸까?
아니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맛으로, 어린이들의 즐거움으로 커피우유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우유다. 또한 카페인이 받지 않지만 커피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음료로 커피우유는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지 않을까?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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