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언제나 ‘빨리빨리’를 외친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 놀라면서 ‘정말 너무 편리해요!’라는 감탄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빨리빨리 문화는 무엇이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무엇이든 여유가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해 살아가는 우리는 항상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산다. 왠지 모르게 안 바쁘면 뭔가 굉장히 잘못된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러면서도 여유를 추구하기 때문에 우리는 <윤식당>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저 나라 사람들처럼 여유 있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바쁨 중독』이라는 이름의 책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 또한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자신의 일정표에 일정이 없는 시간을 허용치 않는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잘 살기 위해서 한사코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를 가지게 되었어도 똑같이 시간이 없어서 일에 쫓기는 자신의 삶에 대단히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굳이 일요일에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데, 무심코 업무 이메일을 보고 마는 거다.
어느 사회에서나 게으름은 죄악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단순히 부지런하지 않으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 그런 삶 자체가 그릇된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메시지는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바쁨 중독』은 오래 전의 글을 인용한다.
20세기 초에는 작가들이 사람들의 나태함을 질책하는 일이 흔했다. 아래는 『바쁨 중독』의 발췌글로, <인디애나폴리스 스타>라는 잡지에 존 캔디 딘이 기고한 글을 인용하며 작가의 견해를 덧붙이고 있다.
하루 6시간, 8시간, 10시간, 설령 12시간 일을 했더라도 남은 시간을 향락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영화나 극장, 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모든 여가를 잘 활용한다면 제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양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일이 정체성과 통합되고 있었다. 은행가이자 소설가로 일하면서 취미로 고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이제 사라졌다. 산업 시대에는 엔지니어, 발명가, 그리고 헨리 포드 같은 기업가의 지위가 올라갔다. 포드의 노동관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쳤고, 그의 자서전 발췌문은 산업에 관한 논문이라기보다는 설교에 가까웠다. 그의 글은 이런 식이었다.
“일은 우리의 정신 건강과 자존심을 지켜주고 우리를 구원해준다. 부, 행복은 일을 통해, 오직 일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다.”
이 아이디어가 세상에 가져온 변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간이 돈일 때, 한가롭게 보낸 시간은 돈의 낭비가 된다. 현대 사회의 모든 스트레스의 밑바탕에는 시간은 너무 소중해서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있다. 우리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어딘가에 쓴다. 우리에게 더 이상 여가가 없는 게 당연하다.
- 본문 82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을 살면서 최소 한번 이상은 들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허투루 보내는 시간 만큼 우리의 돈은 빠져나가고 있으며, 그 시간 동안 일을 한다면 더 부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고도 발전기의 테제였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때와 다르다. 발전된 기술을 이용해 같은 시간이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여러 IT기기를 이용해 여유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바쁘다. 왜냐하면, 그 기술이 준 공백의 여유를 즐기지 않고 새로운 일을 찾아서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NS가 있다. 우리는 여가를 보내는 자신의 모습을 계속 SNS에 업로드하며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여가를 즐기고 있는지 자랑한다. 이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하지만 SNS 안에서조차 더 잘 보이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는 게 문제다. 이에 대해 『바쁨 중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끊임없는 비교’라는 이 해로운 습관은 없앨 수 있다. 먼저, 남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인터넷으로 확인하지 마라. 컵케이크를 만들고 싶다면 요리책을 참고하라. 핀터레스트를 샅샅이 뒤져 ‘궁극의 컵케이크 레시피’를 찾고, 완벽한 컵케이크를 만들겠다고 특별한 장식 도구를 잔뜩 장만하지 마라. 그러다가는 정작 컵케이크를 만들기도 전에 제풀에 지쳐, 서랍 어딘가에 그 도구들을 처박아두고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요즘은 직접 요리한 음식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따라서 특히 요리는 유래한 비교의 치명적 원천이 될 수 있다.
- 본문 301
끊임없이 비교를 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공부와 업무만 해도 충분하다. 굳이 취미 활동까지 남과 비교하며 좋은 결과물을 만들려 발버둥칠 필요가 없다. 어제의 나보다 잘 해낸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바쁨 중독’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중요한 것은 ‘공백의 시간을 공백으로 두는 것’이다. 공백의 시간에 괜스레 더 일하려고 하지 말자. 이미 우리의 시간은 충분히 압축되어 있다. 여기서 더,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면 우리의 몸과 정신이 망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직장인 우울증, 공황장애가 드물지 않은 정신 질환이 된 게 그 영향일 것이다.
그래서 『바쁨 중독』의 저자는 공백의 시간을 공백으로 보내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시간을 기록하라, 일정표를 짜라, 비교를 멈춰라, 비현실적인 비교 기준을 버려라 등등.
부지런하고 바쁘다는 것은 분명히 미덕일 테지만, 오로지 ‘바쁘기 위해서’ 내 삶을 위한 시간까지 일에 투자한다면 당신은 ‘바쁨 중독’이다. 이제 바쁨 중독에서 벗어나 진짜 삶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분명히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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