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 중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공식적으로 정의된 용어는 아니지만, 바쁨 중독이란 대략 바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고 시간을 대부분 무언가에 열중해 바쁘게 지내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러분도 바쁘지 않으면 불안하고, 자발적 야근을 하고, 주말도 희생하면서 자기계발에 힘쓰시나요? 이번 글에서는 바쁨 중독의 원인과 문제점, 해결 방안을 다룹니다.
1. 바쁨 중독의 원인
바쁨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과 스스로 만든 것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나에게 부과된 일이 많아서 바쁜 것은 이 글에서 논외로 하고, 내가 만들어낸 바쁨은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기인합니다. 또한 그 생각 속에는 늘 뒤처지면 안 된다는 ‘불안’이 잠재되어 있죠.
우린 어려서부터 늘 사회와 부모로부터 평균 혹은 평균보다 높은 상태를 가져야 한다고 강요받았습니다. 이러한 강요 속에서 자란 우리는 스스로가 평균보다 높은 상태일 때에는 다소간 자신감이 높아지곤 했지만, 평균보다 낮은 상태에는 스스로를 실패자 혹은 부족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싶지 않아 이 ‘평균’에 포함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성적도, 대학도, 직장도, 재산도 평균 수준 혹은 평균 이상의 수준에 속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습니다. 문제는 이 평균이 실제보다도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소득에 관한 실제와 인식의 차이를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1,1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제 중산층은 월 374만 원의 소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그들 대부분이 자신은 중산층이 아니라 중산층 아래(79%)라고 인식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의 조사 결과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월 소득 515만 원에 순 자산 6억 6,000만 원이 있어야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정리하면 많은 사람이 실제보다도 높은 평균을 삶의 기준으로 살아가며 이로 인해 스스로를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비단 이 사고방식은 소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 전반에 걸쳐 있습니다. 늘 어느 정도 부족해 보이는 나의 삶 속에서 평균에 도달하기 위한 그리고 불충분함을 채우기 위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아?’가 실제로는 바쁨 중독에 해당하는 ‘쉴 틈 없이 뭔가를 해야 해’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이 정도라는 것이 점점 더 높아져 간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참 열심히 삽니다. 업무도 열심히,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주말에 쉬지도 않고 여행도 열심히 다니죠. 많은 것들이 공개되고 공유된 이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긍정적인 작용도 일어나지만, 비교를 통해 서로의 기준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부작용도 불러왔습니다.
또한 날로 어려워지는 것으로 보이는 경제 상황은 우리에게 나날이 커지는 불안을 안겨주었습니다. 내가 있는 이 자리가 대단한 자리가 아닐지라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살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이렇게 개인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상황은 우리들을 바쁨 중독에 걸리게 합니다. 우리들은 그저 평균적인 삶을 살고 싶은 것인데, 너무 높게 형성되어버린 기준과 상황 때문에 쉬지 않고 열심히 살게 되는 것입니다.
2. 바쁨 중독의 문제점
바쁨 중독은 우리에게 많은 해악을 끼칩니다. 먼저 신체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내과 의사인 수잔 코번 박사에 의하면 바쁨 벼(바쁨 중독)은 피로감, 과민함, 불면증, 불안감, 두통, 속 쓰림, 내장 장애, 요통, 체중 증가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늘 쉼 없이 열심히 해야 살아야 한다는 압박은 우리들을 피로하게 하고, 잠에 들 때에도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떠올라 불면증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로 인한 내장 장애, 두통 등에 걸리게 되는 것이죠. 신체적인 문제를 떠나서 직장에서 맡은 일을 잘 해내는 데도 바쁨 중독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쉬지 않고 무언가에 열중해야 한다는 압박은 개인의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소모시키고, 더불어 발생하는 완벽주의는 주어진 각각의 과제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제시간 내 과제를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됩니다. 바쁨 중독자들은 정작 제대로 해내야 할 일을 실패하고 이는 ‘내가 부족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만들어내는 악순환으로 연결됩니다.
최근 많은 사람이 외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 측면에서도 바쁨 중독은 문제가 됩니다. 당연하게도 바쁨 중독은 일에 대다수 시간을 할애하므로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깨뜨리며, 그로 인해 삶의 만족도 역시 떨어지게 됩니다. 불안과 압박 속에서 삶을 살 뿐, 만족하거나 긍정적인 감정으로 살지 않는 것입니다. 열심히 해서 얻는 만족은 아주 짧게 지속되고, 그것을 즐길 시간을 아까워하며 다시 바쁘게 살게 되는 것을 반복하고,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것입니다.
3. 바쁨 중독의 해결
바쁨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삶의 기준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가 암암리에 부과한 기준 말고 스스로가 만들어낸 기준으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바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바쁨을 토대로 좋은 성과를 내고 좋은 평가를 받으며 즐거운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그 사람에 맞는 삶의 스타일입니다. 여러분은 그 사람과 정확히 같은 유형의 사람이 아니며, 각자마다 자신에게 맞는 삶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삶의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 하기 위해서만 태어났는가?
아마도 바쁨 중독자들에게는 이런 질문들로 바뀌겠지요. “내가 나의 여가시간은 하나도 없고 일만 하기 위해서 태어났나?” “늘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태어났나?” “주말에도 못 쉬고 자기 계발하려고 태어났나?” 여러분은 분명 그러려고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러분은 삶의 다양한 측면을 느끼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태어났습니다. 살면서 이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제 불안에서 기인한 바쁨에서 벗어나 여러분이 살고 싶은 삶을 정립하고 그 고유의 방식으로 삶을 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