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앱을 익히고 습관화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쓰던 앱만 씁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외에도 쓰던 이커머스 앱만 쓰고, OTT도 보던 것만 봅니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나오는 서비스에도 쉽게 적응하지 못하게 되네요. 그래서 그렇게 중국에서 슈퍼앱을 강조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워낙 유튜브 보는 것에 익숙하기도 하고, 영상은 가로로 제대로 봐야 한다는 주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새 그렇게 유행이라는 틱톡을 이용할 일도 없었습니다. 이슈가 있을 때나 스터디할 때 찾아보는 게 전부였죠.
하지만 거의 1년을 쓰다 보니, 틱톡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더군요. 왜 심심할 때마다 틱톡을 틀게 될까요? 바로 ‘엄지’ 하나로 모든 기능을 이용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따로 보고 싶은 영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 평소 보는 영상을 기준으로 틱톡의 AI가 알아서 추천해 줍니다. 저는 별생각 없이 틀기만 하면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틱톡은 ‘엄지 UI’ 활용의 최정점에 서 있습니다.
일단 틱톡은 홈 화면이 없습니다. 바로 영상으로 시작하죠. 틱톡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제가 화면에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위아래 스와이프, 오른쪽 스와이프, 그리고 영상 화면 우측의 4개 버튼들이 오늘 풀어볼 ‘엄지 UX’의 핵심입니다.
1. 상하방 이동 스와이프
틱톡을 처음 써보신 분들은 다른 영상을 찾을 때 다소 헷갈리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틱톡은 영상들이 상하방으로 붙어있는 모양새입니다. 이전 영상을 보고 싶다면, 위의 영상을 끌어내리듯 엄지로 내리면 됩니다. 새로운 영상을 보고 싶다면, 아래의 영상을 끌어올리듯 엄지로 올리면 됩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의 영상 콘텐츠만 소비했던 분들이라면 매우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상을 ‘찾는’ 것에만 익숙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영상을 찾는 과정이 생략되는 게 틱톡을 쉽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엄지로 왔다 갔다만 하면 새로운 영상을 몇 개는 볼 수 있으니까요.
재미없으면 바로 올려버리면 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틱톡에는 수많은 영상들이 올라오니까요. 여기에는 틱톡의 AI도 한몫을 단단히 합니다. 틱톡에서 크리에이터에게 시청 지속시간에 대해 어떤 페널티와 메리트를 부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천 탭에 지속적으로 뜨는 영상들은 끝까지 볼 만한 게 많습니다. 내가 구독한 채널과 주로 봤던 영상들, 반응했던 영상들의 복합적인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추천될 테니 당연히 유사한 영상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유튜브와의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유튜브는 오로지 ‘제가 좋아한 영상들’만 보여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신선하고 새로운 영상을 찾기가 어렵죠. 하지만 틱톡은 추천 알고리즘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영상도 하나둘씩 끼워 넣어 제게 추천합니다. 이 추천의 강도는 유튜브보다 강한 편입니다. 보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들죠.
나에게 이런 취향이 있었나?
그렇게 느껴질 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새로 또 구독하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죠.
2. 스크린 내 4가지 행동
위의 영상에서도 보이듯이, 제가 오른손잡이라고 가정했을 때 영상에 대한 저의 흥미나 구독, 관심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일 위에는 해당 영상이 올라온 채널의 썸네일과 구독 버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굳이 채널에 들어가지 않고도 플러스 버튼을 한 번 누르면 구독할 수 있습니다.
틱톡에서는 구독한다고 해서 제 피드가 이 콘텐츠에 지배당하지 않습니다. 상단에 팔로잉 채널 탭을 따로 구성해 두었기 때문에, 추천 탭에서만 놀면 구독 채널 중에서도 일부 인기 있는 영상만 뜨는 것입니다. 유튜브에서는 막상 구독해 보니 재미없는 영상만 올리는 바람에 채널을 구독 취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틱톡에서는 그런 단점이 해소된 것이죠.
또 ‘좋아요’를 표시하는 행동도 그렇습니다. 화면을 엄지로 두 번 두들기면 ‘좋아요’가 되고, 다시 두 번 두들기면 취소됩니다. 구독 버튼 아래 붉은 하트를 채워 좋아요를 표기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싫어요’는 없습니다. 굳이 그런 기능을 표시하지 않더라도 틱톡이 알아서 판단하여 배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므로, 긍정적인 취향만 수집하는 것입니다.
그 아래는 댓글 칸입니다. 크게 영상을 방해하지 않는 한에서 재생 중에 보여지고, 바로 닫을 수도 있습니다.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도 우측에 배치해 둔 것이죠.
마지막으로, 넛지 기능인 ‘공유’가 제일 우측의 하단 모서리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기능을 통해 쉽게 틱톡의 영상을 외부 세계로 뻗어 나가게 만들 수 있습니다. 틱톡이 다른 채널과의 교류와 수용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3. 우측 스와이프, 채널 방문과 타SNS채널 진입
크리에이터의 채널이 궁금해졌다면, 우측으로 스와이프하면 됩니다. 매우 손쉽게 채널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영상이 전반적으로 별로다 싶으면, 다시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면 됩니다. 그러면 영상 필름 롤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틱톡 내 유저의 행동을 매우 간결하게 만든 구조죠. 유튜브의 채널에 한 번 들어가 봤다가 나오기 힘들었던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이 기능이 얼마나 파워풀한지 체감되실 겁니다.
또 틱톡이 중국에서 만든 앱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폐쇄성을 끊어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공유 기능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아예 채널 중앙에 인스타그램 모양의 버튼을 가져다 놓고 해당 크리에이터의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채널 등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게끔 만든 것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누르면 바로 해당 앱이나 웹 채널로 이동합니다. 저는 3개 서비스 앱을 모두 갖고 있어서 해당 앱으로 바로 이동했습니다.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만, 쉬운 정책은 아니죠. 3개 서비스가 모두 틱톡과 경쟁하는 관계이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만큼, 고객을 쉽게 이탈시킬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틱톡 유저들은 해당 크리에이터의 다양한 활동을 궁금해하고 더 알고 싶어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능을 통해 더 많은 장기적 로열티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매료된 팬은 다시 틱톡에서 영상을 소비하게 될 테니까요.
마치며
오늘은 틱톡이 어떻게 엄지 UI를 만들어 사람들을 익숙하게 만들었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세로 영상이어서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과 한계는 모바일에서 엄지손가락이 발휘하는 위엄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모두 깨부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최근 인스타그램의 행보를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하단에 새로 추가된 하단의 ‘샵 기능 버튼’과 상단으로 옮긴 ‘인터랙션 정보 기능’은 세일즈를 극강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유저들의 불편감을 높였습니다. 무척 상업적인 관점으로 해석되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죠.
틱톡의 이 간편한 ‘엄지 UI’는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요? 틱톡은 현재의 기조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무척 흥미로운 행보가 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원문: 글쓰는 워커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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