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나이 서른둘에 전동킥보드를 처음 타보았다. 그리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이렇게 재밌다니. 도로를 가르며 바람을 맞는 전동 킥보드의 느낌은 형언할 수 없는 해방감을 주었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 나왔던 수많은 사고 뉴스들, 그리고 걱정들을 지켜보면서 의아했다.
아니, 대체 저 위험한 걸 아무나 타도 되는 거야?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이 그저 전동킥보드는 위험하다고, 비싸다고 망설여 왔다. 여우와 신포도마냥 내가 탈 것이 아니라면 혀나 끌끌 차면서 킥보드 타는 사람들을 비난하기나 했다. 이처럼 타기 전까지는 전동킥보드 혐오론자라고 할 만큼 지독하게 싫어했지만, 이제야 사람들이 왜 타는지 알겠더라.
킥보드를 몇 개 타보면서 느낀 점은, 성능의 차이는 거의 없되 서비스 지역과 가격, 마케팅 형태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각 브랜드별로 특성을 정리해 보고, 각자 타겟팅하는 페르소나 고객들을 찾아보고자 했다.
1. 강남-잠실에 사세요? 그럼 ‘킥고잉’
킥고잉은 국내 최초로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요 지역은 강남·잠실이다. 다른 강남-잠실 업체들이 많은데도 굳이 킥고잉을 첫 번째로 꼽은 것은, 단연 가격 때문이다. 구형 기준으로 최초 대여 후 5분당 1,000원, 이후 1분당 100원이라는 매우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 중이다.
여기서 잠깐. 앞으로 ‘최초 대여’와 ‘잠금 해제’라는 용어를 쓰게 될 텐데, 잠긴 킥보드를 풀어주는 1회성 비용을 뜻합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서비스도 있고, 바로 1분당 비용을 요구하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따라서, 강남이나 잠실처럼 도로 정비가 깔끔하게 되어있는 곳에서 5분 내 거리를 이용할 경우 잠금 해제 비용을 포함해도 1천 원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메리트. 타 서비스에 비해서 분당 이용 비용도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장·단거리 이용자 모두에게 좋은 서비스라고 확신한다.
물론, 강남-잠실 지역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타지역으로 벗어나게 되면 아무리 가격 정책이 합리적이어도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세줄 요약
- 강남, 잠실에 많다
- 10분 이용 시 1.500원
- 20분 이용 시 2,500원
2. 비강남-잠실에서 가성비를 찾는다면 ‘씽씽’
씽씽은 심부름 대행 서비스 ‘띵동’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새롭게 시작한 모빌리티 서비스다. 국내 킥보드의 시작이 킥고잉이라면, 국내에서 가장 넓은 커버리지를 갖고 있는 서비스는 씽씽이 아닐까 싶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서비스된 공유 킥보드 중 광역시 단위까지 나간 킥보드 업체로는 라임을 제외하고 유일하다.
씽씽을 킥고잉 다음으로 소개하는 이유는 역시 합리적인 잠금 해제 비용과 분당 추가 요금 때문이다. 평일로 한정하면 킥고잉과 동일한 잠금 해제 비용 1,000원에 5분 무료 주행을 제공한다. 1분당 주행 요금도 100원으로, 매우 합리적인 편이다.
문제는 심야나 주말에는 할증 요금이 붙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모든 교통이 끊겨 택시밖에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정하면, 여전히 합리적인 요금이다. 애초에 단거리 이동에 포커스를 맞춘 라스트 마일 서비스다. 단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심야 택시밖에 없는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이미 사명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가 연초에 판매한 1년 정기권을 가지고 있다면, 1년 내내 단돈 99,000원에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가성비로는 킥고잉 저리가라다.
문제는 킥고잉이 강남-잠실에 집중해서 킥보드를 배치한 반면, 씽씽은 넓은 지역을 커버하면서 밀도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쉽게 도심에서 씽씽 킥보드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프리패스권을 산 사람들의 사용성도 함께 떨어진 셈이다.
세줄 요약
- 그래도 도심지에서는 (송파 제외) 씽씽이 ‘킹갓성비’이다.
- 10분 이용 시 1.500원(평일 기준)
- 20분 이용 시 2,500원(평일 기준)
3. 서울에서 당장 킥보드가 필요하다? ‘라임’
사실 나는 서울의 외곽 지역에 살고 있다. 그래서 앞에서 기술한 서비스들을 이용하기 어려운 편이다. 잠실이든 영등포든 강남이든 가야 해당 지역 중심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키보드를 탈 수 있다. 그래서 서울 외곽 지역 사람들에게 전동킥보드는 또 한 번 문화 소외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하지만, 라임을 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킥보드는 사실상 서울 전 지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웬만하면 도보 5~10분 이내에서 발견된다. 대중교통 소외 지역에서 라임은 ‘진정한 라스트 마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가격 허들이 높다는 것이다. 잠금 해제 비용은 1,200원이고 분당 180원의 비용 체계를 갖고 있다. 무료 서비스 시간도 없으므로, 잠금 해제 비용을 지불한 뒤 바로 분당 미터기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단순한 계산으로는 잠금 해제 비용이 20% 높지만, 무료 제공 시간을 고려하면 초기 비용이 그 이상으로 비싸다.
게다가 분당 180원씩 지불해야 한다. 킥고잉과 씽씽이 분당 100원인 점을 감안하면 80% 더 비싼 셈이다. 그러니 정말 단거리만 이용할 사람, 당장 필요할 때 타겠다는 사람이라면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옆에 씽씽이나 킥고잉이 있다면 굳이 라임을 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서비스 지역이 앞의 두 개 서비스보다는 훨씬 넓고 페널티도 없다. 그래서 반납 지역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는 점이 또 다른 장점이 될 것이다.
세 줄 요약
- 서울의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가격으로 자유롭게 대여 및 반납
- 10분 이용 시 3.000원
- 20분 이용 시 4,800원
오늘 다룬 3개 서비스 외에도 6개 서비스가 더 있다. 이는 2, 3탄에서 다룰 예정이다. 총 9개 서비스에 대한 소개를 마친 후에는 라스트 마일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도록 하자.
원문: 글쓰는워커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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