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안 나는 나라에서는 자원이 인재밖에 없다고, 백년지대계 교육에 몰입하는 나라. 미합중국 대통령조차도 예찬론을 펼치는 교육을 가진 나라. 바로 한국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안쪽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사교육, 공교육 모두 전방위적으로 행정력과 자본을 쏟아붓고 있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록 교육 문제는 미궁으로 빠지고만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만큼은 서울대에 보내겠다는 일념, 인서울은 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인해 교육시장은 언제나 뜨겁다. 인터넷 강의나 모바일 강의 등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성취를 일구었을뿐더러, 중등교사 임용의 턱도 매우 높아 소위 ‘고시 급’이라고도 한다. 그뿐인가. 사교육 시장은 매일이 전쟁터다. 공교육 또한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제도로 보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데도 내 아이는 공부를 안 할까? 왜 대체 내 애만 공부를 못 하는 걸까? 지금부터 3가지 접근을 통해 왜 지금 애들이 공부를 안 하는지, 못할 수밖에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공부의 절반은 동기부여다.
과거에 과외를 하고 입시 컨설팅을 진행해본 바 있다. 그러면서 공부하는 애들과 안 하는 애들의 차이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뚜렷한 목적성의 유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묻는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그러면 선생님들도 제대로 대답해주기 어렵다. 때문에 공부를 잘해야만 성공한다던가, 공부를 해야 무시 안 당한다는 1차원적인 답변이 공교육 현장에서 난무하게 된다.
하지만 실존하는 직업 중 ‘공부를 해야만’ 영위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 의사, 변호사 등 특정 전문 직군을 제외하면 성인 이후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성취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어린아이들은 그렇게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따르면,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본능을 채우는 데 집중하기 마련이다. 어리면 어릴수록 당장 재미있고 즐거운 것에 몰입한다. 피부에 와닿지도 않는 좋은 직업이나 좋은 대학의 안정성,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나중에 존경받는 교수님이 되고 싶다면, 지금 어서 수학 숙제해라!
그래서 이런 말은 티끌만큼도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극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 부모님들에게는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게끔 최소한으로만 유도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판검사, 의사 이야기해 봐야 이해도 안 되고 먹히지도 않는다. 그러니 공부라는 재능에 대해 가능성만 확인하는 시기에는 공부에 질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끈만 연결해 두라는 것이다.
중학교부터는 달라진다. 중학교부터의 공부가 특목고 진학은 물론 고등수학까지 이어지는 학습의 기초 단계가 된다. 그래서 이 시기를 놓치면 고등학교에서 포기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사회적 지위와 존경에 대한 욕구를 체험하게 된다. 그래서 이때부터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해주면서 대입 공부의 토대를 쌓아 나가야 한다.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진입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현실도 자각하는 나이다. 그래서 막연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같은 허무맹랑한 장래 희망을 폐기하게 된다. 대신 통역사, 의치한, 약사, 교사, 연구원, 교수 등 편안하고 안정적이며 존경도 받고 돈도 많이 버는 선망의 직업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된다. 이 직업을 얻기 위한 특목고 진학 테크트리부터 명문대 문이과를 지망했을 때 갖게 되는 직업의 한계를 인지하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부모의 심도 깊은 이해와 격려 상담 등이 부족한 상태로 오로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을 갖고 타박하는 과정만 반복하게 되면 공부에 대한 동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
평균 점수가 낮더라도, 음악·미술·체육·기술가정 등의 비주요 교과목에 대해서는 경험 자체에만 의의를 두자. 고득저에 대한 부담을 주지 말자. 대신 국영수사과 주요 과목의 취득 점수 추이를 체크하고 보완이 필요한 사교육을 고려해 가면서 아이와 함께 개선해 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이 스스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요 교과목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2. 게임이 문제가 아니다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우리 아이 망치는 제일 큰 문제점’은 바로 게임일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 중 게임에 빠지면서 공부를 손에서 놓는 경우가 많다. 게임으로 학업을 망치는 것은 중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게임이 공부를 방해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로 인해 공부를 못 했다고 변명하기에는, 게임을 할 만큼 하면서 충분히 성취해내는 사례도 많다. 꼭 게임 탓만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임이 애들을 망칠까? 게임의 중독성은 정말 끝도 없다. 하지 말라고 할 때 더 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무조건 막아버리니 더 하고 싶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집 안의 게임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면, 밖으로 돌게 된다. 특히 방과 후 PC방에서 1시간 하던 게임이 2시간, 3시간으로 이어지면서 자제력을 상실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집 안에 최신 고스펙 사양의 PC를 마련해주면 어떻게 될까? 자연스럽게 PC방으로 향하는 친구들과의 분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그 자체보다는 ‘게임을 같이 하자고 부추기는 친구들과의 우정’ 때문에 쉽게 PC방을 뜨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렇게 즐기다 보면 학원 가는 시간을 놓치거나 무단결석하려는 유혹도 강하게 든다. 그러나 집에서 게임을 즐기다 보면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다양한 간섭 고리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어, 압박감에 못 이겨 학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게임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우정’이 문제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자라면서 수십 번의 동기부여를 맞이하지만, 이것을 끌고 나가는 것은 자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부모가 도와주면서 이겨나가게끔 도와줘야 한다.
3. 결국 친구를 잘 만나는 게 성공의 80%를 차지한다
왜 친구를 잘 만나야 할까?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동시에 멘탈리티가 가장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남들 다 게임하는데 나만 안 할 수 없다. 남들 다 유명 브랜드 옷을 입는데 나만 ‘짭’을 입을 수도 없다. 이처럼 동류 집단이 공유하는 다양한 문화를 함께 즐겨야 한다는 강박은 생각보다 크게 아이들을 짓누른다.
그래서 동류 집단의 구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부모가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데려와 붙여 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오로지 아이 본연의 몫이다. 그래서 좋은 친구를 만나게끔 하려면, 친구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보다는 따라 할 수 있는 연상 집단과 접촉하도록 도와주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나 저녁 독서 모임 등, 학부모가 연결해줄 고리가 있는 집단이라면 좋다.
선생님이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귀감이 될 만한 멋진 선배가 공부도 잘하고 학생회장이나 동아리 회장 등 주요 임원직을 모범적으로 수행하여 학생부 관리에 성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명문대에 진학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 보면 의욕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에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두는 게 좋다. 고1 때 고2, 고3 선배를 알아두면 좋다. 중2 때 중3 선배를 알아두면 좋다. 선배들의 진로는 곧 나의 미래가 된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고3, 중3으로 넘어가기 전 자신이 해내야 하는 과업을 깨닫게 된다. 앞서나간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자신의 진로를 유추해낼 수 있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짧게 3줄로 요약하겠다.
- 어릴 때에는 공부에 지치게 만들지 말고, 공부의 끈만 잡고 있도록 돕는다.
- 게임이 문제가 아니다. 게임을 같이 하면서 생기는 우정의 미묘한 문제를 케어해야 한다.
- 아무리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지만, 좋은 선배와 멘토를 옆에 붙여 주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 될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공부를 안 하는 아이를 둘러싼 공부 의지 및 동기부여 매커니즘을 살펴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공부를 ‘못’ 하는 아이들의 매커니즘을 살펴볼 예정이다.
원문: 글쓰는 워커비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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