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큰 부자는 아니더라도, 계획적으로 살 경우 평생 먹고살 수 있는 20–30억 수준의 부자가 주변에 많아지는 것을 느끼지 않나요?
혹자는 강남에 아파트 하나 사면 끝이니 부자가 아니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으로 갈 경우 2–3억 정도면 30평대의 준신축 아파트를 구할 수 있으며, 남은 20억의 돈을 배당주나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를 할 경우 매월 1,000만 원 정도의 소득을 만들 수 있는 큰돈입니다. 3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매월 1,000만 원의 소득이 생긴다면 시간을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는 부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집값이 올라서 그렇다, 통화량이 늘어서 그렇다, 수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자라는 것의 정의와 부자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다른 관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식주가 충족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이라는 것을 해야 했으며, 일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24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며, 잠과 같이 인간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이 많은 사람을 부자 혹은 지배계층이라고 불렀습니다. 자기 시간이 많은 지배계층(부자)이 생긴 이유는 경제학적 용어로 ‘잉여생산물’이 생겨서라고 합니다. 아주 쉽게 생각하면 농업 등 기술의 발달로 10명이 먹고사는데 10명이 다 일할 필요가 없으며, 9명만 일해서 10명이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1명은 놀아도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면 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노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며, 노는 사람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사회 제도를 결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고대에는 육체적으로 힘이 강한 사람이 놀 수 있었으며, 어느 시기에는 핏줄로 그 역할을 대물림했습니다. 어떤 시기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신이 정해 줬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돈’이라는 지표를 통해서 ‘돈’이 많은 사람이 노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산업혁명이란 것을 거쳐 10명이 먹고사는 데 7명만 일을 해도 되었으며, 종일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면서 10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노는 사람에 포함이 되지 않더라도 일하는 시간 외에 놀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 결과 이전 인류는 경험하지 못한, 우리는 흔히 소비하는 게임,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의 ‘콘텐츠’라는 것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IT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10명 중 1명만 일해도 10명이 먹고살 수 있는 시대가 이미 되어 버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세상이 멈추었지만, 이전의 팬데믹과는 다르게 전 세계적으로 물자 부족과 기아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비하지 않아 유가가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봅니다. 즉 봉쇄당해 사람이 일하지 않아도 이미 시스템적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주 5일제가 주 4일제로 변할 것이며, 여기서 더 나아가 쉬는 날이 일하는 날보다 많은 주 3일제까지도 갈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하루 8시간 노동이 6시간 5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사람은 더 이상 생산의 주체가 아닌 소비의 주체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부자라는 것은 자기 시간이 많은 사람, 즉 노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 자격이 어떻게 주어지는지는 ‘돈’의 양으로 확인을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자산이 많아지는 것의 이면은 놀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럼 노는 사람이 많아졌을 때, 이들이 자원을 소비하면서 놀 경우 지구에는 재앙이 올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원을 최소화로 소비하면서 노는 방법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합니다. 게임, 엔터, 영화 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생산이 아니라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놀 수 있게 만드는 회사들이 전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고 계속 성장합니다. 구글, 애플, 테슬라, 아마존 이런 회사들이 우리가 흔히 아는 유명한 첨단 기술 회사들이지만, 최근 15년 동안 이들의 주가 상승 폭은 20–50배 수준 정도에 그칩니다. 물론 이것도 대단하지만 콘텐츠 회사에 비할 바는 안됩니다.
세계 최대의 게임회사인 텐센트는 15년 동안 회사가 757배나 주가가 올랐습니다. 15년 전에 1,000만 원 투자한 사람은 75억이 되었겠네요. 회사 가치도 800조 원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2배 정도 됩니다.
넷플릭스 또한 18년 동안 424배가 주가가 올랐습니다. 18년 전에 1,000만 원 투자했으면 42억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거품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상장했던 빅히트가 시가총액 10조를 찍으면서 잠깐 LG전자보다 시가총액이 높았다는 것은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때 시가총액 1위로 생산 시대의 상징 중에 하나였던 엑손모빌도 다우지수에서 92년 만에 퇴출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정의가 바뀌는 큰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듯합니다.
원문: 김현준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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