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shington Post의 「I played Trump in Clinton’s debate prep. Here’s what Biden can expect.」를 번역한 글입니다.
트럼프는 토론을 정말 못 하는 사람입니다. 동시에 토론 상대로서 매우 까다로운 인물이죠. 얼핏 상호모순으로 보이는 이 두 가지 명제는 모두 참입니다.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는 무시무시한 적수입니다. 2016년에는 그가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고, 올해는 그가 잃을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6년 대선 토론을 준비하던 클린턴 캠프의 모의 토론에서 트럼프 역할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일부러 맞춘 잘 맞지 않는 정장을 입고 모의 토론회 단상에 서기까지, 저는 트럼프가 참여한 11차례의 공화당 경선 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트럼프가 상대와 말을 주고받은 부분만 모아서 한 번, 끝으로 트럼프가 말한 부분만 한 번, 이렇게 총 세 번을 돌려보았습니다. 트럼프 부분만 볼 때는 거실에 홀로 서서 TV 소리를 죽이고 오로지 그의 제스처와 바디랭귀지에만 집중했죠.
트럼프의 외모와 말투, 연극적인 몸짓을 따라 하는 것에 더해, 저는 트럼프가 집착하는 네 가지 키워드, 즉 이민, 오바마케어, 무역, “늪(로비를 중심으로 한 워싱턴 정계의 부패상)”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9월 대선 토론의 시점이 오자 클린턴을 향한 그의 공격은 아주 단순하게 잘 다듬어진 상태였습니다. 반대로 수비 전략은 딱히 없었죠. 어떤 공격이 들어오든 재빨리 털어버리는 식이었습니다.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 트럼프의 답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나는 대단하다”, “당신은 최악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제를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상식 밖의 탈선이었죠.
4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오는 화요일 클리블랜드에서 열릴 첫 대선 토론에서, 우리는 더 상대하기 어려운 트럼프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론에 진지하게 임할 수 있는 얼마간의 능력도 아마 불평불만으로 점철된 장광설을 늘어놓고자 하는 욕구에 잠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현재 이중의 버블 속에 삽니다. 백악관 집무실에 고립되어 있고, 자신에게 친화적인 우파 미디어와 트위터만 들여다보며 곱씹죠.
그에게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현재 지는 판을 흔들어볼 기회지만, 조 바이든이 스스로 무너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 외에 딱히 계획이 없어 보이죠. 2016년에 트럼프를 열심히 연구한 사람으로서, 또 그 뒤로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을 보아온 사람으로서 앞으로 24일간 바이든이 맞이할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자 합니다.
토론이라는 것은 유권자에게 직접 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입니다. 좋은 토론자가 된다는 것은 평소보다 좀 더 걸러진 버전의 자신이 되는 것이죠. 토론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캠프의 전반적인 메시지 및 전략의 확장일 뿐입니다. 바이든에게는 메시지와 전략이라는 것이 있지만, 트럼프에게는 없죠.
일부 호사가들은 대선 토론이 선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어처구니없는 의견입니다. 수퍼볼 시청자 수에 맞먹는 유권자들 앞에서 펼치는 90분간의 퍼포먼스는 당연히 중요합니다.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가 문제겠죠. 클린턴-트럼프 토론에서 클린턴이 승자였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도전 과제 가운데 하나는 스타일의 문제입니다. 트럼프가 자신의 업적을 떠벌리는 동안에도 바이든은 진짜 토론에 임하려고 하겠죠.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자신이 말할지 말지, 언제 어디서,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할지 스스로 결정합니다. 질문을 받을지, 받는다면 누구에게 받을지, 언제 기자의 질문을 방해하고 공격할지, 언제 말을 끝낼지도 스스로 정하죠. 이런 말하기는 토론과 거리가 멀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토론에 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분명한 메시지와 함께 다듬어진 공격 무기와 효율적인 수비 메커니즘을 갖췄던 2016년의 트럼프는 이제 두 번째 임기의 비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현직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공격 면에서, 바이든을 향한 공격 포인트를 확실히 잡아내지 못한 모습입니다. 정적에게 저급한 별명을 갖다 붙이던 실력도 예전 같지 않아, 바이든에게 딱 떨어진 별명을 붙이는 데 실패했죠. 수비 면에서도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현재 대통령이 하는 일이라고는 잘못된 설명을 하고, 곧이어 자기가 한 말을 부인하는 일입니다.
트럼프의 일관성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오는 화요일에도 2주 전, 지난 7월, 오는 10월과 똑같은 트럼프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 대선 레이스에서 지는 중이니 흐름을 바꾸려고 하겠죠. 토론에서 이를 달성하는 단순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토론을 굉장히 잘하거나, 상대가 망하도록 하는 것이죠.
모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말은 쉽습니다. 분명한 건 바이든이 예상치 못한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트럼프에게 금기란 없으니까요.
만약 바이든의 모의 토론에서 다시 트럼프 역할을 하게 된다면 저는 몇 가지를 수정할 것입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하는 것처럼 영어라는 언어를 완전히 박살 낼 겁니다. 문장을 끝맺지 않고, 고유명사들은 제멋대로 말하는 식으로요. 여러분이 트럼프의 아무 말을 들은 직후 미간을 찌푸리고 “그게 뭔 소리야?”라는 말을 내뱉을 때, 바이든도 똑같은 심정일 겁니다. 2016년에 힐러리 클린턴이 했던 것처럼 어이없음을 어깨춤으로 승화하면 화제는 되겠지만, 바이든에게는 좀 안 어울릴 수 있겠네요.
토론 영상을 몇 개만 보더라도 우리는 트럼프의 초점이 레이저가 아니라 디스코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론이라는 것에는 주제로 이루어진 구조가 있습니다. 오는 화요일의 사회자인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러스는 지난 7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트럼프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죠. 하지만 미리 공지된 6개의 주제에 대통령이 머무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자는 너무나 바쁠 것입니다.
2016년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 트럼프는 사회복지 개혁에 대한 질문을 단 17초 만에 북한군에 대한 이야기로 답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바이든은 상대를 말 되는 토론에 참여시키는 과업을 사회자에게만 맡겨둘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트럼프가 주어진 주제를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떠드는 것을 방지할 작전이 필요합니다.
바이든은 접근법에 대해 몇 가지 기본적인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어렵지 않은 결정도 있겠지만, 조금 까다로운 것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상대가 저급하게 나와도 우리는 고상하게 가자” 전략이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트럼프가 바이든 가족의 부정부패를 비난할 때, 그걸 듣고만 있어야 할까요? 미셸 오바마 여사마저도 “고상하게 간다는 것이 악랄함과 잔인함과 마주했을 때 웃으면서 좋은 말을 들려준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트럼프의 가족에 대한 공격을 맞서면 될까요? 미국 정부의 공무원이면서도 여전히 중국에서 비즈니스 이해관계를 유지하는 이방카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겠지만, 트럼프의 큰딸을 공격하는 것은 이를테면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공격하는 것보다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생중계되는 TV 토론회에서 이런 미묘한 선을 지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실시간으로 트럼프가 하는 말을 팩트체크하려고 하거나, 반대로 사회자나 시청자들이 거짓말을 알아보겠거니 하고 지나가는 것은 트럼프를 상대함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제3의 길은 선수를 치는 것입니다.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앞으로 1억 명의 시청자들이 보게 될 장면을 먼저 이야기해버리는 것이죠. 앞으로 토론이 어떻게 펼쳐질지 미리 이야기해버려야 합니다.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트럼프에게 나라의 절반 이상이 비판적인 눈을 뜨고 지켜본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함입니다.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 “사람들이 다 그러는데”를 거꾸로 돌려주는 거죠. “이것 보세요, 대통령님, 당신이 가짜라고 하는 게 진짜인 줄 사람들이 다 알아요. 다른 사람이 했다고 하는 거 사실은 당신이 한 일인 줄 사람들이 다 안다고요.”하는 식으로요.
2020년의 트럼프는 지금 계속해서 임기응변을 휘두르는 중입니다. 오늘의 문제에 대해 자신이 떠드는 동안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 언행을 잊어주기를 희망하면서요. 토론을 지켜볼 시청자들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말, 그러니까 미국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 없다든지, 일주일이면 사라질 거라고 했던 일이나, 신종코로나의 위험성에 대해 거짓말했음을 자백한 영상이 남은 일을 없던 일로 여기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토론 준비라는 것은 유세 기간 내내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근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지난 18개월 동안 바이든은 멀리서 트럼프 대통령과 토론을 벌여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 외에는 한 일이 없죠. 트럼프는 “내가 매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토론 준비라고 말했지만, 그가 매일 한 일 가운데는 탄핵감인 행동들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클리블랜드에서 “위축되지 않는 힘”은 “변하지 않는 대상”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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