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일일 신규 확진자 수에 가장 주목한다. 4개월 넘게 두 자리 수에 머물던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돌파한 것이 8월 14일이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힘입어 신규 확진자 수는 8월 27일 441명에서 정점을 찍고 계속 내려와 9월 14일 기준 109명을 기록했다. 덕분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도 시행되었다.
코로나19의 더 상세한 분석을 위해 다른 숫자들을 한 번 찾아보았다. 무증상자를 포함해 현재 전염 우려가 있는 격리 중 확진자, 에크모나 산소마스크 치료를 받는 위중 중증 환자, 그리고 사망자이다.
격리 중 확진자 수는 7월 중 1,000명 수준을 유지했고 8월 초 한때 620명 수준까지 하락했다가 8월 14일을 기점으로 급증, 9월 3일에 4,786명에서 정점을 찍고 다시 하락해 오늘 현재 3,433명이다. 신규 확진자 수의 정점과 격리 중 확진자 수의 정점 사이에 7일의 시차가 있다.
위중 중증 환자 수는 7월 초 30명 수준에서 차차 감소해 8월 중순까지 15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8월 21일부터 증가했다. 9월 11일 175명에서 일단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격리 중 확진자 수 정점과 위중 중증 환자 수 정점 사이에 8일의 시차가 있다. 무엇보다, 격리 중 확진자 수와 위중 중증 환자 수 사이의 뚜렷한 관계는 ‘정부가 고의로 검사를 많이 해서 무증상 확진자를 늘렸다’ 등의 음모론에 대한 강력한 반증이다.
사망자는 7월 한 달 동안 19명, 8월에는 27일까지 12명이었고 8월 28일 정도부터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8월 28일부터 지금까지 18일 동안 50명이 사망했고, 지난 7일간의 일평균 사망자 수는 약 4명이다. 사망자 수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위중 중증 환자의 변곡점에서 7일 후 사망자의 변곡점이 나타난다면 정점은 대략 9월 18일 정도로 추정할 수 있겠다.
미국의 예로 ‘사고 실험’을 해보자
현재 미국은 사실상 방역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무증상자에 대한 검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3T(test, tracing, treatment) 중 앞의 2T를 포기했다는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경제는 나름 선방했며, 백신이 나올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고 다들 이해한다.
미국은 현재 신규 확진자 수 3만 5,163명(7일 평균), 일일 사망자는 753명(역시 7일 평균)이다. 두 숫자를 가지고 계산한 치명률은 2.1%가 나온다.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이 선거에 큰 악재는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
한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미국과 같은 신규 확진자 증가 상황을 용인한다고 가정해 보자. 미국 인구가 한국의 6.5배이므로 한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5,410명(35,163/6.5)이 된다.
신규 확진자 수가 이 수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면 격리 중 확진자 수는 얼마나 될까? 최근 실제 데이터를 보면 격리 중 확진자 수는 신규 확진자의 과거 16일 누적치와 대략 일치하는 모습이다. 결국 격리 중 확진자 수는 5,410×16=8만 6,555명이 된다. 슬슬 숫자들이 무서워진다.
격리 중 확진자 수가 8만 6,555명에서 안정된다면 위중 중증 환자는 몇 명이 나올까? 격리 중 확진자 수의 정점과 위중 중증 환자의 정점 사이 비율, 175÷4767=3.7%이다. 8만 6,555명의 3.7%면 3,200명이다. 과연 그 정도의 코로나19 특화 중환자실을 준비할 수 있을까?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위중 중증 환자가 3,200명이라면 일일 사망자는 얼마나 될까? 역시 사망자 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정확한 추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대략 최근 7일 사망자 평균과 현재 위중 중증 환자의 비율을 계산하면 3.9÷157=2.5%이다. 위중 중증 환자 3,200명이면 일일 사망자는 80명이란 얘기다. 두 숫자를 비교한 치명률은 80÷5,410=1.5%이다. 미국보다 낮다.
하지만 과연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 하루 80명이 사망하는데. 더구나 이 숫자는 코로나19 특화 중환자실을 지금처럼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가정하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치명률이 한국의 추정치보다 높은 것은 아마 미국의 중환자실이 한국만큼 철저하지는 않기 때문이 아닐까.
코로나 전략의 수정?
물론 봉쇄도 없었으면서 현재 신규 확진자 수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스웨덴이나, 최근 2차 유행이 일어났지만 봉쇄가 없으며 (아직) 사망자 증가가 보이지 않는 스페인, 프랑스 등의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위의 유럽 국가들은 1차 유행 당시 인구 100만 명당 500–600명, 한국으로 환산하면 3만 명 정도 사망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이러한 과거의 대규모 사망과 현재의 사망자 수 안정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는 것일까?
지난 한 달간의 실제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적어도 위에 든 숫자, 즉 3,000명 중환자실을 준비해도 매일 80명이 사망하는 상황을 우리는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내수 정상화’가 얼마나 가능할 것인지, ‘전면적인 정상 생활’ ‘코로나 전략의 수정’을 주장하는 분들은 꼭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어떠한 상황 변화에도 결국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다거나, 사망자의 82%가 70대 이상이니까 큰 상관 없다고 대답하신다면야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지만.
원문: 오석태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