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자료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직장인이 많다. 발표 자료는 말 그대로 발표 더하기 자료다. 발표도 잘해야 하고, 자료도 잘 만들어야 한다. 발표는 외워서 하든 리허설을 백 번 하든 어떻게든 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발표 자료는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이다.
김 과장,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정책 관련해서 사업 영향 보고서 다음 주 초까지 준비하세요.”
박 부장,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 관련해서 타당성 보고서 이번 주 금요일까지 준비해서 보고하세요.”
이런 업무 지시를 받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어떻게 하면 잘 넘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이번 기회에 실력 발휘해볼 순 없을까?’라는 생각이 공존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서 B 컨설팅 회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배운 이 방법을 10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여전히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A4용지 한 장으로 발표 자료 뼈대를 잡는 법
어떻게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지 생생한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기존의 내가 만들었던 자료가 아니라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늘 즉석에서 만든 자료를 보여주고자 한다.
최근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다시 재택근무로 전환한 회사가 늘었다. 자, 그렇다면 사장님께 이런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마크 이사, 이번에 다시 재택근무로 전환하는데, 지난번 재택근무 때 시행착오 겪었던 것을 반영한 새로운 업무 방식 도입 방안 준비해서 보고하세요.”
참고로 난 아래 내용을 준비하는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한 가지 가정은 본인이 보고하는 내용에 대한 담당자이며, 충분한 데이터를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이다(악필은 양해 부탁드린다).
1. A4 용지를 준비해라
이면지도 좋으니 A4 용지를 준비해서,
아래와 같이 3번 접어서 펼치면,
이렇게 16개의 작은 공간이 생긴다.
여기서 작은 공간 1개가 발표 자료 1장에 해당한다.
2. 헤드라인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나는 A4 용지 2장을 써서 아래와 같이 써봤다. 우선, 표지와 목차, 간지를 제외하고 각 칸에는 헤드라인만 써보자. 여기서 핵심은 헤드라인만 쭉 읽었을 때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첫 장의 헤드라인을 쭉 읽어보자.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른 새로운 업무 방식 도입 방안을 발표하겠습니다. 목차는 이러이러합니다.
우선 팬데믹 현황 및 전망을 말씀드리면, 정부 발표대로 2차 대확산이 시작되었고 특히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확진 출처를 알기 어려운 깜깜이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 중에 확진자가 발생해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최소 1년에서 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지난 3월부터 5월 초까지 진행했던 1차 재택근무 기간을 분석한 결과를 보고하겠습니다. 초기 적응 기간을 걸쳐 한 달 후부터는 안정적으로 재택근무가 운영되었고 회사에서도 3가지 로컬 접근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먼저 프로젝트 품질 관리는 절대 가치라는 것과 고객 미팅은 원칙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 마지막으로 전사 컨퍼런스 콜을 통해 결속력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1차 기간 동안 직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으며 임원들의 경우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1차 기간 동안 주요 시사점은 직원들이 재택근무 적응력을 갖춘 것과 프로젝트 품질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 그리고 전체 회사 운영상의 난맥이 일부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그냥 헤드라인만 이어서 읽었을 뿐인데 무엇을 발표하고자 하는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두 번째 장도 마찬가지로, 읽었을 때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된다.
3. 가지고 있는 모든 데이터를 녹여 넣어라
다음으로 각 칸에 헤드라인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적절하게 배치하자. 숫자, 기사, 리서치, 전문가 코멘트, 본인 제안을 적어보는 것이다.
위 내용처럼 필요한 경우에는 도형도 그려 넣고, 플로우 차트도 넣어보자. 물론 공간 제약이 있기 때문에 문장으로 적기보다는 압축해서 적을 필요도 있다.
4. 파워포인트를 켜서 1~3번에서 적은 대로, 그린 대로 장표를 만들어라.
파워포인트에서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면서 동시에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게 ‘장표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 강의를 들어도 쉽게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에 1, 2, 3번 순서로 준비가 되면 파워포인트 작업이 한결 쉬워진다. 굳이 머리를 쓸 필요도 없이 본인이 A4 용지에 그린 그대로 따라 장표질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위의 1, 2, 3번을 적는데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본인이 업무 담당자이면서 충분한 데이터가 있고,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다면 누구나 위 작업을 하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이 방법을 계속 반복해라.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발표 자료를 만들 때마다 항상 A4 용지와 펜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시간 후에 여유 있는 표정으로 노트북을 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제 여러분 곁에도 이제 항상 A4 용지와 잘 나오는 볼펜이나 잘 부러지지 않는 샤프가 가까이 있길 바라본다.
원문: Mark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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