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을 성장시키는 다양한 방법 중, 개발 발표 컨설팅한 내용에 대해 작성한 글입니다.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어떻게 발표 준비를 도왔는지에 대해 적었습니다. ‘데이터야놀자 2019’에서 다음 발표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 정민정 님의 GAN을 활용한, 내 손글씨를 따라 쓰는 인공지능
- 이창현 님의 타다(TADA) 서비스의 데이터 웨어하우스 : 태초부터 현재까지
- 권윤환 님의 모빌리티 데이터팀 신입 분석가의 1년 회고
팀원 성장시키기
회사에서 팀을 이끄는 역할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해야 팀원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때 이런 요소가 있어야 잘 도울 수 있습니다.
- 우선 팀원이 성장할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팀장은 팀원의 커리어에 대한 욕구를 수시로 파악해야 합니다.
- 욕구와 회사에서 진행되는 일의 교집합을 잘 찾아 테스크로 만들고, 적절하게 분배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TF에서 팀 빌딩까지 9개월의 기록 :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여정」에서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요즘 또 새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원들의 욕구를 계속 듣고 발전하며,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것을 하면 또 새롭게 성장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특히 제가 경험했던 일이면 더 잘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죠.
저는 과거에 광고 동아리에서 많은 발표를 했습니다. 경영학과에서는 한 학기에 6전공 6팀플 6발표라는 어마어마한 경험을 쌓았죠. 개발 콘퍼런스 등에서 다양한 발표를 했던 전력도 있기 때문에 발표에는 무척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팀원들을 발표하도록 권장하고, 발표의 모든 과정을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발표 컨설팅을 위해 제가 진행한 활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발표가 좋은 이유 설명
- 발표할 의지가 있는 팀원 파악
- 발표할 콘퍼런스 찾기
- 발표 신청하기
- 발표 스토리 초안 작성 돕기
- 발표 자료 만드는 가이드라인 제시발표 자료 초안 피드백
- 발표 자료 최종 피드백
- 발표 전 리허설
- 발표 후 자료 공유
발표탈트올듯
발표가 좋은 이유
먼저 발표가 좋은 이유를 설명해주면 좋습니다. 이 과정을 단순히 “우리 회사 홍보할 겸 회사에서 일한 거 발표해봐”라는 수직적인 말과 함께 권하는 분도 있는데, 이런 방식은 노노. 자발적인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절차가 진행되기 전부터 제가 생각하는 발표가 좋은 이유를 공유했습니다.
1) 진행한 업무를 정리할 수 있다.
보통은 어딘가에 잘 메모해 둡니다. 하지만 발표용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분들은 적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난 후, 혹은 진행 과정 중 업무를 정리하는 겸 발표를 준비합니다. 자신의 업무를 정리할 수 있어 좋고, 추후 다른 분들이 입사하실 때 참고용으로 전달하며 업무의 흐름을 전달하기에도 좋습니다.
2) 공식적으로 자신이 진행한 일을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수단
회사에서 진행한 일은 대부분 ‘대외비’ 취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공식적으로 말하기 꺼려집니다. 하지만 발표를 하면(필요할 경우 내부 피드백을 거치며) 가이드라인 하에 자신이 진행한 일을 공식적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커리어에 도움이 됩니다.
3) 지식 나눔
자신이 가진 지식을 누군가에게 나누게 되면, 그분들도 자신의 지식을 공유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유하는 문화가 더 아름다운 개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지요.
4) 본인 커리어에 도움
2)의 맥락과 유사한데, 외부 발표를 통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학생이라면 첫 취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미 회사를 다니시는 분도 커리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회사 PR
회사 업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회사의 기술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습니다! 회사에 더 좋은 분이 올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습니다
발표할 의지가 있는 팀원 파악하기
팀원에게도 말하고, 팀 전체에게도 말하고, 동료에게도 말하고, 커뮤니티에도 말하며 발표할 의사가 있는 분을 찾았습니다. 꼭 동료가 아니라도 여러 분을 돕는 게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총 3분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 저희 팀 소속이신 팀원
- 같이 일하는 동료
- 개발자 글쓰기 모임 ‘글또’에서 활동하시는 분
모두 데이터 관련 일을 하거나 데이터 업을 희망하시는 분들이셨습니다. 그래서 ‘데이터야놀자 2019’에 발표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발표 신청하기
의지만 있다고 개발 콘퍼런스에서 발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콘퍼런스의 퀄리티나 목적에 맞도록 사전에 내용을 제출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최종 발표자가 선정됩니다. 파악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개발 콘퍼런스의 슬로건과 유사한 발표 고민하기
개발 콘퍼런스에서 슬로건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작은 가이드라인이라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파이콘 한국 2019의 슬로건은 ‘Connect the Pythonistas’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파이써니스타를 연결한다는 의도입니다. 데이터야놀자 2019는 ‘현업에서 얻은 데이터 경험”현장 또는 나와 함께하는 데이터’입니다. 이를 발표의 큰 테마로 가져갔습니다.
2) 발표의 스토리라인 잡기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각자 발표할 내용을 정해야 합니다.
- 발표를 통해 어떤 내용을 전달할 것인가?
- 발표의 예상 청중은?
- 발표의 예상 난이도는? 난이도가 있다면 어느 정도 알아야 수월하게 들을 수 있는가?
- 희망하는 예상 시간대는?
3분과 대화를 한 결과, 각자가 진행한 업무 또는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최대한 잘 반영해 발표 신청서에 담았습니다. 정성스럽게 작성하고, 그게 의도에 맞는다면 잘 될 거라 믿었습니다.
발표 신청서에는 위에서 말한 1번부터 4번까지의 내용과 발표의 서론·본론·결론을 간략히 작성하도록 도왔습니다. (이때 작성한 내용과 실제 발표의 흐름은 달라도 괜찮습니다) 이때 아래와 같이 가이드를 드렸습니다.
- 서론: 말랑말랑한 도입부가 있는가? 여기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가?
- 본론 : 진행한 업무와 프로젝트 흐름대로 일단 작성
- 결론 : 그래서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 싶은지 다시 정리
발표 자료 초안 피드백
발표 자료 초안 피드백은 발표일 7일 전에 진행했습니다. 보통 마감일에 자료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발표를 많이 해보지 못한 분들은 발표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초안 피드백을 발표일 1주 전에 하고, 그 사이에 최종 자료를 만드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초안 피드백에서 유심히 보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한 줄로 설명하면 무엇인가요?
이 부분은 발표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발표의 무게 중심을 어떻게 잡을지 파악하는 용도로 여쭤봤습니다. 이 부분을 통해 자신이 어느 정도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 절차를 빼먹을 경우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끝없이 아무말 대잔치하게 될 수 있습니다…
2) 내용을 단순 ‘나열’한 게 아니라, 적절한 ‘스토리’가 있는가?
발표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25분 혹은 40분 발표는 구성에 따라 짧게 느껴질 수도, 길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짧게 느껴지는 경우엔 발표자분의 발표력이 좋거나, 흥미로운 내용을 전달했거나, 스토리가 적절하게 있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발표 경험이 적으면 발표력이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흥미로운 내용과 스토리를 적절히 조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도식화는 초안 피드백에서는 스킵합니다. 일단 전체적인 틀을 채우는 게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시각화나 도식화는 발표 전 최종 피드백에서 진행합니다.
3) 발표를 보는 분들이 유용하게 얻어갈 수 있는 내용이 있는가?
발표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자분들에 따라 달라지지만, 저는 대략적으로 ‘발표를 보는 분들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내용이 있는가?’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는 자료 조사를 충분히 해서 내용을 정리한 후 공유하거나, 트러블 슈팅했던 내용을 공유하곤 합니다. 이 부분이 쌓이면 핵심 포인트가 많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큰 이야기가 끝나면 한 장에 요약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이 부분에선 디테일을 보기보다는 발표의 큰 흐름, 주제, 발표의 핵심 포인트 위주로 피드백을 드립니다. 시각화할 수 있는 내용은 아이디어 위주로 드립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둘 다 피드백 드렸는데, 온라인에서 드린 내용을 예시로 보여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발표 자료 최종 피드백
초안 피드백 후 3~4일 뒤, 즉 발표일 3일 전쯤 그 순간까지 완성한 자료를 통해 최종 피드백을 드렸습니다. 이 최종 피드백에서는 주안점이 달라집니다.
1) 내용을 크게 틀지 않고 주어진 시간 안에 발표를 마무리할 수 있는가?
발표일이 가까워지면 내용을 더 많이 넣으려 하다가 오히려 발표를 제대로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크게 틀지 않는 선에서 피드백 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 배분도 중요합니다. 발표 시간이 총 40분이고 크게 전달할 내용이 3개라면, 도입부 5분·첫 이야기 8분·두 번째 이야기 8분·세 번째 이야기 8분·마무리 5분 정도로 말씀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을 기계적으로 지키기보다는, 강조하고 싶은 부분 위주로 조정합니다. 이후에는 타이트하게 시간을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2) 시각적 표현에서 더 부드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
시각적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발표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최종 단계에서는 이미지를 어떻게 구글에서 검색할지, 어떻게 추상화하면 좋을지 등을 같이 고민합니다. 아이콘 이미지의 경우 Flaticon을 사용하면 깔끔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작권 표시는 꼭!
3) 단순 나열 같은 흐름이 있는가? 발표의 구성을 효과적으로 어떻게 바꿀까?
사실 초안 피드백과 최종 피드백의 경계가 오묘하긴 합니다. 그래도 피드백 예시를 보시면 시기에 따라 집중하는 부분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발표 전 리허설
발표 1일 전에 제가 컨설팅해드리는 3분을 모두 회사 사무실로 불러 사전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이때 프레젠테이션 포인터를 구해서 실전처럼 발표하는 게 좋습니다. 없으면 마우스를 써도 무방하지만요.
이때 주로 보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어진 시간 안에 잘 발표하는가?
너무 빨리 끝내면 유용한 내용이 적을 수도 있고, 말을 너무 빨리하는 습관 때문에 그렇게 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늦게 끝내면 행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급한 마음에 발표의 뒷부분을 다 날려 정신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주어진 발표 시간에서 질문 시간 5분을 제외하고 적당하게 끝내는지를 파악했습니다. 이때에는 스톱워치를 통해 1장당 몇 초 사용했는지 기록해 전달했습니다.
2) 발표자의 특징 파악해서 전달
실제 발표 시간과 리허설의 시간이 비슷할 수 있지만, 이조차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발표하는 톤과 평소에 알던 성격 기반으로 실제 발표에선 말이 빨라지는 스타일인지, 말이 느려지는 스타일인지에 대한 제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리허설을 하다가 목이 약한 것 같은 분이 계시면 발표 전에 꿀물이나 도라지 차를 마시고, 꼭 물을 챙겨 가도록 말씀드렸습니다. 발표에서 목 관리는 예상외로 중요합니다.
3) 실전 발표시 유용한 Tip
- 발표에서 예상치 않은 TMI를 날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혹은 예상에 없던 드립을 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분들께는 그냥 딱 지금까지 한 것만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 발표는 중간중간 시간을 체크해서 전체 소요 시간을 조절하는 게 좋습니다.
- 발표가 너무 일찍 끝날 경우, 질문을 많이 받는 게 좋습니다.
- 발표에서는 ‘죄송합니다’ 같은 표현을 굳이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적당히 당당하게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 마지막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응원과 격려를 가득! 했습니다.
발표
발표 전에 떨려 하시는 분 계시면 가서 대화해드리며 멘탈을 관리(?)해 드렸습니다. 실제 발표할 때에는 지켜보면서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발표 후 자료 공유
발표만 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자료 공유도 적절하게 하면 좋습니다. 이때 저는 슬라이드쉐어와 스피커덱을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 슬라이드쉐어: 생태계가 큼/한번 올리면 수정 불가능/키노트에서 작성한 내용은 수정 필요
- 스피커덱: 생태계가 (상대적으로)작음/수정 가능
기존에는 슬라이드쉐어를 많이 사용하셨다면, 최근에는 아예 다 스피커덱으로 옮기는 방법을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만약 키노트 자료를 슬라이드쉐어에 올리실 경우, 터미널에서 아래 내용을 입력해주셔야 한국어가 잘 보입니다. (관련 링크)
LANG=C LC_ALL=C sed -i ” s’|/Registry (Adobe) /Ordering (Korea1) /Supplement [0-9]|/Registry(Adobe) /Ordering(Identity) /Supplement 0|g’ 파일.pdf
필요하다면 페이스북 그룹에서 공유해 콘퍼런스에 오지 않은 분들도 알 수 있도록 공유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진행하며 느낀 점
사실 처음에는 ‘컨설팅이 생각보다 수월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제가 발표 준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분들(팀원)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무척 보람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시간이 생긴다면 이런 부분을 같이 고민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제 빡센(?) 피드백 받으며 발표를 준비하신 정민정 님, 이창현 님, 권윤환 님 고생하셨습니다!
원문: 어쩐지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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