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나오고 빠르게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내 오프라인 포트폴리오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것이었다. 2017년에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란 글이 많은 분의 공감을 받았다. 지금은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포트폴리오를 가진 사람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마케터가 포트폴리오를 가진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나에게 강력한 무기가 되어줬는지를 정리한 글이었다. 오늘 쓰는 글은 나만의 포트폴리오 만들기 ver. 2020이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목적
우리는 포트폴리오를 왜 만들어야 할까? 예전 글에도 썼지만, 시간이 흘렀어도 내 포트폴리오의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을 최단 시간에 알려주는 것.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지만, 정리를 해두면 나에게 좋은 점도 많다. 과거의 기억이 흐릿해져 갈 때, 내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과거의 경험을 정리하고 돌이켜보며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도 장점이다.
노션 포트폴리오 제작을 시작한 뒤로 하루에 3–4시간씩 들여 이틀 만에 완성했다. 아래와 같은 형태로 정리가 되었다. 여러 내용을 비교적 빨리 정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전에 키노트에 만들어둔 포트폴리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용과 이미지를 가져와서 노션에 맞는 형태로 정리하면 됐다. 기록과 아카이빙이 이렇게 중요하다. 지금 정리를 해두면, 미래의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노션을 선택한 이유
생산성 도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노션. 기존에 아이폰 메모 앱을 너무 잘 써서 드물게 쓰다가, 이번에 혼자서 일하는 시스템을 고민하며 노션을 적극적으로 써보기로 했다. 여러 생산성 툴의 다양한 기능이 모여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나에게 예뻐 보인 것도(ㅋㅋ) 한몫했다.
노션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니 이런 점이 좋았다.
- 직관적으로 페이지를 디자인할 수 있다.
- 실시간으로 내용이 업데이트되고, 반응형이다. (정리 후에는 PC와 휴대폰에서 모두 확인해볼 것!)
- 메모장이지만 하나의 웹 페이지처럼 쓸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공유하는데 최고의 조건)
- 링크, 토글, 페이지 내 갤러리/페이지 삽입을 통해 방대한 내용도 부담스럽지 않게 전할 수 있다.
쓰기 전에 구글 검색을 통해 다양한 레퍼런스를 찾아봤다.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참고해서 나에게 맞게 적용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여러 레퍼런스 중 호주에 사는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를 레퍼런스 삼아 내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그럼 하나씩 살펴볼까.
포트폴리오의 첫인상
첫 화면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소개한다. 나를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걸 기대하면 되는지 알려줄 수 있고, 나를 이미 아는 사람들에게도 내가 나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보여줄 수 있다.
현재 나는 스스로를 마케터, 작가, 여행가로 정의한다. 그래서 이 세 가지 모습으로 나를 소개하고, 포트폴리오도 그에 맞게 정리했다. 이 세 꼭지를 링크로 걸어, 궁금하면 눌러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연락처는 첫 화면과 마지막 화면에 추가해두었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나에게 연락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정보이니 찾기 쉬운 것이 중요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 한눈에 보여주기
포트폴리오는 친절해야 한다. 포트폴리오란 특성상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있으니까.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계속 생각해보며 정리하기를 추천한다. 바쁜 사람이라면 이 화면까지만 봐도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어떤 사람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왼쪽에 현재하는 일과 지난 경력을 정리하고, 오른쪽에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을 나열했다.
내 기존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도 ‘이력서는 나를 보여주기에 너무 한정적’이란 생각을 했다. 대학을 다니기 전의 경험도 나를 있게 한 중요한 순간인데, 대학교 이후와 회사 생활만 적히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의 가장 앞장에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내 인생의 독특한 순간을 타임라인 형태로 정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했다.
면접 때마다 이 포트폴리오를 들고 가면, 앞장부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 관심사가 겹치면 ‘저도 좋아해요!’라며 반갑게 먼저 물어보는 분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스몰토크를 이어지며 서로 긴장하고 경직되기 쉬운 면접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돌이켜보면 인사 담당자와 면접자라는 역할로 서로를 대하기 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준 것 같다.
노션 포트폴리오는 온라인이란 특성이 있으니 조금 형태를 바꾸었다. 온라인이니 처음부터 정보가 너무 많으면 중요한 내용을 보여주기 전에 상대방이 ‘이탈’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 이외에 어떤 사람인지 페이지 형태로 보여주기보단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섹션은 더 직관적이고 명확하게 한 줄씩 포인트로 짚어 정리했다. 더 궁금한 사람은 들어가 볼 수 있도록 단어에 링크를 걸어주었다.
마케터로서의 나
다음 섹션에는 내가 마케터로서 해온 일의 주요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넣었다. 어쩌다 보니 여러 회사를 다녔고, 그 회사 안에서 진행한 일도 많아서 나열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았다. 바쁜 사람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궁금한 사람은 눌러서 볼 수 있도록 갤러리 형태로 만들어 누르면 상세 작업을 볼 수 있게 정리했다. 그리고 내가 진행한 일을 태그 형태로 만들어 추가해놓았다. 온라인, 오프라인, PR, 브랜딩, 뉴스레터, 굿즈 제작 등.
포트폴리오의 이미지를 누르면 팝업창처럼 별도 페이지가 뜬다. (모바일에서는 페이지로 이동.) 그 안에 내 기존 포트폴리오에 있던 내용(프로젝트 설명, 진행한 일 및 성과 소개)을 추가했다. 프로젝트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회사 웹사이트, 블로그에 직접 썼던 케이스 스터디, 그리고 기사 링크도 걸어주었다. 스페이스오디티의 경우 내가 한 일이 크게 브랜딩과 파트너와의 외부 프로젝트로 나뉘는데 내용이 많아서 두 개로 나눠서 정리했다.
작가이자 여행가로서의 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글을 쓸 예정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 안에 많이 쌓여 있어서 얼른 밖으로 하나씩 꺼내고 싶은 상태다. 그리고 나를 여행가로 생각하는 것은 내가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와도 직결된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일을 지속하고 싶다. 꼭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통해, 작품을 통해 나는 매일 여행을 떠난다.
이런 방향성이 있어 작가이자 여행가로서의 정체성도 중요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다음에는 브런치로 링크를 걸었다. 여행가와 브런치 쪽에는 토글 (세모가 있는 부분)을 이용해 내가 브런치에 작성한 글 몇 개를 예시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계속 강조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로 상대를 압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요
포트폴리오의 목적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상대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내가 상대에게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도 있다. 포트폴리오를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을 통해 우리 회사와 서비스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상단의 마케터 포트폴리오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내가 제공 가능한 나의 능력과 강점을 더 보기 쉽게 정리하고 싶었다.
마케터지만 디자인 툴도 조금 다룰 줄 알고, 다양한 협업 도구를 잘 쓰는 편이다.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 있어 초기부터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즐기고 경험이 많은 게 내 강점이다. 역시 짧고 명확하게 불렛 포인트로 정리했다.
Fun Facts
마지막은 재미로 볼 수 있는 꼭지를 넣었다. 기존 포트폴리오에 있던 ‘인생 타임라인’과 비슷한 역할이다. 남들은 안 해봤을 것 같은 나만의 경험을 정리했다. 너무 많은 정보로 상대를 압도하지 않기 위해 토글 형태로 눌러볼 수 있도록 했다. 토글을 누르면 이런 식으로 펼쳐진다.
마무리
가장 하단에는 ‘맨 위로 올라가기’ 링크와 내 연락처를 다시 추가했다. 모든 UI, UX의 기본처럼 포트폴리오 페이지 안에서도 상대에게 어디로 가면 되는지를 안내해줘야 한다. 그리고 노션 링크는 bit.ly를 사용해 커스텀 단축 링크를 만들어주었다. bit.ly를 사용하면 몇 명이 링크를 클릭했는지 볼 수 있어서 좋고, 어쨌든 포트폴리오니까 주소도 더 기억하기 쉽게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지환 님의 제보로 추가한 조회 수 카운터 배지! 몇 명이 왔는지가 보여서 좋다!
그렇게 정리된 나의 노션 포트폴리오. 앞으로도 나의 활동은 이곳에 틈틈이 계속 업데이트해나갈 예정이다.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리해보았다. 제 포트폴리오 페이지에 놀러 오세요. 🙂 얼마든지 레퍼런스로 참고하셔도 좋아요.
원문: yoonash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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