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나 문화에 따라 안 먹는 가축이 있지만, 닭고기는 거의 터부시 되는 나라나 종교 없이 널리 사랑받는 고기입니다. 누구에게나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인 닭은 대략 1만 년 정도 전에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 조류인 적색야계(red junglefowl, 학명 Gallus gallus)로부터 탄생했습니다. 소나 돼지와 마찬가지로 한 번 가축화된 닭은 품종 개량을 거치면서 전 세계로 보급되었습니다.
스웨덴 린셰핑 대학교(Linköping University)의 과학자들은 적색야계의 가축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적색야계를 대상으로 10세대에 걸쳐 실험했습니다. 연구팀은 세대마다 사람을 가장 무서워하지 않는 그룹을 골라 교배했습니다. 그리고 대조를 위해 가장 무서워하는 그룹 역시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불과 10세대 만에 인위적 선택을 거친 적색야계의 뇌가 작아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축화된 동물은 더 많은 고기나 우유, 달걀 같은 부산물을 생산하도록 진화압이 가해지기 때문에 야생 근연종에 비해 뇌가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불과 10세대 만에 이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연구팀에게도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더 자세한 조사를 위해 뇌를 분석한 결과 뇌 가운데 특히 기본적인 반사를 처리하는 뇌간(brain stem)의 크기가 작아졌는데, 덕분에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불빛을 이용한 자극을 통해 이렇게 인위적 품종 개량을 한 적색야계가 자극에 덜 민감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여러 자극에 둔감해야 가축으로 적합할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야생 동물의 가축화가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 동물이나 잡아서 개량하면 쉽게 가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특성이 가축화에 적합해야 쉽게 개량이 가능합니다.
닭의 경우 적당한 크기와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 그리고 빨리 크고 알을 많이 낳는다는 점 등이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오래전 야생 적색야계를 바로 잡아먹는 대신 키울 생각을 한 선사 시대 조상 덕분에 우리는 지금 많은 혜택을 보는 셈입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Domesticated chickens have smaller brains」, phys.org
- Rebecca Katajamaa et al. Selection for reduced fear in red junglefowl changes brain composition and affects fear memory,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20). DOI: 10.1098/rsos.2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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