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종 평균에 대해 생각한다. 서울 가구의 평균 재산은 5.3억 내외고 전국 가구 평균 재산은 3.5억 내외다. 전국 중위값은 2억. 임금노동자 평균 월급은 297만 원이고 중위 임금은 220만 원이다. 페이스북에 깔리고 깔린 스카이와 카이스트는 전국으로 보면 한 줌에 불과하다.
일도 그렇다. 핫해 보이는 스타트업, 요즘 핫한 키워드인 그로스 마케팅, PM/PO 어찌 보면 한 줌에 불과하다. 그런 직업군에 있는 사람의 성향을 고려하면, 정말 찻잔 속의 미풍일 수도 있다.
2.
한국의 일자리는 제조업이 대부분이다. 과거 해운업계가 힘들 때 폭발적으로 늘어난 실업자와 실업수당 관련 기사를 생각해보면 쉽게 나온다.
그런 분들은 서울 바깥에 있다. 경기도 더욱 바깥에 있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아직도 지방은 조선 시대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 본사로 입사해 지방에 배치받은 친구들이 2~3년을 못 버티고 그만두는 이유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지방에 가면 노동열사도 홍준표를 찍게 만드는 곳이란다.
중졸과 고졸은 청년이라는 틀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청년 정책이 곧 대학 정책이던 시절에 그들이 느끼던 박탈감은 무엇이었을까. 정부의 마이스터고 정책을 믿고 들어간 친구들은 어떤 배신감을 느꼈을까.
3.
한때 유튜브 트렌딩 탭은 크리에이터가 점령했다. 그 크리에이터들은 아프리카 BJ들이다. 아프리카 BJ들이 방송을 하고, 그 방송 편집본을 유튜브에 올리는 방식이다. 유튜브 트렌딩 탭은 초기에 얼마나 시청자가 몰리고 시청시간이 많냐가 주요 기준이라고 알려져있는데, 결국 아프리카 BJ가 유튜브라는 생태계에서 큰 영향력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부르짖는 Z세대의 평균적인 얼굴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 PC방과 아프리카TV 채팅창에 있을 거다. 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프로게이머와 연습생이 어리기 때문이다.
4.
종종 우리는 시대와 세대를 논한다. 하지만 그 시대와 세대가 특정 직업군, 특정 지역, 특정 소득 분위 계층에 국한되었단 생각이 든다. ‘그 계층’을 중심으로 시대, 세대, 가치관을 정의하고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을 미개하다거나 배움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왕왕 보인다.
기회가 없어서, 친구가 없어서, 선생님이 없어서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배우지 못한 친구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상상해 본다. 그럴 때마다 종종 두렵다. 이 역시 내 주위의 소수이겠지만, 글과 생각으로 밥 벌어먹는 분들이 그 원을 조금만 더 넓게 가져갔으면 좋겠다.
사상과 세계관은 타인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가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딛고 있는 원은 바깥으로 커져야지 안으로 작아지면 안 된다. 다시 한번 내 세계관이 작아지는 것이 두려워 평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답은 하방이다.
원문: 구현모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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