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신임 총리 내정자로 일베충문창극을 결정한 데 이어, 국정원장으로 이병기를 내정했다. 문창극에 대해서는 본지에서 박근혜 정부를 굳건히 할 총리로 최고의 적임자라 평가한 바 있다. 이는 이병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존경 받는 대학을 나온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병기 내정자가 국내외 정보와 안보상황에 대한 이해가 깊고, 엄중한 남북관계 상황 속에서 정보당국 고유의 역할 수행과 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돼 발탁됐다”고 설명했지만, 조사 결과 이보다 더 적합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유 1. 차떼기에서 볼 수 있는 발상의 전환
국정원의 제 1 덕목은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지난 대선에서는 정말 쓸모 없어 보이는 트위터와 댓글 작업까지도 한 것이 그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무능했다. 그저 궁여지책으로 찾은 게 겨우 댓글 작업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발상은 여전히 위에 보고하기 위한, 공무원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점에서 이병기는 더 없는 적임자이다. 그는 누구인가? 무려 2002년 대선에서 “차떼기”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이병기이다. 금융실명제 이후 정치인의 불법 거래는 무척이나 힘들게 됐다. 남재준이었다면 수를 못 내고 전전긍긍했겠지만, 그때 이병기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대전환을 이룬다.
“아니, 수표나 전자거래가 힘들다면 돈을 사과 박스에 담아 전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여 이병기는 LG그룹으로부터 2.5톤 트럭 1대에 현금 150억을 싣게끔 하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조달 받는다. 현대는 자사의 차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타렉스를 활용해 100억 원을 건넨다.
또한 그는 “돈 거래는 은밀한 곳에서”라는 통념도 깨부순다. 영화에서는 지하 주차장 같은 곳에서 거래가 이뤄지지만, LG와 현대로부터 돈을 건네어 받은 장소는 바로 “고속도로 한가운데”였다. 모두가 보고 있지만, 실은 누구도 보고 있지 않은 장소가 고속도로 한가운데 아닌가?
물론 듣고 보면 쉬울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자, 콜롬버스의 달걀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전달자일뿐”이라고 말하는 등, 겸손을 잃지 않는 훈훈한 공직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참고로, 삼성은 이때부터 1등 기업의 기질을 보였는지 현금이 아닌, 채권으로 건네어줬다고 한다.
이유 2. 성공적인 글로벌 북풍 경력
국정원의 또다른 임무는 바람, 즉 북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국정원은 그 방면에 매우 취약하다. 모든 것을 북한의 수행이라 주장하다가 망신만 당하는 게 그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는 안기부 시절 이미 성공적으로 북풍을 일으킨 바 있다. 안기부 2차장으로 재직 당시, 권영해 전 안기부장, 박일용 전 안기부 1차장과 함께 성공적으로 북풍을 일으켰다. 96년 총선을 앞두고서는 북한군 무장병력을 대규모로 휴전선 부근 집결시켜 긴장을 유도했으며, 대선을 앞두고는 북한에 특사까지 보내(!)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활약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97년 대선을 앞두고 오익제 편지 사건이 논란이 됐다. 그는 새정치국민회의의 고문을 맡던 중 97년 평양으로 망명한다. 선거를 앞두고 오익제가 김대중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는데, 이는 김대중에게 큰 상처로 다가왔다. 이때 재미동포 윤홍준, 김영훈 씨의 인터뷰는 큰 힘이 되었는데 이는 안기부가 도쿄와 베이징까지 왔다갔다하며 온 힘을 기울인 결과물이었다. 글로벌 시대에 실로 적합한 인재임이 틀림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이는 김대중 후보의 낙선을 위해 안기부가 벌인 공작으로 발표됐으나, 이미 선거는 끝난 뒤였다.
이유 3. 경륜과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미덕
1년 이상의 인사에서 다들 느꼈듯, 경륜도 없고 능력도 없고, 변듣보잡이 고위관직을 차지하는 느낌이다. 부자 이미지는 피해야 하고, 사시 출신은 전관예우고, 행시 출신은 자꾸 대들고, 학자들도 사외이사 걸치고 있고…
하지만 이병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경력을 쌓아온 골수 공무원이다. 어느 정도냐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 선언을 검토 보완한 사람이 바로 이병기다. 당시 그는 구국의 마음으로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청렴한 일념에 빈 방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세심함 역시 국정원장으로서 중요한 자질이다. 남재준은 트위터를 할 때 알계정을 잔뜩 만들었다. 기껏 만든 계정도 모두 똑같은 소리를 쓸 뿐이었다. 그러니 누구나 쉽게 그의 헌법 유린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병기는 안기부의 필경사가 쓴 6.29 선언문이 눈에 잘 보이지 않을까봐, 직접 대통령을 위해 별도의 필사본을 마련할 정도로 매사에 꼼꼼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때에 따라 직언도 할 줄 아는 인물이다. 노태우의 최측근이었던 시절, 노태우의 인사책에 대해 유일하게 떠밀려서 문제를 제기한 인물이 이병기다. 김기츈과 같은 환관에 둘러싸인 영애 각하를 구하기 위한, 백마탄 왕자님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 4. 천연덕스러운 연기력, 함께한 동료에게 베푸는 큰 배포
국정원은 언제나 사고를 친다. 그때마다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연기력이 필요하다. 그는 불법 대선자금을 건네고도 “공식자금인 줄 알고 전달했다”고 해명할 정도로 연기력이 뛰어나다. 이 점에서도 무척이나 국정원장에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국정원의 또 다른 덕목은 “통이 커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국가의 댓글을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작은 일에 연연하다가는 큰 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는 차떼기 당시 관련자에게 격려금 조로 4천만에서 5천만을 돌렸다고 한다. 이는 시스템의 코트를 입은 가련한 국정원녀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최근의 국정원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 행보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병기는 그 누구보다 국정원장에 어울리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를 선임한 영애 각하의 혜안에 다시금 감탄하며, 이병기를 국정원장으로 적극 추천한다.
뱀발.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줄…
진지 빠는 모드로 들어가자면… 위 글과 링크한 기사를 꼼꼼히 읽으면 알겠지만, 실로 미친 인사다. 노태우 밑에서 독재 정권 생존을 위한 모색, 1997년, 2002년 대선에서는 김대중과 노무현을 떨어뜨리기 위해 온갖 협잡, 범죄를 저지른 안기부 출신 인물이라는 것. 공주님께서 개념이 없어서 이러면 그나마 다행이고, 사람이 없어서 이런다면 정말 끔찍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의미에서는 문창극보다 훨씬 심각한 인사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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