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에 지친 이’와 상담을 하던 중에 나눈 대화를 압축하여 전달 드립니다.
Q. 회사에서는 계속 ‘열심히 하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회사에서는 어떤 식으로 ‘열심히’ 하라고 하던가요?
Q. 일단 되든 안 되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라고 합니다. 과도한 목표를 제시받는 것 같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일을 하라고 지시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볼 때는 모두 비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A. 처음부터 그렇게 느껴졌나요?
Q. 아니요. 그러지는 않았죠. 일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더욱 높은 수준의 목표와 몰입도를 요구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걸 해내니까, 더 높고 어려운 무언가를 요구했고요. 이를 수개월째 반복하다 보니 마치 회사에 ‘소방수’로 근무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불이 나면 저에게만 불 끄기를 요구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회사 안에 갇혀 계속해서 ‘조련당하는’ 기분이 들어 우울해집니다.
A. 그럼, 그동안 누구를 위해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들(조직)만을 위해서 그런 건가요? 나를 위해 한 일이나 생각과 행동은 없을까요?
고작 일인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우리가 일을 대하는 모습과 태도는 처음과 끝이 너무나 다릅니다. 시작할 때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요령을 익히며 열심히 하는 ‘척’에 능통하게 됩니다. 나중에는 그 ‘척’을 들키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합니다.
“저는 아니에요.”라고 하지만, 이야기 몇 마디 주고받으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의 종류와 상황·상태에 따라 다를 뿐, 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필연적입니다. 그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함께 일하는 이들이 바라는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이런 변화는 당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매일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데, 소명 의식 없이 시작한 일이 어떻게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요? 문제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변할까요? 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 걸까요? 일에 익숙해져 소중함을 몰라서 그런 걸까요? 직장을 얻었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 걸까요?
‘일을 통한 진정한 성장’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제가 생각하는 답은 ‘일을 통한 성장’에 대해 깊이 있는 접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본 적도, ‘되고 싶은 나’에 접근해 본 적도 없을 겁니다. 대학 입학처럼 점수 맞춰, 남들 가는 대로, 더욱 크고 유명한 직장에만 초점을 맞췄던 거죠. 성장보다는 ‘경쟁에서 생존’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그 생존의 프레임은 조직 또는 업계 내부에 스스로를 갇히게 만듭니다. 당장 해야 하는 일에만 급급하게 마드는 것이죠. 조직도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방조하고, 때로는 종용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올바른 성장이라는 것은 허황된 꿈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하지 않은 목표라고 판단하면, 대부분 ‘될 대로 돼라’라는 식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폐 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만들어야 하는 최소화된 성과에 자신을 한정 짓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해”라며 타협하게 되는 것이죠.
‘타협’해도 됩니다. 단지, 노력해도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결과에 대한 타협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적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더 나을 결과를 위해 과정상의 변화를 줄 수 있게 됩니다.
남(조직)을 위해서만 일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가장 최악의 생각은 조직에 의해 ‘희생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혼자서만 하는 착각은 아닐까요? 현 조직에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이 다른 곳에서도 쓰일 수 있을까요? 그러면 다른 종류의 경험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조직에서 가능한 경험일까요? 모두 따져봐야 합니다.
그냥 일이니까, 그것도 남의 일이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니까…
그러나 헷갈리거나 착각하시면 안 됩니다. 내가 지금 하는 노력은 결코 ‘남 좋은 일’이 아닙니다. 나의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습니다. 적어도 ‘할 수 없거나, 해도 안 되는 일 또는 방법’을 찾는 것만으로도 생각하지 못한 분야의 학습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추가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올바른 성장을 위한 노력을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노력은 투자입니다. 그러나 ‘노오력’은 비용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래서 억지스러운 ‘남을 위한 노오력’보다 ‘내 성장을 위한 노력’이 될 수 있도록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세요. 이 노력들이 뭉쳐 스스로가 바라는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의심하지 마세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위해 제대로 된 과정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직장에서의 올바른 성장 경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나와 남을 위한 기본적 매너’입니다. 다만 누구를 위한 노력인지는 분명히 알고 시작하세요. 결국 그 노력의 끝에는 쉽게 남과 바꿀 수 없는 ‘성취’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성취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로지 ‘나의 경험’으로 남습니다. 이는 성장을 위한 긍정 심리적 발판이 될 겁니다. 희망적으로 일을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죠. 그것이 결국 일을 지속하게 만들 겁니다.
원문: 이직스쿨 김영학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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