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도로 연동형 비례제가 추진되자,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제도를 무력화하는 꼼수였고, 여권에선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그게 통해버렸다(…).
더불어시민당이 적어도 명분만은 ‘시민사회와 소수정당, 민주당의 플랫폼’이라면, 미래한국당은 그런 명분도 다 걷어치우고 깔끔하게 미래통합당만의 꼼수 위성정당이다.
처음에는 한선교와 공병호가 본가인 미래통합당에 반란을 일으켜, 극우 스피커가 전면에 포진한 괴상한 비례대표 명단을 만들었던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며칠 만에 진압당하고, 현재는 본가인 미래통합당의 입김이 충실하게 반영된 새 비례명단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는 그 하위 순번인 11~20번 후보들에 대해 알아보자.
-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훑어보기: 1번부터 10번까지
-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훑어보기: 11번부터 20번까지
-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훑어보기
-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훑어보기: 1번부터 10번까지
11. 김예지
- 키워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장애인 인권
비례 11번을 받은 미래한국당에서 영입한 ‘1호 인재’ 김예지 씨.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한국 장애예술인협회 이사. 선천성 망막 색소 변성증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되었다. 때문에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디스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예술을 전공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본인도 점자악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3D 촉각 악보 개발을 연구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을 기증받아, 무대에도 안내견과 함께 오르고 있다. ‘창조’, ‘찬미’, 그리고 지금 ‘조이’ 까지 세 마리. 연주의 시작과 끝을 알 정도로 영특하다고.
한편 황교안이 김예지 씨의 안내견 ‘조이’를 함부로 쓰다듬었다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 안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타인이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된다.)
12. 지성호
- 키워드: 북한 인권, 꽃제비, 장애인, 목발 탈북
기호 12번은 북한 인권단체 ‘나우’의 지성호에게 돌아갔다. 지성호는 북한의 ‘꽃제비’ 출신으로, 화물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려다 영양실조로 탈진해 왼쪽 손과 다리를 잃었다. 2006년 목발을 짚고 탈북해 한국에서도 유명해졌으며, 현재는 ‘나우’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대북 압박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소개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 시절 영입된, 총선 대비 인재영입 1호. ‘나우’에서는 탈북자 구출 및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북한 인권 캠페인, 대북라디오방송 등도 진행하고 있다.
13. 이영
- 키워드: 경제, 여성, 벤처, 이공계
비례 13번을 받은 이영은 벤처 기업인이자 투자자이다. 현재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으로 있다. 사이버보안 기업 테르텐의 대표이자, 벤처 캐피탈 ‘와이얼라이언스 인베스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와이얼라이언스는 신생 벤처기업의 초기 엔젤투자, 시장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암호론을 전공한 이공계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CEO로 자리매김한 입지전적 인물. 이공계 출신은 기술에는 빠삭하지만 시장 파악에 실패해 창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 기술 벤처에서 여성 CEO는 5%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하니,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셈이다. 그의 창업 스토리는 ‘벤처 하는 여자들’이란 책으로 담기기도 했다.
14. 최승재
- 키워드: 소상공인, 최저임금 인상 반대
전 소상공인연합회장. 지난 2월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사퇴한 뒤 미래통합당에 입당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16년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소상공인 법정 대표단체이다. 가끔 ‘경제 6단체’로 포함되어 취급되기도 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으며, ‘작은 가게 오래 가게’ 캠페인 등을 벌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소상공인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때를 즈음해 2018년에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는데, 무혐의로 수사 종료되었던 바 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노골적인 탄압이라 반발했다.
공천과 관련, 또 다른 법정단체인 전국 상인연합회와 갈등이 있다. 소상공인당을 창당하기 위해 정당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던 중 돌연 미래통합당에 입당하여 창당을 무산시켰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 상인연합회는 그의 공천을 두고 ‘700만 상인들을 배척하고 대표성이 결여된 공천’이라 규정하고,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15. 전주혜
- 키워드: 여성, 법조인, 성인지 감수성
15번은 전주혜 전 대한변호사협회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위원회’ 부위원장의 몫으로 돌아갔다. 8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근무하다가 2014년 사임했다. 2018년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선입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대법원에서 ‘성인지 감수성’ 판결을 처음으로 이끌어낸 변호사로 유명하다. 그 자신도 워킹맘으로서 대한변협의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2017년에는 여성가족부의 양성평등진흥 유공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16. 정운천
- 키워드: 전북 유일의 통합당 의원, 농업 전문가
정운천 현 전북 전주시 을 의원이 16번을 받았다. 농업 전문가로서, 농업에 30년간 종사한 일꾼. 키위 수입 자유화에 맞서 “참다래유통사업단”을 결성했던 일화가 유명하다. 김대중 정부 때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부 장관에 올랐으나, 광우병 파동으로 사퇴하였다. 이후 한나라당에 입당해 활동하였으며,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으로서 험지 중의 험지라 할 전북에 당선 깃발을 꽂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역일꾼으로서 그만큼 인정을 받은 셈.
이후 박근혜 탄핵을 주장하며 바른정당으로 합류, 이후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등을 거치다가 보수 대통합으로 미래통합당에 합류했다.
17. 서정숙
- 키워드: 약사, 불굴의 비례 도전(…)
한국여약사회장 서정숙이 17번을 받았다. 심사평가원 감사로 일하기도 했다. 여학사회장으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봉사활동을 벌여왔으며, 약사의 위상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2004년부터 비례대표 공천에 꾸준히 도전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계속 미래통합당 계열 정당.
심지어 심평원 감사로 활동하던 20대 총선 때도 비례대표 출마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공천 심사 전 감사 신분을 유지한 채 관용차량을 타고 52회 국회를 방문한 것과, 공천 탈락 이후 새누리당 당사를 항의차 방문해 호소문을 전달한 것으로 또 논란을 일으켰다.
18. 이용
- 키워드: 스포츠, 평창올림픽의 숨은 영웅
18번은 스포츠계의 몫이 되었다. 이용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본인도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 선수였으며, 2018년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스켈레톤 – 봅슬레이 국가대표 총감독을 맡았다. 평창 올림픽에서 윤성빈, 원윤종, 서영우 등의 대표선수들을 이끌고 스켈레톤 금메달과 봅슬레이 은메달을 획득, ‘불모지’로 여겨지던 썰매 종목에서 엄청난 쾌거를 이루었다.
세바시에서 “꿈이 현실이 되는 방식”, “팀원을 살리는 리더의 말” 등의 강연을 하기도 했다.
19. 허은아
- 키워드: 이미지 전략가, 패션 외교 해설가(…)
19번을 받은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이미지 전략가이다. 자유한국당 시절 영입했던 인사로, 예라고 대표이사, 국제브랜드이미지협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세계 26개국에서 인정하는 이미지 컨설팅 분야 국제 인증 최고학위(…)인 CIM을 세계 14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취득했다고.
상징색을 두고는, 빨간 색은 원래 좋은 색이지만 당 때문에 나쁜 이미지가 박혔다며(…) 색을 바꿔야 한다고 돌직구를 던지기도.
20. 노용호
- 키워드: 당내 정치인, 강원도
20번은 당의 당무총괄국장 노용호의 몫으로 돌아갔다. 강원도 양양 출신으로, 도당 사무처장을 지냈고, 국회 정책연구위원, 자유한국당 조직국장, 기획조정국장 등을 지냈다.
총평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 장애인 탈북자 지성호 등 장애인이 비교적 상위순번에 자리한 것이 눈에 띈다. 지성호는 북한 인권 문제에 상징적인 역할을 할 것이 기대된다. 성인지감수성 판결을 이끌어낸 전주혜 변호사, 이영 여성벤처협회장 등 여성 현업 전문가들도 눈에 들어온다.
오히려 앞 순번(1~10)에 비해 논란이 될 인물은 적은 편. 앞 순번에 채널 A 출신 언론인과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들어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서정숙 여약사회장은 16년째 비례대표 문을 두드려온 전략이 썩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듯. 최승재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주도한 점에서 반응이 다소 엇갈릴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