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주도로 연동형 비례제가 추진되자,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제도를 무력화하는 꼼수였고, 여권에선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그게 통해버렸다(…).
더불어시민당이 적어도 명분만은 ‘시민사회와 소수정당, 민주당의 플랫폼’이라면, 미래한국당은 그런 명분도 다 걷어치우고 깔끔하게 미래통합당만의 꼼수 위성정당이다.
처음에는 한선교와 공병호가 본가인 미래통합당에 반란을 일으켜, 극우 스피커가 전면에 포진한 괴상한 비례대표 명단을 만들었던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며칠만에 진압당하고, 현재는 본가인 미래통합당의 입김이 충실하게 반영된 새 비례명단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는 그 상위 순번인 1~10번 후보들에 대해 알아보자.
-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훑어보기: 1번부터 10번까지
-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훑어보기: 11번부터 20번까지
-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훑어보기
-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훑어보기: 11번부터 20번까지
1. 윤주경
- 키워드: 윤봉길의 손자, 사퇴 종용 논란, 안보
상징적인 비례 1번의 주인공은 미래통합당에서 총선을 대비해 영입했던 화제의 인사, 바로 그 윤주경이다. 윤봉길의 장손녀이며, 10대 독립기념관 관장. ‘한선교의 난’ 때는 당선권에서 먼 21번에 배치되었다가, 황교안의 격노(…)에 의해 1번으로 올라간 케이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고, 2014년에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퇴. 이 시기 정부에서 불법적으로 사퇴를 종용했다는 논란이 있다. 2012년 대선 때부터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했다
2. 윤창현
- 키워드: 경제, 학자, 금융, 전문가
비례 2번은 경제학자 윤창현 교수의 몫이 되었다.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로서, 주로 연구한 분야는 선물 및 파생상품이라고.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귀국, 국내 자본시장에 선물 및 옵션을 도입하기 위한 초기 연구를 맡았던 바 있다.
정치 활동도 나름 오래 한 편. 이명박 캠프의 자문단이었으며,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으로도 활동했다. MB노믹스를 지지한 대표적인 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로도 여의도연구소의 정책 구상에 조언해왔다.
또 뉴라이트 재단 상임이사로도 활동했다. 당시부터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독재와 인권 탄압은 나중 세대가 거둘 편익을 위해 치러진 일종의 비용”이라거나, “참여정부는 부자에 대한 편견,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대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와 정책으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위험한 시도를 벌였다”는 등 보수적 견해를 보여주었다.
역시 ‘한선교의 난’ 때 당선권에서 먼 26번을 받았다가, 황교안의 분노로 반란이 진압되며 2번으로 올라왔다.
3. 한무경
- 키워드: 여성, 경제
3번은 여성 경제인의 몫으로 돌아갔다. 1998년 IMF 때 제조업 분야에 뛰어든 입지전적인 여성 CEO 한무경이 그 주인공. 현재 효림그룹 회장이며, 2016년부터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을 역임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였으며, 대학 강사 출신으로 98년까지는 강단에서 일하다가, 98년 효림산업을 인수하면서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41세에 창업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제조업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음에도 불구, 적자에 부채로 신음하던 회사를 17년 만에 연 매출 8천억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으로서 여성 기업의 자금 확보, 판로 개척 등을 지원했으며,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지원했다. 여성 기업에 대한 지원책 등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4. 이종성
- 키워드: 장애, 복지, 전문성
비례 4번 이종성은 자유한국당의 총선 대비 영입 인재로,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이다. 20년 넘게 장애인 복지 정책에 매진해온 현장 전문가로서, ‘지체장애인편의시설 지원센터’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장애 인식개선 교육’을 주도하였다. 한선교의 난 때는 당선권 밖인 22번이었다가, 4번으로 올라왔다.
5. 조수진
- 키워드: 보수, 언론, 동아일보
비례 5번 조수진은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이다. 동아일보와 채널 A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일했으며, 논설위원으로서 ‘횡설수설’ 등 칼럼을 맡았다. 공천 확정 직전에야 사표를 내, ‘정치권 직행’, 폴리널리스트 논란이 있다.
막말 논란이 있다. 채널A에 출연한 그는 ‘대깨문’, ‘대깨조’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으며, 더불어민주당을 공산당에 비유하고, 미디어오늘을 ‘친여 매체’로 규정하는 등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한선교의 난 때는 1번이었다가 5번으로 내려앉았는데, 오히려 비례 1번이 된 윤주경 후보를 축하해주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근데 뭐 5번도 어차피 당선 안정권이라 큰 의미는 없긴 하다(…)
6. 조태용
- 키워드: 외교, 전문가, 40년 외교공무원
비례 6번은 외교부 1차관이었던 조태용이 올랐다. 198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공무원이 되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6자회담 차석대표로 9.19 공동성명 채택에 기여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 6자회담 수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임명되었다. 이후에도 외교부 1차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낸 그야말로 뼈가 굵은 외무공무원이다.
2019년 자유한국당에 영입되어 ‘문재인 정권 안보파탄 백서’를 제작을 자문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에 비판적인 편으로, ‘고립무원’이라고 표현하였다. 일본과의 관계 악화, 지소미아 종료, 9.19 남북 군사합의 등을 비판하였으며, 중앙일보에 ‘한반도평화워치’를 연재하기도 했다.
7. 정경희
- 키워드: 역사, 우경화 논란
비례 7번을 받은 역사학자 정경희는 ‘역사 교과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역사교과서 우경화 논란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4.3 사건 비하 등 논란을 일으켰다.
정경희는 기존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되었다는 주장을 하며 우편향 및 부실 논란을 일으켰던 교학사 교과서를 ‘최초로 대한민국 시각에서 제대로 쓴 교과서’로 추켜세웠으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사태 때 집필진으로 참여하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사편찬위원을 지냈다.
논란이 되는 그의 대표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다.
- ‘일제시기’란 말을 민중사학자들이 북한식 용어인 ‘일제강점기’로 바꾸었다고 주장했다.
- 제주 4.3 사건을 ‘무장반란’으로 규정하고, 이를 봉기 또는 사건이라 부르는 것은 이 사건의 폭력성을 완화시키려 하는 것이라 비난했다.
- 유신을 ‘정치개혁’으로, 5.16 쿠데타를 ‘조국 근대화를 위한 국가프로젝트’로 표현하기도 했다.
8. 신원식
- 키워드: 군인, 합참차장, 보수
비례 8번에는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이 올랐다. 육군 3사단장, 수방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을 역임하였으며, 대장 진급에는 실패하고 중장으로 예편하였다.
2016년에도 이미 새누리당 비례대표 명단에 포함된 바 있으나, 이때는 낮은 순번(22번)을 받아 낙선했다. 이후 바른정당에 참여하였으며, 2018년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2017년에는 미국과의 핵 공유를 주장했으며, 2019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완용처럼 나라를 북한에 팔아먹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찬주가 ‘지상작전과 합동작전의 대가’로 칭찬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 말 자체야 사실이겠지만 하필 칭찬의 주체가 박찬주라서 별로 좋은 효과는 못 볼 것 같다(…)
9. 조명희
- 키워드: 과학자, 우주, 전문가
비례 9번은 과학자의 몫이다. 조명희 교수는 국내 우주과학 분야의 개척자로서, 국내 최초로 인공위성 영상을 활용하는 원격 탐사의 박사학위를 받아 ‘위성정보 1호 박사’로 잘 알려져 있다.
2011년부터 국가과학기술임의회 산하 거대공공전문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박근혜 정부 때에는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2016년 총선 때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도전했으나, 낮은 순번(19번)으로 아깝게 낙선했다. 한선교의 난 때는 배제되었다가 황교안의 분노로 9번에 올라 기사회생. 지난 총선 때는 뉴스타파에서 가족기업 운영, 공무원법 위반 등의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10. 박대수
- 키워드: 노동, 한국노총
비례 10번은 노동계의 몫으로 돌아갔다. 전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으로서, 30년간 노동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해온 현장 전문가. 청와대에서 연 ‘노동계와의 대화’ 등 굵직굵직한 자리에 참여했던, 노동계의 대표 인물 중 하나다.
다만 미래한국당 합류에는 논란이 있다. 그는 지난 1월 자유한국당이 보수 통합을 위해 추진했던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 노동계 대표로서 참여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는데, 이것이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정당활동을 할 수 없다”는 한국노총 규약에 위배되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금속노조, 공공노조 등 노동계에서는 그의 자유한국당 합류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총평
비례 1번을 받은 윤주경은 상당히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다. 윤봉길의 손자에, 문재인 정부에 의해 ‘불법적으로 사퇴당했다’는 논란까지 있다.
여기에 경제, 외교 관료로서 수십 년 간 일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은 윤창현, 조태용 등이 포진했고, 여성 CEO 한무경, 지체장애인 이종성 등도 각자의 필드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전문가 그룹이다.
반면 우경화 논란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깨문’ 등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조수진 논설위원은 비례 공천 직전에야 사표를 내 폴리널리스트 논란까지 불거졌다. 정경희 전 국사편찬위원은 4.3사건을 ‘무장반란’으로 규정하고 ‘일제강점기’란 용어가 북한에서 온 것이므로 ‘일제시대’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여러모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