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당은 비례 정당 중에서도 가장 희한한 정당이다. 일단 기본적으로는 연합 플랫폼 정당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연동형비례제의 결함을 이용한 꼼수로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비례를 싹 쓸어갈 상황이 되자, 더불어민주당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만든 일종의 위성 정당이다.
다만 명분 쌓기를 위해 자당 출신은 11위 이후의 후순위로 배치하고, 앞에는 시민사회 후보(?)들과 소수정당 후보들을 넣었다. 여기에서는 기존 더불어민주당 출신 등이 포진한 11~20번 후보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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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최혜영
- 키워드: 민주당 인재영입 1호, 척수장애인, 장애인 인권, 부정수급 논란
비례 11번인 최혜영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인재영입 1호 인사로, 하반신이 마비된 척수장애인이다. 무용학과 출신으로 발레리나의 길을 걸었으나 24살 때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었으며, 이후 강연, 교육 활동 등을 통해 장애인 인식 개선에 힘썼다.
한편 이해찬 후보가 이분을 추켜세우다가 “나도 몰랐는데,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 사고가 나서 장애인이 된 분들은 의지가 강하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부정수급 의혹이 있다. 2011년 장애인 럭비선수 정낙현 씨와 결혼했는데,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하면서 기초생활비, 활동지원금 등을 초과로 받아왔다는 것. 최혜영은 이에 대해 “혼인신고를 하면 남편의 빚을 떠안을까 봐 혼인신고를 미뤘다”고 해명했다. 남편 정낙현 씨에게 직업이 생기자 기초생활비 수급을 중단했고, 시험관 아기를 가지기 위해 혼인신고까지 했다는 것.
12. 김병주
- 키워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안보, 보수, 한미동맹, 알자회 극혐함(?)
12번 김병주는 육군 포병 출신 4성 장군이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한 군인 출신이다. 더불어민주당의 3번째 영입 인재였으며,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안보’ 측면을 강화하려는 포석인 듯.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했던 만큼 한미동맹을 중시한다. 재임 당시 사령관들과의 관계는 물론, 주한미군 장병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한미 우호 강화에 크게 노력했다는 평이다.
현직 시절부터 군 사조직 ‘알자회’를 매우 싫어해서, 알자회 출신들을 기수 열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자회’는 박근혜 정부 때 육군 주요 보직을 꿰차다가, 최순실 청문회 때 그 존재가 드러나며 ‘아직도 군 사조직 같은 게 있느냐’며 사람들을 경악시켰던 바로 그곳. 당연한 얘기지만 군 사조직은 있어서는 안 되니만큼, 강직한 성품을 드러내는 미담으로 봐도 좋을 듯.
13. 이수진
- 키워드: 한국노총, 노동, 여성
비례 13번을 받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노동운동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인물이다. 한국노총에서 오래 활동하다가 2012년 민주통합당에 들어가며 정치를 시작했다.
이처럼 민주당과 연이 깊음에도 불구, 지난해 5월 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매우 큰 유감과 깊은 실망을 감출 수 없다”며 전국노동위원장직을 사퇴하는 등 나름 강골. ILO나 OECD 기준에 미달하는 한국의 노동기본권 문제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한다.
14. 김홍걸
- 키워드: 김대중 아들, 최규선 게이트, 안철수(…?)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사실 그 이름이 가장 잘 알려진 건 바로 그 김대중 대통령 재직 당시 일어난 ‘최규선 게이트’ 때문이다.
그는 스포츠토토 사업자가 된 타이거풀스로부터 36억 7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주식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으며, 체육복표(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 및 아파트 건설 승인 청탁 대가 등 명목으로 거액의 주식과 금품을 받고 2억 2000만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는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았는데, 뭐 당시 재판부에 따르면 정작 실제 기관에 로비는 하지 않았다고(…)
2016년 총선 정국 당시 안철수가 ‘이희호 여사의 지지를 받았다’고 언플을 하자 ‘그런 거 없다’고 반발하면서 다시 정치권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였으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의장에 취임. 이번 선거에서도 통일, 남북 평화 부문 인사로서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15. 양정숙
- 키워드: 인권, 법조, 스펙 논란(?)
비례 15번은 인권위 비상임위원 양정숙 변호사가 올랐다. 변협 감사, 여성변호사회 부회장 등으로도 활동했고, 지난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19번으로 출마했었다. 원래도 간당간당한 번호였지만 국민의당 돌풍 때문에… (크흡)
여당의 추천으로 인권위 비상임위원이 된 지 42일 만에 사퇴하고 비례대표에 도전한지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비례대표로서 ‘스펙’을 쌓으러 간 게 아니냐는 것. 본인의 변에 따르면 권고밖에 할 수 없는 인권위의 역할에 한계를 느꼈다고.
16. 전용기
- 키워드: 청년(20대!), 당내 정치인
16번 전용기 후보는 17년 문재인 캠프의 대학생공동본부장으로 정치에 입문, 이후 더불어민주당 청년정책연구소, 전국대학생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당내 청년 정치인이다.
91년생, 만 28세로 당선권에선 유이한 (레알) 청년 후보. 나머지 한 사람은 기본소득당의 용혜인이란 걸 생각해보면, 민주당에서 낸 유일한 청년 후보라고 봐도 될 듯. 외부 영입이 아니라 당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한 인물이라는 것도 주요점이다.
17. 양경숙
- 키워드: 당내 정치인, 여성, 지방분권, 이름 때문에 가장 억울함(?)
17번 양경숙 후보는 무려 30년간 더불어민주당에서 일해온 당직자다.
4, 5대 서울시의원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재정정책연구원장으로 재임 중. 더불어민주당의 전국여성위 부위원장이자, 정책위 부위원장이기도. 지방분권, 재정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양경숙이 유명해진 이유는 따로 있으니(…) 바로 동명이인 양경숙 때문. 이 동명이인 양경숙은 민주통합당 공천 사기 사건으로 실형을 받았던 인물인데, 최근 아파트 계약서 위조 혐의로 또 실형을 받았다. 이 동명이인 양경숙 때문에 네이버든 구글이든 양경숙을 검색하면 실형 받았단 기사만 잔뜩 뜬다(…) 아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 듯.
이번에 더불어시민당 비례로 나선 양경숙은 그 범죄자 양경숙과 전혀 관계없는 인물이므로, 다들 헷갈리지 않도록 하자(…)
18. 이경수
- 키워드: 과학, 핵융합, 양이원영의 적(?)
18번에 이르러 드디어 과학자가 등장했다. 그것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사무차장 출신이라는 어마어마한 스펙. 30년 넘게 핵융합을 연구하였으며, KSTAR 건설을 주도한 핵융합의 세계 최고 전문가다. KSTAR는 1억도 상태의 플라즈마를 8초간 유지해 세계 기록을 세운, 초전도핵융합 연구장치를 칭한다.
그가 맡은 자리만 해도 면면이 화려하다. 국가핵융합연구소장, ITER 이사회 부의장 등. 정치권에서 흔히 홀대받는 과학자의 자리를 그가 지켜낼 수 있을까.
문제는 같은 당의 비례 9번 양이원영이 열렬한 핵융합 반대론자라는 것. 그는 “핵융합을 실현시키는 것은 지구에 실현하는 건 태양을 지구에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 등의 발언으로 과학계의 탄식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아마 과학자들은 대환장파티일 듯.
19. 정종숙
- 키워드: TK, 여성, 당내 정치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더불어민주당의 ‘취약지역’인 TK를 대표하여 비례대표 19번을 받았다. 역시 30년간 시민활동을 해온 더불어민주당의 당직자이다.
대충 역임해온 직책이 대구여성회 대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문재인 대구선대위 공동위원장 등.
20. 정지영
- 키워드: 당내 정치인, 여성,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사무처장. 전 국회 정책연구위원 출신이다. 역시 당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당직자 정치인이다. 당직자 몫으로 비례순번 20번을 받았다.
총평
후순위지만, 사실 이쪽이 진짜 ‘여당’의 비례대표 포진이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핵융합의 세계적 대가 등 후덜덜한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특히 18번 이경수 후보는 ITER 사무차장 출신에 KSTAR 건설 주도 등 말 그대로 대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과학자인데…
문제는 9번 양이원영이 핵융합도 핵이라며 반대하는 탈핵운동가라는 것. 좀 심한 미스매치인데다, 정작 이경수 후보는 당선되기 어려운 후순위지만 양이원영은 당선 확정권이라는 게 문제. 또 전용기, 양경숙, 정종숙, 정지영 등 당에서 일해온 당직자 출신 정치인들도 이쪽에 많이 포진했다. 개중에는 30년씩 일해온 당직자들도.
하지만 다들 당선이 다소 어려워 보이는, 비교적 후순위라는 게 문제. ‘당에서 일해온 정치인’을 우대해야 정당 민주주의가 성숙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아쉬울 수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권력형 비리 게이트를 일으켰던 김홍걸도 논란이 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