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ㅍㅍㅅㅅ본부장, 이하 최): 요새 학세권이라는 말이 뜨던데, 사실 학세권은 거의 고정되다시피 하지 않나요?
월천대사(이주현): 네, 고정돼 있습니다. 저는 현재학군이라는 단어를 쓰고, 학군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건 미래학군이라고 부릅니다.
최: 현재학군이라면, 흔히들 아는 대치동이나 목동?
월천대사: 그렇죠. 전통적인 학원가. 대치, 목동, 중계. 경기도에서는 평촌, 일산, 분당. 근데 분당은 학원가가 좋기는 한데 생각보다 작습니다. 도시가 길쭉하다 보니까 밀집하지 않고 산발적으로 있습니다. 이매에도 조금, 수내에도 조금, 정자에도 조금, 돌고래상가에도 조금. 밀집이 안 되어서 크게 발달은 못 했죠. 그래도 학군 자체는 정말 좋습니다.
최: 좋은 학군의 기준은 스카이를 많이 보낸 건가요?
월천대사: 좋은 학군을 보는 정량화된 기준이 있어요. 학업성취도, 특목고 진학률, 대학 입시 결과 SKY진학률, 의치한 진학률 등이에요. 그런데 요즘 논란이 많습니다. 학군을 정량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 예를 들면 2016년도까지 시행되었던 학업성취도가 그렇죠. 상위 학생들은 국·영·수 중 국어는 대부분 다 90점 넘습니다. 문제는 수학에서 갈립니다. 학군 지역이라도 대치, 목동권 외에선 수학이 90점보다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대원국제중은 당시 국/영/수가 모두 100/100/100이었죠(2016년 학업성취도 기준).
최: 학군이 센 데라 하더라도 지역별로 차이가 좀 나네요?
월천대사: 상위권 학생의 비중을 보면 되는데, 그중에서도 초상위가 있는 지역이면 좋습니다. 그 초상위를 받쳐줄 수 있는 학원가가 있는 동네면 더 좋죠.
최: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유명한 학교가 전국 방방곡곡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월천대사: 요즘은 학군, 그러니까 교육 특구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지방 대도시 중에서도 학군이 특화된 대구 수성구 같은 곳을 찾아보기 어렵지요. 그게 다 초상위권 학생들을 받쳐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관들이 옛날처럼 여기저기 생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상위를 상대로 하는 선생님들은 다 대치동 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요즘 공부는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부모의 재력이 중요한데, 집값이 비싼 곳도 학군 형성에 유리합니다. 그다음은 전문직, 소득이 높은 자영업을 하는 분들과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사는 동네. 그런 동네에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이 생깁니다. 영어유치원(영유) 비율만 하더라도 소득하고 연관이 있습니다.
최: 흠…
월천대사: 옛날에는 약간의 선행 학습만 하고 학교 공부, 심화학습을 충분히 하면 수능 잘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입시 제도가 복잡해졌습니다. 수시가 강화되고 학생부 종합(이하 학종)이 시행되면서 학교 선생님들은 긍정적인 요인이 많아졌다고 하죠. 학교에서 애들 공부 분위기가 좋아졌으니까. 반면에 입시 치르는 학부모들은 정보의 부제로 더욱 애가 탑니다. 애가 대학 떨어졌어도 왜 떨어졌는지 모릅니다. 이유를 알아야 재수 때 따라잡는데 수시는 그게 불가능해서 그러면 재수할 때는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하시며 대부분은 정시를 시킵니다. 그렇게 입시 제도에 대한 정보가 많이 블라인드 되어 있어서, 정보 받으려면 또 대치동에 와야 합니다. 설명회 시즌에도 붐비지만 입시 철엔 상담 잡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최: 복잡해질수록 정보 싸움이 된다?
월천대사: 수시로 오는 애들은 4학년까지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 대학에서는 수시로 뽑는 아이들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해마다 애들 뺏기고 편입으로 다시 뽑아야 하는 과정이 학교 입장에서는 손실이기 때문에, 대학은 처음부터 진로 적성 보고 해당 학교에 관심 가지는 학생들 뽑는 데 주력한다고 합니다…
최: 그런 애들이 보인대요?
월천대사: 하도 보다 보니 얘기 몇 마디 하면 안다고… 입학사정관제를 통해서 수시로 뽑은 애들이 학교에 더 많이 남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몇 해 전엔 아예 대학 측에서 수시 정원을 늘려 달라고 했다고 하죠.
최: 그래서 수시랑 학종을 선호하는군요.
월천대사: 학생부종합전형은 전 과목에 대한 선생님 코멘트랑 1–3학년 총합 6학기 모든 성적이 다 기록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 학기라도 삐끗하면 진학 못 하게 되는 겁니다. 학교생활 충실히 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수업 시간 내 태도들이 좋아졌다고 하죠.
최: 공교육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확실히 없어진 것 같아요.
월천대사: 수시가 강화되면서 학교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수시로 갈 수 있는 애들은 소수이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소수에게 몰아주는 상황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상위권 아니면 수시 문턱이 너무 높습니다. 그래서 입시정보가 많은 엄마는 대치동에서 내신이 불리할 거 같으면 발 빠르게 인근 타지역 명문고로 배정받기 위해 이사합니다. 거기에서 1–2등 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그렇다고 너무 엉뚱한 데로는 가지 않습니다. 면학 분위기도 중요하니까요.
심해지는 양극화: 아이들은 더 빨리, 초상위권은 더 높은 곳으로
최: 학원가 차이는 없나요?
월천대사: 있습니다. 학원가 레벨은 입시 정보의 유/무로 나눠집니다. 입시 전문가가 있어서 입시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곳은 진성 학원가입니다. 교과 선행학습과 심화 학습이 위주인 학원가는 동네 학원가가 되는 거죠.
최: 호오… 정확히 어떻게 다른가요?
월천대사: 사실 학원가 자체는 동네마다 있지요? 광장동에도, 수원 영통에도 꽤 큰 학원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계동, 목동, 대치동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은 초상위 학생 비율, 그리고 입시정보 상담 기관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최: 초상위라고 한다면?
월천대사: 특목고 가는 학생들. 그중에서도 요즘은 과학고와 영재고 가는 학생들이겠죠. 대학으로 친다면 SKY와 의치한을 갈 수 있는 학생들입니다. 아이비리그 유학으로 처음부터 진로를 잡고 특목고로 진학하는 학생들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최: 수지 쪽은 어때요?
월천대사: 위원장님 사심이 들어간 질문이시네요. (웃음) 비평준화 시절에는 매우 좋았습니다. 수지고등학교가 엄청 유명했죠. 동네 학원가도 잘 구성되어 있었는데, 거기에서 시작된 ‘아발론’이라는 프랜차이즈 영어학원이 유명했습니다. 외고 지망 학생 공부시키는 초상위반 ‘녹지원’도 있었고. 애초에 수지 하면 삼성전자가 떠오를 정도로 많은 가장이 삼성전자에 다니죠. 그래서 엄마들이 학구열이 높다고, 그 동네에서 사교육 사업하는 지인이 공부시킬 맛 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고 입시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수지 쪽도 영어교육 열망이 높았습니다. 저는 영어 가르치던 사람이라 아무래도 영어 쪽 인맥이 많죠.
최: 그런데 이제 특목고도 없앤다 그러고… 하향평준화인가요.
월천대사: 점점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죠. 귀족학교와 평민학교로 나뉜다는 말도 나오네요.
최: 아예 양극화가 진행되는 거군요.
월천대사: 소위 코스를 거쳐서 유학 가는 학생들과 명문대 간 다음 로스쿨과 의전 코스를 밟는 학생들이 대다수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인지 그 루트를 다시 차단하는 것 같아요.
최: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나요?
월천대사: 요즘은 ‘부’가 교육을 통해 대물림된다는 얘기를 한 적 있습니다. 중요한 건 교육을 통한 뒷바라지로 좋은 직업을 갖게 해주는 거죠. TESOL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자격증을 따면 교직을 이수하지 않아도, 교대를 안 나와도 공교육 학교에 선생님으로 취업이 가능했습니다. 정식 교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일하게 되는 교직원인지라, 유학을 다녀왔거나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된 가정의 자녀들이 유리한 제도였죠. 당시만 해도 영어 잘하는 사람이 흔한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임용고시는 정말 어려운 건데, 말도 안 되는 제도가 틈새로 생긴 격이었죠.
최: 흠…
월천대사: 로스쿨 같은 경우는 시험도 있지만 면접이 상당 부분 중요해요. 그래서 출신학교를 많이 본다고 합니다. 예전 사시 제도는 내가 아무리 금수저라고 해도 엉덩이 힘이 안 좋으면 붙을 수가 없는 로열 과정이었습니다. 로스쿨을 나와서도 이름있는 로펌에 들어가는 길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건 아닙니다. 특목고 입시, 대학 입시에서도 면접이 강화되면서 예전보다는 모든 게 개천에서 용 나는 걸 막죠.
최: 그렇죠, 그걸 받쳐줄 수 있는 집안도 한계가 있을 거고.
월천대사: 제가 사교육 10년 일했다고 말씀드렸지요? 당시에는 이해를 못 했는데, 한창 현업에 있을 때 모 외고의 국제반에는 가칭 ‘자부회’라는 게 있었습니다. 엄마가 아닌 아빠들이 입시 정보를 알아보고, 아이들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모임이었죠. 결과가 대단했어요. 높은 합격률로 전원 아이비리그 진학시킨다고 소문이 자자했으니까. 아빠들은 전문직인 데 반해 엄마들은 정보의 한계가 있으니까, 아빠가 나서서 전문적으로 외국대학 입시를 서포트하는 것이었죠. 아이 엄마는 아이 뒷바라지를 하면서 분업하는 시스템이었고요. 요즘 나오는 유머가, 아이 공부를 위한 조건이 4가지라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재력, 할머니의 라이딩,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인맥. 아빠의 무관심이 아니라.
최: 저도 10년 전에 그런 생각 했거든요. 계층 올라가는 사다리가 없어진다고.
월천대사: 집도 그렇고 교육도 그렇네요. 부를 통해서 부가 대물림되기도 하지만, 교육을 통해서 대물림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직업으로요.
최: 학세권은 결국 학원가와 학군이군요. 학군은 좀 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학원가는 어떤가요?
월천대사: 대치동, 중계동, 목동 중심의 학원가는 바뀌기 힘들 겁니다. 애초에 학원이 옮겨 가서 개체 수가 늘어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하지만 초상위 커버는 어려워도 교과목 정도는 담당할 수 있는 신흥 동네 학원가는 새로운 아파트가 밀집되어 나타나는 밀집형 재건축이나, 뉴타운을 개발할 때 많이 생깁니다. 대표적인 게 반포고, 길음뉴타운도 그랬죠. 그다음에는 잠실.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들어오면서 삼전동과 해당 아파트 상가에 학원이 많이 생겼습니다. 방이동도 학원가가 굉장히 큽니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빼곡했던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빠졌고, 그 자리를 학원이 빼곡히 채웠죠. 강동구 고덕도 새 아파트가 대규모로 재건축되어 들어온 만큼 학원이 더 충원될 겁니다. 마포도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신축 아파트가 대규모로 공급돼, 대흥역을 중심으로 학원가가 확충돼요. 웨딩 거리 쪽에서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인근 지역 개발사업이 활발하기 때문에 학원가가 생기는 데 유리합니다.
최: 다 온라인으로 하는 세대가 됐으니까 학원가도 부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네요?
월천대사: 온라인 학원은 아이가 어리면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팩폭’을 하자면, 자기주도 학습이 되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요. 안 시켜도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소수고, 공부해라 공부해라 해야 간신히 학원 가서 엉덩이 들이밀고 앉아 숙제라도 하는 학생들이 태반입니다. 때문에 오프라인 학원은 아동 청소년 대상으로는 지속될 것 같습니다.
최: 수요가 꾸준히 있는 것도 신기하네요.
월천대사: 엄마들이 어렸을 때는 비교적 ‘쿨’합니다. 이제는 직업이 다양해지고 창의성이 증대되니 입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그런데 정확히 아이가 중학교만 가도 전화가 옵니다. 급하거든요. 발등에 불 떨어졌거든요. 이게 내 새끼 문제거든요. 내 새끼 문제 앞에서 절대로 쿨할 수 없습니다. 안 되면 포기하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되겠습니까. 저도 엄마가 되니 선생님으로서만 볼 때와 또 다르더군요. 예전에도 가르치는 건 잘했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보는 부분은 좀 약했던 것 같습니다. (웃음)
최: 그러면 보통 몇 살부터 장기계획을 세운다고 보세요?
월천대사: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우리 아이가 향후 대치동 학원가에 입성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 입성할 마음이 있다면 5살부터 영어를 시키는 것이 좋고, 수학도 미취학 전부터 시키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7세만 되어도 영어 일기를 줄줄 씁니다. 레벨을 맞춰 놓지 않으면 공부 때문에 대치동으로 이사 와도 들어갈 학원이 없어 당황스러울 겁니다.
최: 만 5세 아니고 그냥 5세 말씀이시죠?
월천대사: 네, 그냥 5세입니다. 아이 중에는 ‘한글이 야호’만 봐도 3–4살 되어서 한글 혼자 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영어는 초등학교 6학년 전에 거의 끝내고, 중학교 가면 수학에 좀 더 집중하기 시작하죠.
최: 안 그래도 요새는 비싼 영어유치원 말고 보급형 영어유치원이 생기더라고요.
월천대사: 그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부족한 신도시, 혹은 새로 입주장이 된 곳에서 많이 보이는 현상입니다. 학원은 애초에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입니다. 예를 들어 광교가 얼마나 힘드냐면, 거기는 단지마다 구립 어린이집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사설이 거의 없어 6–7세가 되면 원치 않아도 유치원이나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한다고 최근 상담한 엄마가 이야기하더군요. 미사나 위례 입주 초기에도 어린이집이 부족해서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 등에 보낸다고 아우성쳤습니다. 택지지구 특성상 젊은 부부들이 초기에 많이 거주하게 되니, 아이들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죠.
최: 그러면 다른 공부는 언제 시작하나요?
월천대사: 대치동 기준으로는 6살 되면 수학 시작합니다. 그런데 수학 하려면 필수적으로 그 전에 한글을 떼야 합니다. 문제를 읽을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최: 그 얘기 많더라고요. 자유롭게 교육하고 싶은 사람들도 알림장 한글로 써야 해서 한글 공부시킬 수밖에 없다고.
월천대사: 요즘에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쓰기 교육 못 하게 합니다. 교과서도 봄·여름·가을·겨울로 바뀌었잖아요. 칠판에 판서도 못 하게 한다고 그래서 호불호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있는데, 학업성취도도 안 보니까 애들이 점점 바보가 되는 거라고. 그런데 있는 집 애들은 계속 교육을 시키거든요. 그러니 우리만 노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죠. 한번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해요.
최: 불안하겠네요.
월천대사: 예를 들어 봅시다. A 씨가 사는 동네는 그런 분위기 아니니까 어릴 때 아이를 놀립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차피 특목고 입시에서 국지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다음에 만나는 대학 입시는 전국 학생들이 일제히 봅니다. 그러면 대치동이나 목동에서 어릴 때 사교육 했던 학생들만 살아남는 겁니다. 아니면 동네에서 특출 난 학생이 되거나.
최: 한글은 기본, 5살 때부터 영어, 초등학교 때 수학. 그러면 초등학교 때는 뭐 해요?
월천대사: 초등학교 때는 각 과목의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애들이 정말 잘합니다. 심화 학습이나 선행 학습이 그냥 돼요. 공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있지만, 제 생각으로 그렇습니다. 공부 머리는 일단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습니다. 학습 습관 또한 공부를 해봤던 부모들이 공부 습관을 잡아줍니다. 공부 머리와 공부 엉덩이를 모두 지도해주는 거죠. 그래서 학원에서 가르치는 레벨도 아이들 따라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그래서 이 아들은 3살 때 한글 지도를 시작해서 한 달 안에 다 떼버리는 거죠. 학원에서도 아이들이 못 따라오는데 과정을 어거지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입니다.
대치동 수요가 꾸준한 이유: ‘잘하는’ 아이 엄마는 갈 수밖에 없다
최: 대치동 외부에서 대치동 입성도 하나요?
월천대사: 대치동은 외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입시가 끝나고도 대치동 학원가 도보권에 계속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최: 집 팔고 나가나요?
월천대사: 아뇨, 세 주고 나가지요. 강남에 있는 집은 파는 게 아닙니다. (웃음) 계속 전입하려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세를 주고 인근 편의성 좋은 곳이나 자연환경이 쾌적한 곳으로 이사 갑니다. 한 채 더 사서 나가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분들은 재테크도 뛰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최: 뉴타운에 분양받아 들어가서 애 키우고 사면 학군이 좋아질 것이다. 거기에서 가능성이 보이면 대치동으로 보내라…
월천대사: 애가 공부 잘하면 결국 대치동으로 올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저렇게 극성맞아서 애를 대치동까지 나르냐고 욕을 하다가도 결국 아이를 위해 가게 됩니다. 어떡해요, 우리 애가 전교권이고 동네에서 레벨 맞는 선생님을 못 찾는데. 어쩔 수 없는 과정입니다.
최: 흠…
월천대사: 제 친한 언니도 그랬습니다. 송파구에 살았는데, 아이가 알아서 공부하는데도 너무 잘해서 누구 엄마 하면 동네가 다 알 정도로 유명했지요. 그 언니는 극성맞은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아이가 고등학생 되니까 대치 학원가 인근으로 이사했습니다. 특목고 다니는데, 거기에서도 전교 1–2등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가 이제는 입시정보를 줄줄 꿰고, 저 학원가 관련 프로그램 만들 때도 최신 정보를 많이 주더군요. 그때와 지금이 완전 천지 차이인 겁니다. 아이가 공부 잘하는 데 어떡해요. 엄마가 서포트해 줘야죠. 아이가 공부 잘하면 자연스럽게 겪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최: 자식을 공부시키기 위해 좋은 지역으로 가는 것과, 학군 보고 투자 목적으로 들어가는 건 어떻게 다른가요?
월천대사: 전자는 기존 학원가로 가는 것으로 맹모들이 하는 방법입니다. 후자는 새 아파트가 밀집해서 생기니까 동네에 학교가 좋아지는 겁니다. 요즘에 많이 생기는, 제가 말하는 미래 학군들입니다.
최: 그렇게 많이 지어지는 곳에 들어가면 어떤가요?
월천대사: 무조건 과거보다는 좋아집니다. 근데 착각하시면 안 될 게, 좋아져도 대치동이나 목동처럼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마포는 신생 학원가로서 정말 좋은 동네입니다. 찻길 건너 여의도가 아직 재건축이 안 되기 때문에 인근 직주 근접이 가능하면서 신축 아파트를 대량 공급해주면 살 만한 선호도 높은 동네가 딱 거기거든요. 마포 분들은 잠실로도 잘 안 오시려고 합니다.
최: 어째서죠? 가격은 잠실이 더 높잖아요.
월천대사: 마포는 고소득자, 특히 맞벌이 부부들이 있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명문 학원가 가까이 갈 게 아니면, 마포 팔고 잠실 가기엔 직주 근접이 멀어진다고 그냥 마포 계시겠다고 하시더군요. 동남권이 베이스인 제게는 놀라운 답변이었습니다. 마포도 대흥동에 학원가가 생깁니다. 목동, 대치동 학원가와 비교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더 늘어날 겁니다. 아직 아파트 입주가 안 끝났고, 아현 뉴타운은 거의 완성단계고, 북아현뉴타운 진행 중이고, 3호선 타고 조금만 올라가면 은평구, 서대문구 싹 다 재개발 중입니다. 학원가가 생기기에 배후수요가 좋은 겁니다.
최: 배후수요가 중요한가요?
월천대사: 학원가는 사통팔달한 곳에 배후수요를 많이 가져야 생깁니다. 대치동만 해도 동네 애들만 있는 게 아니라 인근 학생들이 다 옵니다. 평촌도 왜 학원가가 제일 크냐면, 인근에 위성도시가 많습니다. 평촌, 안양, 인덕원, 의왕, 산본, 군포, 과천 등 꽤 넓은 지역이 평촌 학원가를 떠받쳐줍니다.
그만큼이라도 먹고사는 건, 명문대를 나왔기 때문이다
최: 차라리 공부를 잘 못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너 좋아하는 거 찾으라고.
월천대사: 근데 또 아이러니한 게, 가장 쉽고 돈 안 들어가는 게 공부입니다. 요새는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 다니는 분들도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공부해 봤자 결국 회사원이라는 거죠. 그래서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분들도 많고, 퇴사 관련 교육도 인기를 끄는 거죠. 하지만 사람들이 “대기업 계속 다닐까, 나와서 다른 걸 할까”라고 고민하잖아요? 생각해보면 나와서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원래도 회사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일 확률이 큽니다. 창업하면 한가지 직무가 아닌, 정말 모든 것을 다 해야 합니다. 나와서 버틸 수 있는 여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사 나올 때 고민해봐야 합니다. 회사가 나를 잡나, 안 잡나.
최: 그런가…
월천대사: 회사에서는 한 가지 업무만 하면 됩니다. 마케팅이면 마케팅, 기획이면 기획. 시스템이 나를 받쳐준단 말이지요. 그런데 나오는 순간 정글입니다. 내가 인사, 회계, CS까지 다 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한 가지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받으면서 정글 같은 자영업 세계를 어떻게 버티냐는 거죠.
공부를 잘한다는 건 성실함과 연결됩니다. 성실하고 끈기 있고 도전 의식이 있고 틀리는 걸 못 참는 아이들이 100점을 맞습니다. 똑같이 틀려도 헤헤 웃는 아이들이 있고, 틀리면 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걸 요즘에 그릿(GRIT)이라는 기질로 분류합니다. 새벽 3시까지 공부하던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기만 하던 애들보다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완주율이나 성취감도 높습니다. 다만 공부’만’ 잘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최: 얘기할수록 점점 양극화가 심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천대사: 더 심해지지요. 교육은 이미 양극화 시작됐습니다. 엄마들 손 놓을 때가 아니라고 항상 저는 얘기합니다. 본 게임은 대입이다. 대입 안 할 거냐. 애가 군대 갔다 와서 ‘엄마 나 정신 차렸어요, 밀어주세요’ 하면 그때는 은퇴해서 어떻게 밀어줄 거냐. 요즘은 결혼도 늦게 하니까 애들 학교 보내느라고 월급 다 교육비로 몰아넣어서 은퇴 준비도 열악합니다. 우리가 노인 됐을 때는 사적연금이 커버해 줄 수도 없을 텐데, 아이는 아직도 대학생인 가정이 많을 겁니다. 그러면 대학 등록금 내줘야 할 텐데, 베이비부머 세대는 일찍 결혼해서 50대만 되어도 애가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러면 10년 회사 더 다니면서 돈 번 거 모아서 추가로 하나 더 세 끼고 사 둔다거나 은퇴 준비를 하는 게 가능했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지금처럼 점점 결혼 출산이 늦어지면 불가능하지요. 완전 불가능하지요.
최: 그러면 어떤 걸 해야 할까요?
월천대사: 판단을 잘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공부로 갈 건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지 서서히 판가름이 될 겁니다. 안 될 것 같으면 전 과목 학원 하는 곳 보내서 기본만 시키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대신 아이 앞으로 우량주식 ETF나 선도기업 20위 안에서 배당주만 사서 아낀 교육비를 넣어주는 거죠. 아니면 조그만 재개발 아파트 하나 사서 10년 묻고 새 아파트로 돌아오는 걸 기다리든지요. 아이들은 꼭 성인이 되어서 정신 차리고 뭐라도 해보고 싶다고 부탁해 옵니다. 그때 총알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군대 다녀와서 갑자기 정신 차리는 학생들도 종종 봤고요. 결국에는 아이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최: 그렇죠…
월천대사: 대비해야 합니다. 길게 봐야 하고요.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의 가장 큰 착오가 뭐냐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고작 대기업 월급쟁이밖에 안 된다고 푸념하는 거예요. 그런데 대기업 다니니까 연봉 수준도 높고, 신용 대출도 잘 나오고, 쌓인 자산도 좀 나은 겁니다. 그래서 씨드머니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자보다도 남들보다 우위가 있는 거죠. 젊은 사람들이 왜 중소기업 안 들어가겠어요? 취업난이지만 동시에 작은 회사들은 인력난이 심해요. 월급 많이 안 주고 뽀대도 안 나고 처우도 안 좋으니까 꺼리는 겁니다. 하지만 자영업의 세계는 정말 정글이죠. 그런 걸 생각하면, 아이 직업 갖게 만들어주는 데 있어서는 공부가 제일 만만하고 쉬울 겁니다.
[빠세클럽 X 픗픗] 2020 월천대사, 빠숑, 아임해피, 부룡, 부동산 콘퍼런스: 내 살 곳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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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20년 3월 14일(토) 13–17시
- 장소: 대구 북구 엑스코로 10 EXCO
대전 ☞ 바로 가기
- 일시: 2020년 3월 21일(토) 13–17시
- 장소: 대전 유성구 대학로99 충남대학교 정심화홀
광주 ☞ 바로 가기
- 일시: 2020년 3월 28일(토) 13–17시
- 장소: 광주 북구 첨단과기로176번길 27 광주디자인센터
강의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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