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팔리지 않으면 쓰레기다」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당신은 쇼핑몰을 왜 만들었나요? 예뻐 보이려고? 자존심을 보여주기 위해서?
수백 명을 만나서 똑같은 질문을 했지만 놀랍게도 답은 단 하나였습니다.
돈 벌려고 만들었습니다.
증거 2: 4년 만에 매장 한 개에서 58개까지
여기 머니콘텐츠에 대한 2번째 증거가 있습니다. 2015년 1월 탄생한 ‘소녀폰’이란 이름의 중고폰 매매/매입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는 고객들이 새 폰으로 교체하고 나서 남은 중고폰을 구매한 뒤 깨끗하게 수리해서 파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거된 중고폰은 해외로 많이 수출하는데, 수출업체 한 곳이 1년에 27,000대 이상을 동남아 등지로 수출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고폰 사이트는 경쟁이 매우 치열했습니다. 당시 1위였던 경쟁업체는 무려 70여개에 달하는 전국 매장을 갖추고 TV광고까지 진행할 정도로 자본과 업체들이 몰리는 핫한 시장이었고, 당시 소녀폰은 안양에 매장 겸 사무실 하나로 시작한 작은 창업자였습니다.
고객들이 중고폰 매입 서비스에서 가장 매력을 느끼는 점은 무엇일까요? 친절함? 매장 디자인?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가격일 것입니다. 즉, 내 핸드폰에 더 많은 가격을 쳐주는 곳을 선택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점을 파악한 중고폰 매매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더 높은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곳에서 중고 아이폰 7을 30만 원에 매입한다고 하면 다른 곳에서는 32만 원을 부르고, 또 다른 곳에서는 34만 원을 부르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업체들의 가격은 올라갈 만큼 올라갔고, 그마저도 모두 똑같아졌습니다. 여기도 40만 원, 저기도 40만 원, 다른 곳도 40만 원 이런 식으로 매입 가격이 같아지니 실제 고객들은 차별점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을 모델로 고용하는 곳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연예인을 쓸 수 없는 경쟁업체들은 중고폰을 1위 업체에게 맡겨도 40만 원을 온전히 받기 힘들다며 온갖 흠을 잡아서, 실제로는 20만 원도 못 받는다는 부정적인 마케팅 메시지를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중고폰 시장은 곧 부정적인 메시지로 혼탁해졌습니다.
고객들은 이제 누구의 말이 옳은 지 판단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중고폰을 택배로 보내도 제 값을 쳐줄지 알 수 없고, 도리어 자칫하면 핸드폰이 인질이 돼서 돌려받지도 못하는 거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매장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을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예인이 나오고 매장 많은 곳이 성공 공식이 되었습니다. 당시 소녀폰 입장에서는 단 하나의 매장을 가지고 TV와 연예인, 그리고 전국 매장을 가진 공룡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허위매물과 거짓말로 혼탁해진 시장에서 고객들의 단 한 번 방문에서 독보적인 신뢰를 얻어야 성공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된 것입니다.
네이밍이 고객을 선택한다
치열한 시장과 부족한 자원과 사람. 정면승부가 답일까요?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요? 하루종일 광고를 해도 반응하지 않는 고객들에게 좌절해 버리진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현명한 성공을 위해 시장을 둘로 나누자고 조언을 하였습니다. 여성고객들을 위한 쇼핑몰을 제안했습니다.
기존의 사이트들은 숫자들과 매입금액, 그리고 유명세로만 가득 찬 남자들의 세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고객들을 위한 쇼핑몰을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이 쇼핑몰에는 여성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와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이 가득 차길 바랬고, 이런 감성적인 콘텐츠가 확보될 수만 있다면 숫자만 많고 복잡하기만 한 기존 사이트들에 비해 다르게 비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KnC였던 회사 이름을 사이트명으로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소녀폰이란 네이밍을 했습니다. 이름부터 아예 여성고객들에게 공감이 가면서도 쉽게 입에 붙은 네이밍으로 고안한 것입니다.
온라인 마케팅에서 네이밍은 정말 중요합니다.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고객들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쉽고 입에 잘 붙는 네이밍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게다가 그 네이밍이 고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거나 콘셉트를 담고 있다면 최고의 네이밍이 됩니다.
예를 들면 작업복을 주문 생산하는 ‘아빠 작업복’이나 과일바구니를 배달하는 ‘과일의 정석’, 프리미엄 토종꿀을 파는 ‘천연당진꿀’ 같은 이름은 외우기 쉬울 뿐더러 공감과 콘셉트를 동시에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네이밍입니다. 이런 네이밍들은 경쟁 사이트에 비해 한 번의 클릭을 더 받거나 사이트 들어오기 전부터 호기심에 가득 차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KnC와 같은 영어가 요약되어 있는 이름, 막연하게 있어 보이는 외국어 이름, 6글자가 넘어가는 긴 이름 등은 고객들의 머리를 시험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기도 합니다.
막강한 경쟁업체들과의 싸움으로 매일매일이 스트레스였던 회사 대표는 제가 소녀폰이란 이름을 건네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대표 역시 소녀폰이란 이름을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경쟁을 피하고 지름길을 찾을 수 있는 전략(콘셉트)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소녀폰이란 네이밍이 결정되고 나서 모든 일은 일사천리였습니다.
당연히 사이트 배경색은 핑크! 소녀폰이니 소녀스러운 감성을 느끼게 하기 위한 모델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녀폰이 새겨진 웃긴 티셔츠들을 입고 즐거워 보이는 직원들 사진, 우리가 왜 당신의 중고폰을 매입해야 하는지, 왜 동남아 사람들에게 왜 수출하는지에 대한 감성적인 자기소개까지! 철저히 여성고객이 클릭하고 읽을 수밖에 없는 머니 콘텐츠로 사이트 곳곳을 채워 나갔습니다.
사이트 론칭 직 후 로그분석 결과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사이트 체류시간 1분 이하는 고작 39.18% 였고 (일반 쇼핑몰 기준 평균 70% 이상) 평균 페이지뷰도 4~3페이지가 넘어갔으며, 사이트에 1시간 이상 체류하는 고객들의 비율도 21%에 이를 만큼 고객들은 철저히 계획되어 만들어진 감성형 머니 콘텐츠를 읽고 또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이트들이 허풍 넘치는 가격과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소녀폰은 유일하게 여성스러운 감성과 긍정적인 메시지가 가득 찬 사이트였습니다. 그리고 이 장점은 당시 타깃으로 잡았던 여성 고객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며 혼란스러워하던 남성 고객들까지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소녀폰의 결과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매장 하나로 작게 시작했던 소녀폰이 경쟁 업체 중 브랜드 검색 횟수 1위가 되는 데는 약 2년이 채 되지 않았으며, 현재 매장 수는 58개로 늘어났고, 심지어 각 매장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 매장 오픈을 막고 있을 정도라고 소녀폰 조진성 부장은 밝혔습니다.
당시 매장이 70여 개나 있던 1위 업체는 끝도 없는 가격 경쟁에 지쳐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개그맨과 TV드라마에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2위 업체는 폐업했을 정도입니다. 이토록 치열한 중고폰 경쟁시장에서 소녀폰이 큰 성공을 이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네이밍부터 철저히 계산되어 고객의 마음을 얻었던 이유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쟁업체들이 ‘자기소개’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폰을 팔고 사야 할 곳이 누구인지 모르는 데 순순히 폰을 택배로 보낼 수 있는 고객이 과연 있을까요? 모두 자기소개가 없을 때에는 가능했겠지만, 소녀폰이 자기소개를 하는 순간 고객 선택은 소녀폰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소개조차 없는 경쟁 사이트들과 자기소개 포함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책임지는 수많은 머니 콘텐츠로 무장한 소녀폰과의 싸움은 사이트 대 사이트만 본다면 소녀폰 쪽이 압도적으로 보일 겁니다. 소녀폰이 백화점이고 경쟁업체는 작은 구멍가게로 보이겠죠. 경쟁사들의 사업규모가 더 크고 거대한데도, 고객들에겐 소녀폰이 더 크고 믿음이 가는 업체로 보이는 겁니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거대 공룡들이 아웅다웅하며 절대적인 승자를 가리지 못했던 중고폰 시장은, 소녀폰이 머니 콘텐츠로 무장하고 데뷔한 순간 일방적인 경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소녀폰이 이렇게 대 성공을 거두는 도중에도 수많은 경쟁자들이 죽고 새로 태어났지만, 여전히 ‘자기소개’는 소녀폰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고객들은 여전히 소녀폰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온라인 마케팅이 정말 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증거 3. 2인 쇼핑몰에서 연 178억까지 수직상승: 비츠 조명
2013년 4월 당시 20대 후반의 한정수 과장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과감함과 냉철함을 갖춘 보기 드문 청년사업가였습니다. 군인 장교 출신 특유의 호탕함과 과감한 추진력, 그리고 빠른 상황 판단에서 나오는 남다른 이해심은 저와 동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무리한 아이디어를 제공해도 그는 100% 해낼 것 같은 믿음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는 치열한 온라인 조명시장에서 머니 콘텐츠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란 걸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예감이 확신으로 바뀌는 데에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명 쇼핑몰 시장은 온라인 시장 중에서도 매우 큰 편에 이었습니다. 연 매출 100억이 넘는 업체들이 상위를 점령하고 있었으며 각자의 강점 역시 명확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 1위 업체의 경우 촬영 비용 많이 드는 조명들을 하나하나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멋지게 편집해서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비주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덕분에 여성고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업체가 되었습니다. 당시 3위 업체는 제품 수가 수천 개에 이를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원수가 2인 쇼핑몰로 시작한 비츠 조명은 1위 업체의 스튜디오 촬영에 대한 노하우와 투자도 따라잡을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1위 업체와의 비주얼 차이는 너무도 커서, 마치 토끼와 거북이 경주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저 멀리 사라져 버린 토끼의 뒷모습만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는 거북이가 된 모습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수천 개의 제품 개수 역시 하루, 한 달이면 채울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몇 년 단위로 생각해야 할 거대한 고민이었죠.
여기 한 늦깎이 여배우 지망생이 있습니다. 마침 1명의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이 열립니다. 그런데 타고난 미모와 꾸준한 관리, 그리고 화려한 이력을 가진 대배우가 먼저 지원하여 무대를 휘어잡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누구보다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고 출연료도 저렴하기로 유명한 배우가 다음 차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늦깎이 여배우 지망생은 타고난 미모도, 꾸준히 관리할 돈도, 다양한 이력도 없습니다. 과연 늦깎이 여배우 지망생은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을까요? 또는 데뷔라도 할 수 있을까요?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열리는 이 오디션의 이름은 온라인 마케팅이며 심사위원은 고객들입니다.
이런 불리한 경쟁은 비츠 조명만의 일은 아닙니다. 어떤 분야든 상위 업체들은 자본과 노하우를 모두 동원하여 경쟁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 역시 경쟁을 통해 누군가를 물리치고 생존했기 때문에, 자신이 희생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위 업체들은 경쟁업체를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여 성장을 막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돋보이는 미모와 쌓인 이력(후기)으로 항상 고객들의 선택을 받습니다.
20대 후반의 과감하고 냉철한 젊은 사업가 한정수 과장은 무슨 선택을 했을까요? 이 판을 뒤집을 만한 획기적이고 놀라운 묘수를 들고 왔을까요? 고객의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들 대형 연예인 모델을 섭외했을까요? 그는 잠시 경쟁의 기본을 떠올렸습니다. 손자에 따르면 전략의 기본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경쟁에서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이 ‘싫어하는 짓’을 하는 것 역시 그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기 위해 먼저 경쟁 쇼핑몰들을 천천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곤 어떤 팝업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는 공지 팝업에서 경쟁업체가 싫어하는 짓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쇼핑몰들이 제품의 교환/환불을 싫어한다는 것을 말이죠. 아래와 같은 팝업은 당시 다른 조명 쇼핑몰 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 팝업을 보고 있을 고객들의 마음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일생에 어쩌면 단 한번 조명을 구매하는 고객들, 적게는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 이상의 비용을 ‘직접 보지도 못한’ 구매에 써야 하는 고객들. 그리고 그 조명으로 몇 년에서 몇십 년까지 오랜 시간 내 집과 내 사무실의 분위기를 책임져야 하는 고객들. 더구나 유리와 아크릴로 만들어진 조명은 배송 중 파손이 많은 제품이기도 합니다. 조명이 파손되어 오면 설치도 안되고, 중요한 일정까지 미뤄질 수 있습니다. 일정이 늦어져서 큰돈을 날릴 수도 있겠죠.
자. 내 고객들은 얼마나 불안할까요? 구매 버튼을 누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고민 또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그런데 고객들이 마주쳐야 하는 것은 교환/환불에 대한 신경질적인 팝업들입니다. 사실 이렇게 불안을 조성하는 팝업들은 조명뿐만 아니라 수많은 쇼핑몰들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츠 조명이 불안한 고객들에게 ‘안심’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안심은 필수이고 필수이며 필수다
생전 처음 보는 판매자에게 물건을 선뜻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온라인 마케팅은 효율성이 극대화된 혁명적인 마케팅 방법이지만, 반대로 치명적인 약점도 있습니다. 신뢰도가 오프라인 마케팅에 비해 매우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마케팅은 수백, 수천 번에 이르는 노출로 쌓인 신뢰는 물론, 걸어서 방문할 수 있는 매장에서 직접 만져보고 체혐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들은 제품을 검색하기 전까진 이름조차 알기 힘들고 만져볼 수 있는 기회도 없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마케팅에서 신뢰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원죄처럼 태생적인 약점이죠. 가격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심각해집니다. 실제로 연 매출 400억 규모의 가구 쇼핑몰의 경우 구매 취소율이 15.41%이며, 그로 인한 손해가 월 수천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객들은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또 불안해합니다. 구매 전에도 후에도 끊임없이 불안해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온라인 마케팅에서 안심에 대한 내용은 지나쳐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츠 조명은 그러한 안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머니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정수 과장 본인이 대담하게 쇼핑몰 메인 배너에 출연했습니다. 유명 아이돌 화보처럼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고서는 ‘안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츠 조명은 고객 여러분을 위해 24시간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잠드는 직원과 성공을 꿈꾸며 주말도 반납하는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기업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메인 배너의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들은 모두 한정수 과장의 이야기였습니다. 또한 고객에게 놀라운 약속을 했습니다.
바로 ‘고객 과실 보상제’라는 것이었습니다.
고객 과실 보상제란 조명제품 배송 중 발생한 파손/환불을 보상해주며, 심지어 고객들이 설치하다가 파손되어도 비츠 조명이 보상해주겠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약속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 이야기는 비츠 조명의 한 고객에서 시작합니다. 한 분이 전구 한 개를 못 받아서 필요한 날에 조명을 못 사용하지 못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비츠 조명은 미안한 마음에 구입하신 전구 하나와 전구보다 10배가 비싼 조명 스탠드까지 선물로 보내주었고, 이에 감동한 고객은 멋진 후기들과 고맙다는 전화까지 했다는 훈훈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상위 업체들에 비해 부족하기만 한 비츠 조명을 선택해 준 고객들은 참 고마운 고객이었습니다. 이렇게 고맙고 소중한 고객들의 마음을 깨진 전등 하나를 교환하는 걸로 얻을 수 있다면 비츠 조명에겐 매우 저렴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냉정한 현실 판단도 뒷받침되었습니다. 불만 가진 고객 중 소위 진상이라 불리는 악성고객들은 교환/환불이 아무리 엄격해도 반드시 환불을 받아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악성고객들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교환/환불기간은 남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만약 한 번 막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들의 항의는 기업들이 지칠 때까지 계속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제품을 고의적으로 파손하기도 합니다.
악성 고객은 어떤 쇼핑몰에서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악성 고객들에게 시달린 업체의 교환/환불 규정은 더 엄격해지고 고객센터는 불친절해집니다. 악성고객들을 위한 바리케이드를 쌓는 것입니다. 하지만 악성고객들을 위해 설치한 바리케이드는 정작 1%의 강력한 악성고객을 막지 못하고, 반대로 99% 일반 고객들은 불안해하며 구매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쇼핑몰에서 매일매일 벌어지는 모순입니다.
비츠 조명은 이런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효과 없는 바리케이드는 치워버리고 고객들에게 안심을 주는 길은 활짝 열었습니다. 그래서 고객 과실 보상제는 고객들에게 결정적인 구매요소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고객 과실 보상제 실시 이후 비츠 조명의 구매전환율은 약 5개월간 약 1.9배가량 상승했습니다. 매출 역시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넘쳐나는 주문량에 1년 만에 창고를 4번이나 옮겼습니다. 2인으로 시작한 작은 쇼핑몰은 금세 80명이 넘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브랜드 검색 수 1위가 되는 데에는 채 3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비츠 조명이 고객 과실 보상제를 시작하자 주변의 조명 쇼핑몰의 반응은 한결같이 ‘미쳤네’였습니다. 얼마 안 돼서 그만둘 거라고 입방아를 찧었습니다. 하지만 비츠 조명의 고객 과실 보상제가 탄생한 후 5년이 지난 지금, 온라인 조명 쇼핑몰에서 고객 과실 보상제를 실시하지 않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원문: 조얼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