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기를 뭐 이렇게 늦게 쓰냐고?
미안하다… 진짜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
무려 62명의 후보자를 취재하고 발행하다 보니 팀 전체가 그로기 상태에 빠져 있었다. 여행을 갔다 와도 여독이 남아 있듯, 선거라는 이름의 날카로운 추억을 빼는 데는 대략 보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후보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후보의 지역구에 어떤 이슈가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조사하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까다로운 일이었다.
그것을 말의 형태로 담은 인터뷰를 편집하기도 쉽지 않았다. 긴 시간의 녹취를 풀고, 후보자의 말이 명료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정리하고,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질문 순서를 교정하고, 가독성을 위해 각종 이미지를 넣고…
많은 준비에도 늘 아쉬운 결과물
눈앞에서 경험한 지역적 이슈를 온전히 전달하고 싶어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이라는 분명한 양식이 있다 보니, 효과적으로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이 항상 존재했다.
예를 들어보자. 강원도는 면적 대비 인구수가 무척이나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단지 문장으로 나열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현지에서 살아본 것도 아니고,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데이터 시각화 전문 기업 뉴스젤리의 협업 제안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ㅍㅍㅅㅅ의 제휴 매체 중 하나인 뉴스젤리는 최근 데이지(Daisy)라는 정보 시각화 서비스를 운영한다. 해당 사이트는 데이터를 입력하면 그 데이터에 맞는 시각화 자료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앞서 말한 강원도의 정보를 데이지를 통해 돌려보자. 1990년대에 급락하는 그래프가 보인다. 그 순간 “강원도 탄광쇼크”라는 이슈는 1,0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보다 더욱 강력하게 우리의 인식체계 안으로 들어오는 동시에 최문순 도지사가 말하는 강원도 인구에 대한 이야기도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거둔 신지예 후보 인터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이면서, 청년 1인 가구의 가장이자 구성원이기도 하다. 그는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공약을 이번 선거에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서울에 왜 그러한 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체감하지 못한다. 혼술이나 혼밥 같은 말이 세상에 떠돈다지만, 그것만으로 1인 가구의 현황을 추측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시각화를 통해 본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좀 더 알기 쉬우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잠깐 다른 이야기. 1967년에 나이지리아에서 큰 규모의 내전이 일어난 적이 있다. 이 전쟁으로 100만 명 정도가 사망했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지속되는 기근으로 인해 오래토록 고통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고통과는 별개로, 세계사 수능 시험에도 나오지 않을 이 건조한 문장은 우리에게 단순한 정보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에 종군 사진기자 돈 맥컬린이 난민캠프에서 촬영한 사진이 등장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단순한 정보가 시각적으로 확인되는 순간 다양한 상상력이 개입하게 되고, 비로소 우리는 해당 사건에 대하여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를 가지게 된다. 마치, 이 사진 이후에 전쟁 중재에 착수한 국제 기구처럼 말이다.
이번 ㅍㅍㅅㅅ 지방선거 특집을 준비하면서 ‘인터뷰’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가장 알기 쉬운 “말”이라는 방식을 통하여 최대한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부분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데이지와 함께한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서 우리는 과반이 넘는 전주시의 청년이 직업훈련 및 취업훈련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세종시의 인구 불균형이 생각보다 극심하다는 이슈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통합 이후에도 인구가 줄어드는 창원시의 고민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총선까지 2년이 남았다. 기초단체의원보다 더욱 강력한 권한을 가지는 국회의원을 뽑는 만큼 더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다. 기회가 닿는다면 ㅍㅍㅅㅅ다운 방식을 통해 많은 후보의 매력과 지역이 안은 현안들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정보의 전달 과정에서 데이터 시각화가 따라붙을 수 있다면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