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전 편에서 이어 –
2. 4D영상에 대해서 알아보자
여기서부터는 저작론에 관련한 깊숙한 얘기니까 패스하셔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아니, 사실 제 글 전체를 패스하셔도…
2.1 효과의 종류
그렇다면 일반 4D극장에서 말하는 4D효과란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보통 4D극장에서 사용되는 4D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죠.
하나는 의자에 장착된 효과로서 의자효과(chair effect) 또는 개인효과(personal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보통 일반 관객들이 기억하는 건 4D체어를 통해 겪은 효과죠.
그럼 4D체어에는 어떤 어떤 효과들이 장착되어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 다음의 표로 알아봅시다.
다른 하나는 극장 전체에 향기가 감돌거나 비눗방울, 조명 등이 비추는 환경 효과(environment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개인 의자에 장착된 것이 아니고, 전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지요.
위에서도 말했듯이, 4D 극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효과가 제한되어 있고 다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일정한 양상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이상의 효과를 섞어 쓴다던지 해서 연출자에 따라 변주는 생길 수 있겠지요.
다만, 4D효과를 보여주는데 치중하여 지나친 사용은 조심해야 합니다. 아무리 관객들이 4D효과를 좋아한다고 해도, 스토리 몰입에 방해될 정도의 개입은 효과가 반감되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물 쏘는 효과를 남발하는 4D 극장에 가서 짜증이 난 나머지, 씹던 껌으로 앞 쪽의 4D체어에 물 나오는 구멍을 틀어막으려다가 껌에 맞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으니 연출자는 일반 극장인지, 테마파크인지 등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효과 자체도 두 가지 이상을 같이 쓰면 시너지가 되는 것이 있고, 반감시키는 것이 있으므로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버블 머신과 향기 효과를 잘 쓰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되지만, 급박한 라이드 씬 중에 버블을 써봤자 잘 보이지도 않게 되니까요.
2.2 효과 연출
4D 효과 연출에 대한 당연한 이야기를 잠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영상과 효과가 연관성 있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관객은 영상과 효과가 심리적으로 연관될 때 재미를 느낍니다. 즉 스토리와 상황에 맞게 효과를 쓰는 것이지요. 위 표에서 보듯이 효과 연출자는 4D의 효과와 스토리가 서로 자연스럽게 연상될 수 있도록 연출합니다. 인물이 스크린을 향하여 재채기를 하는 순간 Water Jet으로 관객의 얼굴에 물을 뿌리면, 관객이 진짜 재채기에 맞은 것처럼 반응하게 되죠.
②서사 단계에 맞춰서
일반 영화에 4D를 추가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짧게 만들어진 테마파크용 4D필름 역시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의 구조를 가진 서사가 있습니다. 4D효과는 스토리 진행에 맞춰서 연출됩니다. 즉, 발단과 전개 부분에는 물을 쏘거나 바람 정도의 단일한 4D효과를 쓰다가, 절정 부분에 이르러서 의자의 진동, 조명, 환경 효과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서 체감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영상 자체에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오히려 4D 효과를 줄이기도 하는데요, 마치 BGM 쓰는 원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이런 부분에서 연출자의 연출력이 필요하죠.
③같은 효과는 되도록 반복하지 않게
4D효과는 한번 체험하고 나면 또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효과가 나올 것이라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두 번째의 사용부터는 의외성이 떨어져서 효과가 반감됩니다. 특히 물을 뿌리는 것처럼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 효과는 남발하지 않습니다. 굳이 두 번 이상 사용하려면 사용 간격을 최대한 멀리 벌려서 관객이 잊을 만한 지점에서 다시 사용하고요. 예를 들어 극 초반에 관객에게 물을 뿌린다면, 관객은 그 다음부터 물이 나오는 영상만 보면 또 물을 뿌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긴장하게 되거든요. 그렇게 긴장하는 것도 일종의 노림수이기도 한데요, 여튼 한 동안 물을 쓰지 않도록 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안심하게 하거나, 아예 잊어버리게 해야 합니다.
④라이드 씬이 들어가는 것도 효과적
4D체어는 비록 탈 것의 체감이 극대화된 시뮬레이터 라이드 방식보다는 다소 라이드 체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자유도 운동이 가능하므로 영상 중간에 라이드 씬을 넣어주는 것도 재미있는 연출이 됩니다.
참고로 라이드 씬은 사람이 직접 달리는 연출보다는 라이드(ride)라는 말 그대로 바퀴가 달린 탈 것이나 비행물을 타고 이동하는 식으로 설정되죠. 사람이 달린다는 것은 언제든지 멈추거나 속도를 줄이는 등의 제어가 가능하리란 심리 때문에 스릴감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2.3 4D영상 연출
일반 영화 4D버전을 제외하고, 테마파크나 전시관에서 상영하는 전용 4D필름의 길이는 보통 10분가량으로, 기본적인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기승전결의 드라마가 있는 것이죠. 10분 정도의 어트랙션용 특수영상에서는 이 서사를 푸는 방식이 좀 다릅니다. 시간이 짧아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객들은 테마파크에 올 때는 영화관에서와는 다른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즉 얼마나 더 물리적인 체험으로 즐거울까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①설정은 프리쇼룸에서, 하지만 건너뛰어도 상관없게
그래서 이러한 작품들은 기승전결 구조 중, ‘기’ 정도에 해당하는 부분을 프리쇼(Pre Show)로 따로 분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리쇼는 메인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보여주는 것이에요. 정식으로 프리쇼룸이 있어서 메인쇼에 들어가기 직전에 쇼 형태로 진행하기도 하고, 간소하게는 관객들이 줄 서서 볼 수 있도록 대기열 곳곳에 모니터를 설치해놓고 보여주기도 하지요. 프리쇼룸이 있다고 하더라도 앉아서 보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유롭게 서서 보는 것이지요.
일종의 예고편으로 보아도 좋은 이러한 프리쇼는, 다짜고짜 사건부터 일어나는 메인쇼를 스토리적으로 보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슈렉 4-D>를 예로 들자면, 프리쇼에서 파콰드 왕자가 캐릭터 간의 관계 및 자신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서 피오나 공주를 납치하려는 이유를 관객들에게 납득시켜 놓습니다. 그래서 메인쇼에서는 피오나 공주가 납치되는 사건부터 시작할 수 있죠.
물론 프리쇼 자체가 없는 것도 있습니다. <슈렉 4-D>는 장편 애니메이션에서부터 가져온 설정을 사용했기 때문에,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했거나 잊어버린 관객들을 위하여 보완 설명해 줄 필요성이 있었죠. 하지만 내용 자체가 단순하고 직관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라면 굳이 프리쇼로 설명해 주지 않아도 전반적인 이해에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언급했듯이 어차피 관객들은 내용을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기 때문에 크게 중요시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메인쇼가 20분이라면 프리쇼룸도 20분으로 설정됩니다. 메인쇼에 들어갈 인원 수가 50명이라면, 프리쇼룸에도 50명까지만 들여보내고 자르지요. 메인쇼가 진행될 때, 다음 입장할 관객들은 프리쇼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프리쇼에서는 단순히 스토리에 관계된 내용 말고도 사진 찍지 말아라, 도중에 일어서지 말아라 등 주의 사항을 알려주는 역할을 함께 수행하기도 합니다.
②4D효과 스토리텔링을 생각해서
테마파크에서의 관객들은 내용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배경이나 인과관계 등을 속속들이 알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4D필름의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요. 테마파크 관객들은 머리를 써 가며 스토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적기 때문에, 개연성이 없거나 불친절한 내용에 대해 자비심이나 인내심을 바랄 수 없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연출도 보수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영상 기호가 낯설거나, 편집에 멋을 부리거나, 한참 찾아야만 알 수 있는 곳에 복선을 숨겨놓거나, 쓸데없는 디테일을 숨겨놓거나 하진 않죠.
또한, 4D효과도 스토리텔링의 일부로 기능합니다. 예를 들어 비행물을 타는 라이드 영상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의자가 진동한다면 별 다른 언급 없이도 고장나서 곧 추락할 것이라는 상황이 전달이 되는 거예요.
이걸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엔진이 폭발할 것처럼 때때로 덜컥거리면서 의자가 함께 진동하고(Seat Vibration effect), 뭔가 부딪칠 때마다 깨져 나가는지 연기가 눈앞을 가리면서 연기 효과와 등받이가 등을 때려대며(Smoke&Fog effect / Back Attack effect), 가끔 시동이 꺼져서 추락할 때마다 의자가 낙하(Seat drop effect)하다가 간신히 살아나게 하는 식이 되겠죠.
그저 질주하는 라이드 씬 하나에도 이렇게 디테일한 스토리와 설정을 넣어주고 그에 최적화된 4D 효과가 함께 제공된다면 금상첨화가 됩니다.
③릴랙스 씬의 필요
4D필름은 빠른 전개가 계속되기 때문에 관객의 긴장을 풀어주는 릴랙스 씬이 한 번 정도 들어가는 것도 효과적인 연출이 될 수 있습니다. 내용상 한 템포 쉬어가게 하거나, 아름답고 환상적인 화면을 만들어 주기도 하죠. 고요하고 정서적인 순간도 괜찮고, 아니면 신나게 하늘을 날거나 하여 모든 긴장을 풀어버리는 설정도 좋습니다. 이는 상황과 제작자의 의도에 맞게 맞추어서 도입됩니다.
또한 이러한 릴랙스 씬은 절정 씬 바로 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극적인 연출을 최대한으로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죠.
3. 끝으로
지금까지 특수영상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곁들여 4D에 대해서 파 보았습니다. 경험적으로 기술하다보니 제 편의대로 쓴 것이 많은데요, 용어라던가 정의라던가 분류는 이론 연구에 기반했다기보다 현장에서 쓰이는 걸 기준으로 했다는 점,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길고 재미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