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최근에 퍼시픽림을 예매하면서 4D냐 아이맥스냐를 놓고 고민을 했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셨을 텐데요. 이젠 4D니 아이맥스니 하는 용어도 극장가에서 일반적이 되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특수영상에 대해서, 특히 4D를 중심으로 각 잡고 파보도록 할까 합니다.
제 칼럼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쓸데없이 길고, 쓸데없이 깊이 파며, 재미가 없습니다. 읽는 용도가 아니라 혹시나 해서 즐겨찾기 해놓고 평생 안 보다 브라우저 바꾸면서 날려버리는 종류의 글입니다.
…ㅠㅠ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0. 들어가면서
‘4D’라는 용어는 이제 영화를 선택하는 옵션으로 금새 자리잡았지만, 이 이전에는 그리 일반적으로 쓰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참고로 ‘3D’란 용어도 버추얼 3D가 아닌, 입체영상을 뜻하는 단어로 교정된 것도 2000년대 후반이었죠. 3D입체영상에 대한 글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이전 칼럼을 보아 주세요.
일명 4D영상이라고 칭하는 특수영상은 극장의 옵션으로 자리잡기 이전부터 꾸준히 테마파크 어트랙션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외국에는 nWave Pictures등의 유명한 입체영상 제작업체들이 이런 특수영상들을 제작하고 공급해왔고요.
또한 전시장, 박물관, 과학관 등도 이러한 특수영상의 수요처입니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 중소도시들이 자신들만의 도시 이야기를 발굴하여 특수영상관을 만들고, 자국의 특수영상 제작업체들의 그 공급을 담당하게 되면서 이 분야의 발달을 촉진해왔거든요.
이 글은 그런 3D, 4D, 5D, 아이맥스, 돔스크린 천체관 영상 등 일명 특수영상이라 불리는 콘텐츠를 만들던 회사에서 영상기획 및 PD 업무를 수행하면서 쌓은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술될 것입니다. 따라서 특히 저작론 쪽에서는 어떤 선행 이론연구보다는 실무자의 입장에서의 주관적인 개입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리겠습니다.
1. 특수영상이란 무엇일까?
1.1 명칭의 이해 : 3D, 4D, 5D
1D, 2D, 3D에서 말하는 D란, 학교에서 배운 대로라면 Dimension으로서, 우리말로 ‘차원’입니다. 1차원은 점이고, 2차원은 XY축으로 이루어진 평면, 3차원은 XYZ축으로 이루어진 입체적인 공간이란 말이죠. 즉, ‘3D입체영상’이라고 할 때는 납작한 평면 스크린에 가두어져왔던 기존 2차원의 영상이 아닌, 스크린 앞뒤의 깊이 정보, 즉 Z축까지 가진 입체적인 영상이란 의미가 됩니다.
나아가, 4차원은 XYZ축에 시간축(t)를 더한 시공간을 말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이죠. 그러니 프로필에 굳이 ‘4차원’이라고 표기하고 싶으신 분들은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수학적으로 말해서 공간만으로 4차원이 되려면 수직선 4개가 직교하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평면 위에 그릴 수 없다능.)
그런데 보통 4D영상이라고 할 때는 3D에 시간축(t)이 아니라, ‘그 외의 물리적 환경 요소’가 추가된 경우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3D영상의 D는 기하학적 용어로서의 차원이라 볼 수 있지만, 4D부터는 그저 마케팅 용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케팅 용어라고는 해도 어떤 기준은 있긴 한데요, 4D라고 할 때는 말했듯이 3D입체영상에 인터랙션 환경이 더해진 영상을 말하고, 5D는 돔(Dome)스크린에서의 3D입체영상을 말합니다.
업계에서는 4D, 5D라는 용어들을 ‘관객들에게 가상의 시간과 공간을 체험하게 해 주는 가상현실’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즉 4D영상이란 단순히 ‘입체영상(3D) + 인터랙션 환경(1D)’ 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x, y, z 축의 공간(3D) + 시간(1D)’을 체험시킨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4D라고 칭한다고 설명하곤 하죠. 하지만 이 역시 엄밀한 용어라기보다 마케팅적으로, 저작론적으로 해석한 경우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특수한 목적과 특수한 기술이 동원되는 영상들을 보통 ‘특수영상’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업계+학계에서는 이를 ‘실감미디어’라고 부르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영상의 목적이 내용 안에 있다기보다, 관객으로 하여금 ‘실감’을 느끼게 하기 위한 매체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이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생소하시겠지만 여튼, 이러한 특수 영상들을 실감미디어라고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넘어갑시다.
1.2 특수영상의 종류
특수영상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떤 영상관에서 상영하느냐, 구체적으로 어떤 체감을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구분할 수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편의상 (1)극장형4D, (2)시뮬레이터 라이드, (3)다크라이드, (4)5D로 구분해서 설명해 볼까 합니다. 위와 같이 시설 형태를 기준으로 나눈 이유는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 경우에 영상을 기획하는 방법이 가장 달라지더라고요. 이 외에도 사용 인원별 구분, I-Max나 돔 스크린처럼 스크린의 형태나 크기별로 구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1) 극장형4D (4D체어+4D환경)
3D입체영상을 상영하는 영상관 안에 4D체어와 4D환경설비를 갖춘 형태로 먼저 구분해 보았습니다. 보통은 일반 극장처럼 생겼기 때문에 극장형 4D라고 합니다. 4D Theater, 4D영상관 등으로도 부르기도 해요. 4D체어는 꽤 콤팩트하기 때문에 일반 극장처럼 다수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꾸며놓기에 용이합니다. 굳이 극장만큼 크게 만들어 놓을 필요는 없지만, 이 ‘의자효과+환경효과’라는 구성 자체가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에 적합한 방식이에요.
4D체어는 다른 시뮬레이터형 등에 비해서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는 편입니다. 의자가 움직이기는 하지만, 의자 자체는 지면의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지요. 극장에서 의자가 돌아다닐 순 없을테니까요. 의자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의 갯수에 따라, 4축이냐 6축이냐로 구분이 되는데요, 4축은 상하좌우, 6축은 상하좌우앞뒤로 움직입니다.
이런 4D 체어에서 영상관에서 4D필름을 보면, 영상 상황에 맞춰 물도 뿌리고, 바람을 쏘고, 의자를 흔들고, 조명을 쏘는 등의 물리 효과를 체험할 수 있죠. 시뮬레이터니, 다크라이드니 하는 별다른 시설 형태의 언급 없이 그냥 4D필름이라고만 할 때는 이런 4D형태의 영상관에서 보여주는 영상을 말하는 것이라 이해하면 됩니다.
이런 일반 극장형 4D필름은 기본적으로 서사가 전개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의자의 움직임을 이용하기 위해 ‘마구 달려가거나’ ‘뭔가를 타고 이동하는’ 라이드 씬이 하나 이상 들어가곤 합니다. 라이드 영상에 대해선 뒤에서 다시 말씀 드릴게요.
이런 어트랙션용 특수영상에 관객 인터랙션을 더 추가할 수도 있어요. 그래봤자 총을 쏘는 정도이지만요. 역시 롯데월드에 ‘4D슈팅 시어터’라고 있습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입체영상은 R영상과 L영상이 겹쳐져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슈팅 게임을 만든다면, 오브젝트 가장자리 부분의 판정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좀 궁금하군요. 이 가장자리 판정이 곤란했기 때문에, ‘움직이는 의자+슈팅게임’으로 개발된 어트랙션들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3D입체영상을 쓰지 못했던 거겠죠.
4D필름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이 영상은 이미 시공되어 있는 4D극장에 걸기 때문에, 제작자가 신박한 4D효과를 혼자 고안해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공통으로 쓰는 4D효과를 사용해야 합니다. 영상에 설정된 효과를 구현할 설비가 극장에 없을 경우 그 효과는 안 나오게 됩니다.
특별히 어떤 영상관에서 발주하는 영상을 만든다면, 그 극장에는 어떤 효과가 가능한지, 의자의 움직임은 어떠한지를 미리 알아본 뒤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스토리나 상황 등을 조정하면 좋습니다. 그래도 결국 4D극장이 구현하는 효과의 종류는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설계자나 극장 관리자로부터 이른 바 ‘우리 극장에서 가능한 효과 리스트’ 한 장만 받고도 영상을 기획할 수도 있지요.
예전엔 테마파크용으로 15분 내외짜리의 4D영상이 많았는데, 요즘엔 4D라는 것은 영화의 옵션이라는 개념이죠. 이미 만들어진 보통의 영화라도 4D효과는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습니다. 4D영상 기획자가 몇 분 몇 초 몇 프레임에서 어떤 효과 장비를 가동하라는 식의 타임테이블을 만들면 되거든요. 각 장비들이 발동(?)하는 시간 차를 좀 염두해 주면 좋겠지요.
예를 들어 특히 비누거품을 만들어주는 버블 머신 같은 경우는, 신호가 들어가도 거품이 만들어져서 사람들 눈에 보일 정도로 영상관을 채우는 데에 딜레이가 좀 긴 편입니다. 사실 이런 걸 극장까지 가서 가동해보고 고치면 좋겠지만, 대체로 경험으로 계산해서 타임 테이블을 만들죠.
(2)시뮬레이터 라이드
시뮬레이터 라이드, 시뮬레이터, 4D라이더, 4D 시뮬레이터 등으로 자유롭게 불러요. 탑승 인원에 따라 ‘1인용 4D극장’ 이런 식으로 부르기도 하지요. 영상은 용도에 따라 3D입체일 수도 있고, 그냥 평면 라이드 필름에 하드웨어만 시뮬레이터일 수도 있지요. 4D라는 용어를 굳이 넣어 칭한다면, 나오는 필름도 3D입체라는 뜻입니다.
키워드는 시뮬레이터, 라이드입니다. 이 용어가 들어가 있다면 비히클을 타고 마구 달리는 체험을 할 것이라고 보면 돼요. 이 시뮬레이터 라이드 역시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극장식으로도 설계할 수도 있어요. 모션베이스를 여러 대 갖다 놓는 것이지요. 그러니 대형 극장처럼 생겼다고 해도 시뮬레이터 관일 수도 있습니다.
시뮬레이터란 말 자체는 워낙 범용 용어지만 일단 특수영상 쪽에서 말하는 시설이라면, 움직이는 판 위에 의자들이 올라간 형태의 하드웨어로 된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즉 의자들이 붙은 바닥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지요. 이 판, 또는 이 판을 움직이는 기술을 ‘모션 베이스’라고 해요. 모션 베이스를 움직이는 방식 자체가 유압식인지 공압식인지, 전기모터식인지로 구분할 수도 있고, 말했듯이 탑승 인원수나 장비의 모양 등에 따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시뮬레이터는 4D극장의 의자보다 훨씬 움직임이 크고 실제 차량을 탄 것과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어서 라이드(Ride) 필름을 즐기기에 적합합니다. 그래서 라이더라고도 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이러한 시뮬레이터 자체는 휴먼팩터 연구 등등에서 실제 차량이나 비행기 등의 조종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한 장비로 출발했던 것입니다.
시뮬레이터용 영상은 라이드 영상, 라이드 필름, 4D 라이드, VR 라이드 필름 등으로 불립니다. 서사구조를 가진 일반 4D필름과는 달리, 시뮬레이터 장비를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계속해서 달리거나 나는 영상이지요. 그래서 일반 영화에 효과를 추가하거나 해서 만들 수는 없고, 별도로 제작된 라이드 영상이 필요합니다.
라이드 필름이란 것은 카메라가 1인칭으로 관객의 시점이 되어 가상 세계를 질주하는 것처럼 만든 영상입니다. 기본적으로 1씬 1컷의 법칙으로 제작되죠. 컷과 컷을 이어붙이지 않고 한 샷으로 가니까요. 그래서 이 영상은 사용자의 시간과 영상 내에서 흐르는 시간이 동일합니다. 보통은 시뮬레이터를 통해서 보지만, 4D체어가 있는 영상관에서도 의자만으로 즐길 수 있는 라이드 씬이 들어가곤 하므로 가장 기본적인 특수 영상 연출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한 때 2009년도 쯤, 소규모 라이드 시설이 도심 곳곳에 생기기도 했었어요. 들어가면 6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 시설이 있었죠. 4D라이드 등등의 이름으로 도심 여기저기 생기던데, 곧 많이 없어지더라고요. 한국에도 테마파크나 과천과학관에도 지진체험관 등이 있으니 한 번 경험해 보세요.
롯데월드에서는 다이나믹 시어터에서 라이드 필름을 보여줍니다.
(3)다크라이드
일반적으로 다크라이드(Dark ride)라는 명칭대로 어두운 터널 속을 이동하긴 하지만, 디즈니의 <It’s a small world>와 같은 밝은 다크라이드도 있긴 합니다. 달리면서 마주치는 인공적인 씬이 스토리를 전달해준다면 다크라이드라고 봐도 되겠지요.
초기 다크라이드는 소형 보트를 타고 물이 가득 채워진 운하를 통과하는 것이었어요. 이후 다크라이드는 점점 현대적인 기술과 접목되기 시작했는데, 3D입체영상과 오디오 장치, 애니마트로닉스 등의 특수 효과 기능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한가한 다크라이드와, 하이테크 다크라이드가 공존합니다.
롯데월드에는 ‘파라오의 분노’라는 것이 있어요. 초특급 하이테크 다크라이드는 아니지만 스릴감 있게 만든 다크라이드입니다.
저는 이거 말고도, 가능하다면 정말 숨막히는 하이테크 다크라이드를 권하고 싶네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스파이더맨의 놀라운 모험>를 권합니다. 유니버설 프롤리다와 일본에 있어요. <스파이더맨의 놀라운 모험>은 따로 리뷰를 봐 주세요!
(4) 5D
5D는 돔스크린이나 원통 형태 스크린 등, 사람을 완전히 감싸안는 스크린에서 3D입체영상을 보여주는 걸 말합니다. 이런 스크린은 평면 스크린에 비해 관객의 앞, 옆, 뒤까지 모든 방향에서 입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장에 직접 들어와 있는 것 같죠. 그래서 더욱 더 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5D 역시 부정확한 용어라, 분리해서 설명할지 어떨지 고민이 많았어요.한국에서는 서울랜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방을 감싸는 스크린 때문에 딱히 ‘정면’방향이라는 것이 없지요. 그래서 둥그런 장소에 스툴이 놓여 있어요. 그래서 아무 데나 고개를 돌려서 볼 수 있죠.
참고로, 이런 빙 둘러진 스크린에는 프로젝터 한 대로 커버할 수 없어요. 여러 대를 놓아서 한 바퀴 둘러야 하죠. 투사된 영상과 영상 사이에는 이미지가 겹쳐지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겹쳐진 영상을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처리하는 기술을 엣지 블렌딩이라고 해요. 프로젝트를 여러 개 쓰는 영상에서는 필수적이죠.
저는 딱히 정의를 알 수 없는 5D란 말보다, 360도 3D란 말을 더 좋아합니다. 뭔지 확실히 알겠잖아요. 360도 3D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킹콩>을 추천합니다.
셔틀 버스를 타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를 관광하다가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데, 터널이 모두 스크린으로 변하면서 진심으로 저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킹콩이 한 손으로 관객이 탄 셔틀 버스를 쥐고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데 정말 짜릿하죠.
다음 편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