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다이 신지 교수 인터뷰 1 – 오타쿠의 기원과 문화적 기여에서 이어집니다.
오타쿠,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세분화를 낳고 고립되다
Q : 오타쿠가 끼친 악영향은 무엇인지요?
– 간단히 말하자면… 가상 현실의 세계에는… 예로 성性이라는 측면에서 봅시다. 현실의 성이란 자유롭지 않습니다.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여자 취향을 가지고 있어도 거기에 맞는 여자가 잔뜩 있을 리가 없지요. 그리고 그 현실 위의 여성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한과 규제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만화, 애니, 게임에서는 내가 원하는 여자를 간단히 찾아내거나, 혹은 아예 만들어버릴 수 있지요. 그렇게 되면, 당연하지만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것보다, 가상현실을 살아가는 경우가 취향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점점 세분화(細分化)되지요. 만화의 분야, 애니의 분야, 게임의 분야가 세분화 되어가고 미디어도 세분화, 독자도 세분화, 작가도 세분화…
Q : 세분화가 나쁜 일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 헌데, 동물이나 식물의 진화를 살펴보면 이렇게 세분화가 극히 심화되어버리는 것은 바로 쇠퇴가 시작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이란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을 가진 인간이 잔뜩 존재하는 것으로 인해 서로 갈등이 일어나고, 또 서로 간에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으려고 하는 와중에 인간은 발전해가는 법인데…
세분화가 진행되어, 주변에 똑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밖에 없다고 한다면… 일견 의견이 잘 맞고 좋을 것 같지만… 이렇게 취향이 잘 맞는 사람끼리만은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게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1990년대에 들어서면 뭐 여러 가지 이유로… 게임이나 애니의 소비자(세분화된 소비자) 는 잔뜩 길러졌습니다만, 만드는 사람(작자)가 길러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의 생각에는, 딱 1년전 [아에라AERA] 라는 잡지에 ‘오타쿠의 쇠퇴’라는 특집을 실으면서 이야기한 것입니다만… 정치가 양반들이 “일본은 이제부터 소프트웨어 대국, 애니나 게임을 수출하고 이것이 세상에 자랑할 일본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운운 떠들고 있습니다만…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2000년 당시)이 황금기이자 피크, 클라이막스 이지요. 일본적인 애니를 보고 큰 한국, 미국 같은 외국의 사람들이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Q : 일본이 아닌 한국, 미국 등이 더 좋은 작품을 낼 거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 이유 중 하나가 지금 말씀 드린, 세분화된 자기들만의 ‘조그만 소우주’에 갇혀 동질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 커다란 이유는, 아주 중요한 것으로 인간은 불행하므로 표현을 합니다. 현실에 만족을 하지 않으니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오타쿠적인 가상현실에서는 바로 자기한테 딱 맞는 걸 찾아낼 수가 있으니 불만 없이 살수가 있지요. 또 세분화된 소우주 세계에서의 인간 관계라는 것도 똑같은 취향의 사람들만 주변에 모여드니 불만 없이 인간관계를 가질 수가 있고… 그래서 매일 매일이 즐겁죠… 이렇게 매일매일 즐거운 사람이 일부러 표현 같은 거 안 하죠. 표현(表現)이란, 돈도 들어, 신경도 써야 해, 힘도 들어, 인간관계의 코스트도 들어, 이런 표현 할 바엔 자기 좋아하는 거 하는 게 났죠!
행복에 취한 오타쿠, ‘망각의 가상세계’에 갇혀 표현물과 작품의 발전을 막아버리다
Q : 자기 좋아하는 거 하는 게 부정적인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 말하자면… 지금의 일본인은 너무 행복해졌으니까 좋은 표현물, 작품이 안 나오는 겁니다! 물론 행복해진 건 좋은 겁니다, 차별이 사라진 건 좋은 거고 자기 좋아하는 걸 못 찾아내는 것 보단 찾아내는 게 좋은 거고… 하지만 너도 나도 모두 행복해져 버리면 ‘표현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라져버리는 거지요…
우리들 오타쿠 제1세대들 중 자기 내부를 표현하고자 했던 사람들은 물론 부자유한 사람들이에요… 여자한테 지독하게 인기가 없다든지… 사회를 휩쓸던 성 개방 풍조에 “뭐야 이거?” 하며 불만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든지, 인간관계에 자신이 없다든지 하는 이유로 “에이 제~엔장” 하는 기분이 돼서 다른 수단(즉, 만화나 애니)으로 자기를 표현했던 거지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불만과 욕구를 가진 젊은이들 자체가 아예 없어졌으니… (웃음) 결국 쇠퇴가 진행되는 거지요.
Q : 음… 굳이 일본뿐만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에도 오타쿠가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처럼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나라라면 어디든지 오타쿠가 생겨나는 것인지요?
– 물론입니다. 으음… 오타쿠 공간이란 일견 매우 좋아 보이는 곳입니다. 현실이란 공간은 차별과 불안, 빈부격차, 좌절 등등이 있지만… 그러나 이런 오타쿠 미디어(오타쿠적 게임, 만화, 애니)의 세계는 다르지요. 자기가 원하는 상대를 금방 찾아낼 수 있고 자신이 꿈꾸는 것을 간단히 이룰 수 있지요.
이렇기 때문에 풍요로운 사회가 되어 미디어가 빠르게 발전하고, 하지만 현실에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이 사람들이 가상현실 안에서 자신들만이 있을 장소, 자신들의 홈그라운드를 찾아내려고 하는 움직임… 이른바 오타쿠 현상이 반드시 일어나는 거지요. 그러나, 반대로 가난한 사회라면 이런 애니, 만화보고 있을 여유는 없지요. 먹기 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되고, 일자리도 찾아야 되죠. 더구나 현실적으로 차별이 너무 심하다면 또 차별을 없애기 위해 싸우지 않으면 안되고…
하지만 선진국이 되고 사회가 윤택해져서, 생계 걱정을 안 해도 될 일자리도 있고 그렇게 아웅 다웅 싸우지 않아도 살수 있지만… 그러나 불만이 완전히 없지는 않은 단계에 이른다면 그곳에는 반드시 오타쿠라는 집단, 문화가 생겨나는 것이지요.
Q : 하지만 행복해졌다는 것은 결국 좋은 일 아닌가요?
– 그렇죠. 하지만 전 말입니다. 풍요로운 사회가 되었을 때 통상 두 가지의 선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즐겁게 살고 있지만 표현이 빈약해진 사회, 그리고 모두가 조금씩은 불만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걸 소재로 한 풍부한 표현을 하고 있는 사회… 어느 쪽이 좋은가 하는 문제입니다. 전 모두가 행복해져서 바보가 되는 것 보단 다소 불행해도, 모두가 불만은 좀 있어도 자기 생각을 가지고 풍부한 표현을 하는 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건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입니다만…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끊은 일본의 현 세대, 어두운 미래
Q : 그러나 저의 시각으로 보기엔 일본의 평화, 행복이란 극히 위선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가짜 평화라고나 할까…
– 잘 보았습니다. 전 이 일본을 자기가 만들어낸 ‘망각의 가상 세계’에 틀어박힌 나라라고 이전부터 얘기해왔습니다만… 예를 들어 일본은 이전부터 평화헌법을 준수하는,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국가라고 주장을 해왔지요. 하지만 이것은 확실히 말하건 데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평화헌법이란, 미국에 기지를 제공해주는 대신, 미국이 일본을 지켜주기 위한 헌법이에요. 때문에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은 일본의 기지를 이용해 전쟁을 했지요. 아니 도대체 전쟁하는 나라에게 협력을 하는 나라의 어디가 평화국가라는 겁니까? 자기가 손을 더럽히지 않고 있다는 것뿐이지 전쟁에 협력을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더구나 거기서 얻어지는 이익은 엄청나게 챙기면서, 이건 평화도 개똥도 아무것도 아니죠.
하지만 1950년대까지의 일본인은 이런 모순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1960년대의 안보 투쟁 같은 운동도 있었죠. 그런데 1970년대의 고도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일본인은 이런걸 완전히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지금 일본인은 자신들이 진짜로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로운 민족이라고 믿고 있는 거지요… 그러니까 과거를 완전히 잊어먹은 건데…
이러니 정치도 외교도 주도권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모두 미국에 맡겨놓고 있지요. 이러니 정치나 외교에 흥미가 있고 능력있는 젊은 인재도 길러지지 않지요. 또 이러니 일본이 자기 나름대로 뭔가를 하려고 해도 인재가 없으니 아무것도 안되죠. 그러나 이런 상황은 우리 국민들이 만든 겁니다. 우리(국민)가 쪼다가 됐으니 쪼다같은 정치가를 고르고 이런 엉망진창 상황이 된거죠. 그리고 왜 쪼다가 됐느냐?하니 거기에는 처음 얘기한, ‘망각의 가상세계’가 원인이더라는 겁니다
Q : 전 오타쿠 문화와 지금 일본의 수많은 모순을 낳은 요소로 교육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 그것도 엄청나게 큰 문제죠… 일본은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내서 좋은 학교만 들어가면 된다라는 교육이었죠. 나중에 ‘자기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인생을 살건가?’ 라는 질문을 받아 본 적이 한번도 없는 게 일본의 학생들입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간 뒤 어떤 인생을 살 건지 생각하자…인데…
그러나 인간이란 20살이 된 뒤 갑자기 이제부터 뭘 할건지 생각해도 그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이렇게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환경 속에서 살아오다 보니 정치, 사회, 역사 이런 것에 관심이 하나도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죠. 이러니 나 자신에 대한 것도 몰라, 사회도 몰라, 역사도 몰라 아무것도 모르는 깡통이라도 성적만은 좋다… 라는 인간들을 대량으로 낳은 거죠. 이 일본 사회가…
이런 교육시스템으로 성적만 좋은 바보 같은 인재만 잔뜩 키우고 있으니 사회전체 시스템이 엉망이 되가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의 교육자들은 이러한 위기의식이 너무 희박합니다…. 전 이런 이유에서 한국이나 미국이 일본보다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원래 국내에서 계층간의 무수한 차별과 극도의 빈부격차가 있어서 항상 경쟁과 분쟁이 있게 마련입니다. 한국은 남북분단 문제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간의 세력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문제가 항상 있죠. 이러니 미국이나 한국은 정치나 사회에서 아예 관심을 끊고 사는 게 불가능합니다.
일본처럼 주변의 인간관계에만 신경 쓰며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게 절대로 불가능하죠. 일본은 너무 행복해져서 과거의 일은 모두 다 잊어먹고 바보가 되어버려서, 좋은 인재가 안 나오고 좋은 표현(작품)도 안 나옵니다. 누가 뭐래건 저는 한국처럼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그런 사회구조가 좋은 작품, 표현을 낳는 토양으로서는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Q :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신다면…
– 지금의 시점(2000년 당시)에서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자면… 특히 미래에 대한 힘… 잠재력에 대해서는… 한국은 절대로 일본보다 나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로 전 영화 평론 일도 하고 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한국의 영화에 일본 영화계는 완전히 지고 있지요. 뭐 이건 일본영화계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가 봐도 한국영화의 질이 높으니깐…
최근 일본 영화계 사람들도 겨우 “왜, 우리들 일본인, 영상센스는 그럭저럭 좋은데, 이야기 센스는 유치원생 수준의 이야기밖에는 안 되는 거야? 왜 이렇게 바보가 되어 있는 거지?”라고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뭐 이런 식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더욱 좋은 영화 작품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번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도 이렇게 일본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 준다면 우리도 지금처럼 망각의 가상세계에 틀어박혀 있어서만은 안 된다고 깨닫게 될 겁니다. 부디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 힘을 내주십시오!
미야다이 신지 교수 인터뷰 3 – 세분화된 오타쿠 문화, 독선을 걷고 교류해야 문화가 살아난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