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한다고 하면 꼭 일 이야기를 꺼내요. 오늘 지시한 일은 어떻게 됐냐고요. 급한 일도 아니고 일정도 많이 남은 걸 알면서도요. 부하 직원이 먼저 가는 걸 아니꼽게 생각하는 거죠. 부장 눈치 때문에 퇴근길 내내 찝찝함이 가시질 않아요. I의 직장 상사 별명은 스타크래프트 유닛인 '시즈탱크'다. 부하 직원을 갈구는 사거리가 광범위하고 자리를 잘 비우지 않아 붙여졌다. 구석자리에 앉은 시즈탱크 부장은 누가 딴짓을 하는지 매의 눈으로 감시한다. 그러다 잘못된 결재를 올리거나 성가신 행동을 하면 그 … [Read more...] about 먼저 퇴근하면 눈치 주는 상사
사원이 혼자 밥 먹는 이유
입사 2년 차 J는 얼마 전 인사팀장과 면담을 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긴장하고 자리에 들어섰다. 혹시나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있는지 머리를 재빠르게 굴렸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법률팀이나 감사팀에서 소환했을 텐데 인사팀이라니 무슨 일인지 도무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인사팀장은 으레 있는 자리인 것 마냥 분위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팀장 얼굴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해 보였다. 겉치레 가득한 인사를 나눈 뒤 인사팀장은 면담 이유를 설명했다. 저 보고 요즘 회사에 적응 못 하는 것 같대요. 이유를 … [Read more...] about 사원이 혼자 밥 먹는 이유
선배들의 잇따른 퇴사, 나는 어쩌지?
4, 5년 차 선배의 모습은 4, 5년 뒤 제 모습이잖아요. 선배들은 말 그대로 내가 겪을 일을 나보다 먼저 겪은 사람들이에요. 회사에 비전이 안 보이니까 조금이라도 젊을 때 좋은 곳을 찾아가는 거 아닐까요? 젊은 직원이 우르르 떠나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조바심이 생겨요. C는 요즘 매일 야근이다. 겨우 입사 1년밖에 안 됐지만 하고 있는 업무량은 선배들 못지않다. C가 야근에 시달리는 이유는 4, 5년 차 선배들이 잇달아 퇴사했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든 이상하다. 정작 나가야 할 사람은 안 … [Read more...] about 선배들의 잇따른 퇴사, 나는 어쩌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
절대 공개 안 할 거예요. 당연하죠. 다들 그렇게 쓰니까요. 같이 쓰는 우물에 침 못 뱉는 거죠. 생색내는 걸 좋아하는 부장이 있었다. 그가 밥을 사주면 세 번 인사를 해야 했다. 첫 번째는 식당 앞에서다. 두 번째는 사무실에 들어와서다. 이때 중요한 건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해야 한다. 마지막은 퇴근할 때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 부장님 그리고 오늘 점심 잘 먹었습니다.” 부장이 밥 사준다고 했다. 내 돈 내고 편하게 먹고 싶었지만, 코스 요리를 먹는다는 말에 … [Read more...] about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
경영진 ‘빽’으로 입사한 사람
사람들이 저를 임원이 심어놓은 앞잡이라고 수군거렸죠. 라인을 탔다나요. 술자리에서 거하게 취한 선배가 저한테 이런 말을 했어요. 난 토익, 대외활동까지 하며 여기 들어왔는데 넌 인맥으로 들어왔다고요. 취업 비결은 ‘인맥’이었다. 혹독한 취준생 시절을 보낸 F는 삼촌에게 전화를 했다. 일할 곳을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삼촌은 지역에서 넓은 네트워크를 가진 실력자였다. 불과 몇 시간 뒤 어느 중견회사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잠깐 망설인 F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절박한 심정이었죠. 나이는 … [Read more...] about 경영진 ‘빽’으로 입사한 사람
“그거, 취업에 도움 되는 자격증이야?”
주말 새벽마다 대구행 기차를 탔다. 돈 없는 취준생 시절이라, 부모님께 손을 벌려 차비를 충당했다. 여자친구가 대구에 있어서가 아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서 인명 구조요원 ‘라이프 가드’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였다. 종일 취업 준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주말마다 대구까지 간다니 부모님 잔소리가 극에 달했다. 화가 난 어머니는 “그거 취업에 도움 되는 자격증이야?”라고 물으셨다. 현관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게 서 있다가 문을 나섰다. 취업에 도움 될까? 기차에 앉아 어머니의 … [Read more...] about “그거, 취업에 도움 되는 자격증이야?”
줄 간격, 폰트를 지적하는 결재자
그런 지적을 할 때 결재자 얼굴을 보면 웃음이 터져 나와요. 뭐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뿌듯해하거든요. 아마 자기 자신이 꼼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웃기는 소리죠. ‘꼼꼼’이 아니라 ‘꼰꼰’한 꼰대일 뿐인걸요. 회사에서 기안을 작성할 때마다 B는 한숨이 먼저 나온다고 했다. 차라리 드래곤볼을 모으는 게 더 쉽다며 회사 생활을 천천히 내뱉었다. 결재 라인이 너무 복잡해요. 팀 내 책임자를 시작으로 상사의 도장을 차례로 받아야 하고요. 다음으로는 연관 부서장을 찾아가 결재를 받아요. 비용 … [Read more...] about 줄 간격, 폰트를 지적하는 결재자
출근하지 않는 CEO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회사였다. 5년 연속 적자였다. 회사 재무 상태를 설명하던 A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재무제표를 봤더라면 입사를 다시 한번 생각했을 거라며 앞으로의 생활을 걱정했다. 가장 절망적이었던 건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대표가 출근하지 않는 것이었다.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며 대표실 만드는 걸 거절했거든요. 마케팅 부서 구석 자리가 대표님 자리였어요. 그런데 위기상황이 닥치자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어요. 장기간 텅 비어 있는 대표님 자리는 직원들 사기만 더 떨어트렸어요. 대표실이 … [Read more...] about 출근하지 않는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