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한 번씩 언론에서 ‘행복지수 1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 이런 제목으로 기사가 나온다. 이 유사한 제목의 여행기나 인터넷 글들은 수시로 마구 나오고. 근데 한 마디로, 이런 수식어는 그다지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
물론 부탄이 GNH라는 것을 국정 운영 철학으로 삼고 있기는 하다. GNH(국민행복지수)는 1972년 부탄 국왕이 만든 것으로, 경제 발전만으로 한 국가를 평가하는 GDP(국내총생산)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국민의 행복’이라는 것을 국가 운영 철학으로 내세우고, 이걸 수치화해서 측정한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한 점이 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부탄 국내 국정 운영 지표이다. 내가 알기로는 최근에 이 GNH로 세계 여러나라 등수를 매긴 건 없다. 그저 GNH 개념에 들어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전통가치와 정신문화의 보존 발전, 자연보존, 올바른 통치구조 등의 요소들을 가지고 어떤 정책을 세우거나, 일정 기간마다 국정 운영을 평가하거나 할 뿐이다.
한국 언론들이 부탄을 기사에 낼 때마다 거의 항상 ‘행복지수 1위’를 내세우는 건 아마도 2011년 유럽신경제재단(NEF)에서 발표한 국가 행복조사 자료에서 부탄이 1위를 차지한 것을 계속 써먹는 것 아닌가 싶다. 마치 한 번 일등은 영원한 일등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NEF에서 2016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부탄의 행복지수(HPI)는 세계 56위다.
물론 행복지수 80위를 차지한 한국보다는 나은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최근엔 행복지수 1위가 아니라는 거다. 이 지수 외에도 각종 행복 관련 지수에서도 부탄은 1위가 아니다.
아직 다소 폐쇄적이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꿈과 환상 때문에 이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인터넷 언론들은 사실이야 어찌 됐든 사람들 클릭 한 번 더 구걸하려고 자극적인 제목 내다는 거고, 운 좋게 여행 갔다 온 사람들은 남들은 못 가보는 곳 갔다 왔으니 최대한 예쁘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고.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사실 나도 부탄이라는 나라를 그리 나쁘게 보진 않기 때문에, 이게 이 정도에서 그치면 그냥 에이 왕비도 예쁜데 그냥 넘어가자 했을 테지만, 이게 점점 심해지는 듯하다. 급기야 최근 몇몇 매체에서는 부탄은 자살자도 거의 없다는 글들이 나오기도 하더라.
글이 길어지는 게 싫어서 급히 마무리하는데, 부탄 언론의 기사 하나만 찾아봐도 부탄의 자살은 부탄 국내 사망 원인 6위에 랭크되어 통치자들이 문제라고 생각할 정도다. 조만간 관련 자료들 쭉 내거는 글을 하나 쓸지도 모르겠는데, 요즘 영 귀찮아서.
원문 : 빈꿈 EMPTY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