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누리미디어 서비스사업부 박대광 과장이 ㅍㅍㅅㅅ에 기고한 글 “[반론] DBpia가 생각하는 학술생태계와 학술정보산업“에 대한 재반론이다.
누리미디어(DBpia) 및 이개호 국회의원의 행적을 비판적으로 다룬 첫 번째 글 “공공 데이터베이스와 지식생태계: 누리미디어와 한 국회의원에 관하여“를 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누리미디어의 여러 직원들께서 내 글에 단체로 비판적인 댓글을 작성했고, 그중에서는 수일간에 걸친 논쟁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동시에 북미 동아시아 도서관 협의회 산하 한국학 자료 위원회 전자자료 분과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내 문제의식에 동감함을 알려주셨다.
두 가지 상반되는 반응을 접하며 나는 이 사례를 가능한 범위 안에서 좀 더 조사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누리미디어의 반론문이 기고되지 않았다면 내가 추가로 조사한 내용을 이렇게 빠르게 대중적으로 공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누리미디어와 박대광 과장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한다.
이번 글은 1) 누리미디어의 주장에 대한 짧은 재반론, 2) 한국 및 북미에서 누리미디어가 보여준 행적, 3) 공공데이터베이스 정책과 오픈 액세스(Opan Access, 이하 OA)에 관한 짧은 논평 등으로 구성되었다.
누리미디어의 반론은 전체적으로 “현실을 모르는 대학원생 연구자 VS. 현실적인 기업”이라는 흔해빠진 구도를 만들어 내 문제제기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수사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들이 내 글을 끝까지 읽은 뒤에도 여전히 나를 ‘현실을 모르는 대학원생 연구자’로 비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은 독자 여러분들께 맡기도록 하겠다.
1. 누리미디어의 반론 검토 및 반박
예쁜 도표들과 갖가지 수치들, 내 주장을 왜곡하는 여러 문장들을 걷어내고 핵심만 본다면 누리미디어의 요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해외출판사/DB업체에 비해 국내 전자자료의 구독료는 너무 싸서 문제며, “구독료 인상이 국내 학술논문의 제 가치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2) 공공기관 학술사업은 낭비적이다.
3) 학술생태계의 다양한 행위에는 돈이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세 항목 모두 간단하게 반박될 수 있다.
1) 해외DB를 구독하기 위해 드는 높은 비용(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데, 예를 들어 엘스비어[Elsevier] 구독료 문제를 둘러싼 반응을 다룬 이 글을 참고하라 )이나, 한국 대학이 도서관 전자자료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상황은 분명 문제지만, 그게 한국DB업체의 구독료를 더 인상해야 하는, 혹은 누리미디어가 운영하는 DBpia를 전년대비 30% 인상된 가격으로 구독해야 하는 정당성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지식의 가치는 시장에서 매매되는 가격이 아니라 그 지식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넓고 깊게 활용되느냐와 더 관련을 맺고 있다(한 번 다운로드하는데 10억의 가격을 매긴다고 논문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조롱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료를 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는 쪽이 지식의 실질적인 가치를 상승시킨다.
2) 누리미디어는 이개호 의원실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는데, 나는 이미 지난 글에서 이개호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집의 조악한 논리를 비판하며 ‘현재 공공기관 학술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면 될 일이지 사업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갈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누리미디어는 이미 비판받은 논리를 반복하는 대신 다른 논거를 제시하는 쪽이 좋았을 것이다.
3) 나 역시 대학원생 연구자의 경제적 문제를 공론화해온 사람으로서 연구자 생태계의 여러 주체들에게 적절한 경제적 반대급부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나의 강조점은, 그 사실이 누리미디어가 논문구독료를 자의적인 주장에 따라 큰 폭으로 인상시키는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문다운로드 비용 중에서 학회/학술지가 가져가는 몫은 (단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2-30% 수준으로, 뒤집어 말하면 누리미디어가 가져가는 몫이 7-80% 정도다. 실질적으로 누리미디어가 DBpia 이용료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학술지를 포함한 연구자 생태계의 다른 구성원의 몫을 이야기하는 건 자신들의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져다 붙이는 핑계라는 반론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사태의 본질을 보다 명쾌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돈의 흐름을 보면 된다. 누리미디어의 구독료 30% 인상이 받아들여질 경우 누가 이익을 보며, 누가 손해를 보는가?
누리미디어는 “A대학 도서관”의 예를 들며 30% 인상분이 1,452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2014년 기준으로 DBpia를 구독하는 기관은 약 480여개 정도인데, 편의상 평균 인상분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누리미디어는 자신의 인상률이 실현될 경우 약 48억 원 정도를 추가로 얻게 된다. 이중 단순계산해서 25% 정도를 학회지에 떼어주고 나면 세전 36억 원 정도의 현금이익이 추가되는 셈이다.
누리미디어가 그들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연매출 70억 규모”의 기업임을 떠올려보자. 그럼 그 48억 원은 누가 지불하는가? 당연히 각 대학 도서관들이 지불하며, 이는 다시금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전가되거나 (지금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처럼) 교원임용수를 감축하는 등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누리미디어의 의도가 그대로 실현될 경우 누리미디어가 학생과 대학의 주머니를 털어 자신의 몫으로 가져간다. 물론 누리미디어는 학회지도 몫을 가져간다고 호소하겠지만, 그 몫이 논문작성자에게 다시 가는 일은 없으며(현재로는 오히려 대체로 연구자들이 학회 측에 높은 게재료를 지불한다) 학회들 또한 특별히 초과이익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
나는 이러한 구도에서 대학과 학생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누리미디어의 주장이 연구자 생태계 전체의 효용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들은 지식 생태계 전체의 질을 떨어트리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려는 쪽에 가깝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누리미디어의 행적에 관하여: 한국, 북미, 재정상태
물론 지식의 전파 및 공유과정에서 DB업체나 출판사와 같은 중간유통자들의 기여를 절대로 무시할 수 없으며, 그 과정에서 그들이 적절한 몫을 가져가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 몫은 생산-유통-전파-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지식생산의 순환과정을 더욱 원활하게 하는 경우에나 공적인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리미디어는 지금까지 지식 생태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왔을까? 나는 누리미디어가 지금까지 움직여온 방식에 관해 한국 및 북미에서 전자자료 가격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서울대학교 도서관 전자자료 담당자 및 북미 동아시아 도서관 협의회 산하 한국학 자료 위원회 전자자료 분과 담당자와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더불어 누리미디어의 경영상태가 지금과 같은 인상을 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해 회계사 지인에게 누리미디어의 회계감사보고서를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다(세 분을 포함해 내 질문에 답변해주신 여러 분들께 아울러 감사드린다). 아래 내용은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1) 서울대학교 도서관 전자자료 담당자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대학 도서관을 포함하여 한국 주요기관의 전자자료 구매 협상은 주로 KESLI(Korean Electronic Site License Initiative)의 주관 하에 열리는 전자자료 컨소시엄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대표 대학 도서관의 협상담당자들로 구성이 된 운영위원회는 Elsevier나 Springer를 포함한 주요 출판사/DB공급처와 DB접속권 등을 두고 협상한다. 누리미디어는 본래 각 대학과 개별적으로 협상하는 상황이었으나 더 많은 구매자들과의 접촉을 위해 KESLI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를 희망해왔고, 요청이 받아들여져 2011년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누리미디어는 매년마다 지속적으로 국내 자료 구독료를 10% 가까이 인상하며 가격의 상향평준화를 시도해 왔는데, 이는 지속적인 구조조정 및 긴축을 감내하고 있던 국내 대학 도서관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2015년 컨소시엄에서 누리미디어는 30% 가까운 인상률을 요구했고, 안 그래도 다른 국내자료를 포기해가며 긴축의 한계에 다다른 국내 대학 도서관들은 추가인상분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협상은 결렬되었고 누리미디어는 컨소시엄에서 이탈, 독자적인 가격정책을 들고 개별 대학들과 접촉한다. (덧붙이자면, 다른 주요 국내 학술DB업체들은 누리미디어와 같은 인상분을 요구한 적이 없다)
서울대 도서관과의 협상에서 누리미디어는 전년대비 30% 정도, 약 1500만원 정도가 인상된 가격으로 전체 자료 접속권을 구매하거나 전년의 전체구매액과 같은 가격을 내고 ‘중요한’ 저널들만 추려진 패키지를 구매하기를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서울대 도서관 측은 사용가능한 액수의 한도에 따라 부분구매를 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인터뷰이는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보았다. 첫째, 중요저널 선정기준은 전적으로 누리미디어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진짜로 중요한 저널 중 일부를 전체 패키지에 “알박기”함으로써 사실상 전체 자료 접속권을 사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둘째, 누리미디어는 자사의 인상폭을 학회 측의 요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가, 정당한 인상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셋째,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누리미디어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다음 해, 그 다음 해에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2) 흥미롭게도 누리미디어의 사업영역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으며, 그중에서는 북미 대학에 한국학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판매하는 것도 포함된다. 여기서는 전체 맥락을 간략히 정리하고 누리미디어의 행적 및 북미에서의 평판을 소개하겠다.
비교적 최근에 북미의 한국학 연구서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기 시작했지만, 영어권 학계에서 한국학은 아직 일본학이나 중국학과 비교할 때 막 출발하는 단계에 가까우며 북미 대학의 관련 자료 수요도 매우 낮은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미의 한국학 관련 사서들은 한국학 연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2003년부터 전자자료 패키지 협상을 시작한다(북미 대학에서 사서는 한국과 달리 분명한 전문직으로 간주되며,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 및 역할도 상당히 큰 편이다).
이들은 북미의 대학들과 (누리미디어를 포함한) 국내 DB업체들을 중개하면서, 한국학에 할당된 예산이 미미한 북미 대학의 악조건을 넘고 가격협상을 주도하며 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협상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받아오는 등의 노력을 통해 십 수 년 간 세계적으로 더 많은 대학이 한국학 자료를 구독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전까지 해외기관에 직접적으로 마케팅 및 서비스를 시도하기 어려웠던 국내DB업체들은 전 세계의 대학으로 시장을 확장해나가게 된다.
한국학계의 ‘글로벌화’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인 누리미디어·DBpia는 이 과정에서도 값비싼 해외DB에 비해 자신들의 자료가격이 저평가되어 왔다고 주장하며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시도했다(그들은 물론 미국에서 DBpia의 한국어 자료를 이용하는 사람은 극소수며 미국 대학의 DBpia 이용정도도 매우 낮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인터뷰이는 10여년 간 북미 한국학 사서들의 노력을 통해 시장을 확장한 누리미디어가 그렇게 획득한 위치에서 어떻게든 더 많은 이윤을 취하는 것만 생각한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유감과 함께 현재 누리미디어의 움직임과 관련, (누리미디어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개호 의원실의 자료에 명백한 왜곡이 있음을 지적했다. 해당 대목을 인용한다.
“세계 80여개 대학 도서관에 국내 학술정보를 서비스 중인 민간 A사의 경우, “하버드, 예일 등 세계적인 대학에서 국내 논문을 구독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의 무료공개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구독 거절과 구독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의 무료공개 서비스가 이대로 지속될 경우, 국내 학술정보의 해외 수출은 원천 봉쇄될 위기다”고 밝혔다.” (이개호 의원실의 2015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학술정보 서비스산업 현황 및 발전방향』 47쪽 참고)
(사실상 누리미디어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민간 A사”의 주장은 사실관계에서 명백한 왜곡이 있다. 첫째, 북미에서는 각 대학이 직접 협상에 참여하는 대신 북미 동아시아 도서관 협의회 산하 한국학 자료 위원회와 같은 협상팀이 대표로 협상하고 결과를 대학에 알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으며, 이때 한국학 사서가 있는 학교는 좀 더 높은 비용을, 없는 경우는 좀 더 낮은 비용을 지불할 뿐 대학과 추가협상을 하지 않는다(예일의 경우는 애초에 한국학 사서가 없고 적극적으로 구독료 인하를 요구할 리도 없다).
둘째, 지금까지 협상은 늘 구독료 인상폭에 관한 것이지 인하를 논한 적이 없다. 셋째, 구독료 인상폭의 하향을 요구할 때도 “공공기관의 무료공개 서비스”는 사유로 들어가지 않는데, 어차피 미국의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한국의 공공기관이나 학회를 일일이 찾아다니는 게 어렵고 그냥 DB 접속권을 구매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인터뷰이에 따르면 위에 인용된 주장은 그것이 “민간 A사”의 것이든 이개호 의원실의 것이든 거짓이며, 논문 무료 공개 때문에 “국내 학술정보의 해외 수출은 원천 봉쇄될 위기”라는 말은 허위다.
현재 인터뷰이를 포함한 북미의 한국학 사서들은 현역 국회의원과 DB업체가 DB업체의 이익을 위해 사실이 아닌 이유를 들어가며 기존의 흐름을 교란하고 정책결정과정에까지 개입하는 과정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3) 마지막으로, 정말로 깊은 이해심을 갖고, 혹시나 누리미디어의 경영이 정말 어려우며 그들이 이렇게 인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는 한 회계사 친구의 조력을 받아 누리미디어의 회계감사보고서를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주식회사 누리미디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이하 감사보고서)는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식회사 누리미디어는 자산총계가 120억을 넘어선 2013년부터 회계감사를 받기 시작했으며, 현재 2014년 4월 초에 올라온 2013년 자료 및 2015년 3월 말에 올라온 2014년 자료가 공개되어 있다(감사는 모두 한미회계법인에서 수행했다). 유감스럽게도 2015년 보고서는 한 달반쯤 뒤에야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나, 두 개의 보고서만으로도 2012년-13년-14년에 걸쳐 누리미디어의 경영상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회계사 친구의 첫 소감은 누리미디어가 “아주 무난하게 안정적으로 성장 중인 회사”라는 것이다. 핵심적인 지표들을 살펴보자(편의상 천만 단위까지만 표기한다).
표에서 드러나듯 매출액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영업이익은 감소 후 증가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2013년에 매출원가가 전년 대비 20억 정도 증대했기 때문이다(아마도 저널게재권료 등이 포함될 비용에 대한 투자액 증대가 있었던 걸로 보인다). 요컨대 누리미디어는 사업 확장을 해가면서 지속적으로 매출액을 키우는 중이다.
특이한 점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14년에 큰 양(+)의 금액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회사의 경우,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투자활동을 통해 지출하므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양(+)의 금액,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음(-)의 금액인 것이 보통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표를 좀 더 훑어봐야한다.
14년도 현금흐름표의 내역을 살펴보면 토지의 처분으로 인한 유형자산처분이익이 크게 올라가 있으며 이로 인해 14년의 당기순이익이 13년에 당기순이익과 비교하여 거의 4배에 가까운 값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감사보고서의 주석까지 참고하여 추정컨대, 누리미디어는 13년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24억의 대출을 받아(13년 주석 5, 6, 8, 9) 23억 7천만 원에 토지를 구입하고 다시 14년에 마포구 서교동에 있던 토지를 38억 7천만 원에 팔아 빌린 돈 중 단기차입금 약 30억 정도를 갚았다. 현금 배당금도 당기순이익의 흐름에 따라 변화, 배당금총액은 2012년 10억, 13년 3억, 14년 5억으로 감소 후 증가한다((13년 주석13, 14년 주석12).
부채비율의 경우 2013년 말 160% 수준에서 2014년 말 100% 수준으로 조절되어 안정적이며, 회사의 주된 부채인 선수수익 역시 실제 돈이 나가야 할 부채가 아니라 향후 ‘수익’으로 대체될 긍정적인 부채로서 이를 감안한 부채 비율은 실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부채 중 차입금 비중이 적다는 것은 이자보상 비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13년은 이자보상비율 776%, 2014년은 1666% 수준으로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2014년 말 기준 159억 정도의 자산총계를 가진 누리미디어는 수년 간 특별한 경영상의 어려움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다. 각종 투자도 늘리고 있으며, 부동산 투자도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했다. 국내DB 시장 내 지위도 안정적이고, 어느 정도는 독점적인 지배력도 보유했다. 아쉽게도 당분간 주식은 내부의 관련자들만 보유한 채 추가발행을 하지 않겠지만, “투자해도 나쁘지 않은 회사”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렇게 무탈한 경영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 국내 시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전년 대비 30% 가까운 구독료 인상을 통해 추가적인 이익 상승을 무리하게 추구해야만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3. 결론: 공공데이터베이스 정책과 오픈액세스 운동, 그리고 한국의 연구자들
지금 글에서 이 주제를 제대로 다루기는 어렵다. 지난 10여 년 간 계속해서 중요해지고 있는 전자자료 접근권에 관해 멀끔한 정책적인 대안을 내놓는 건 현재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다.
다만 누리미디어의 반론 및 지난 번 글에서 제기된 몇 건의 댓글에 답하자면, 나는 결코 공공DB 구축이나 OA운동이 만능해결사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 행정 및 정책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만 있다면 만능해결사 따위는 없으며 더불어 공동DB구축이나 OA운동 같은 커다란 구호 하에 매우 상이한 실천이 존재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정책적인 대안을 사고하는 방식의 기본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찾고, 이를 점진적으로 고쳐서 합리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부정책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이개호 의원의 지적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게 정부 정책의 개선이 아닌 폐기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참고 기사; 오마이뉴스가 언제부터 국회의원이 자기 실적을 자랑하는 홍보판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로 유감스러운 ‘기사’다).
나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연구자들 간 전문지식의 전파 및 공유수단이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공공DB 구축이나 OA운동처럼 자료접근권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특히 시장 내 독점적 위치를 확보하여 자의적인 가격책정을 의도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을 의식해야 하는 경우라면 말이다(물론 나는 누리미디어가 그런 기업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이를 위해 적어도 세 가지 실천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다른 누구보다도 누리미디어 본인들이 현재의 무익하고 해로운 입장을 변경하고 지식/연구자 생태계의 공익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나는 그들이 연구자 생태계의 공공성을 “특권 의식” 정도로 치부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루 빨리 교정하길 바란다.
둘째,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의 정부정책을 이끌어내야 한다. 교육부 및 관련기관은 특히 고등교육 문제에서 위에서 결정하고 연구자들에게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구자집단과 충분한 숙고를 거쳐 전체 생태계에 최선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책결정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DB구축을 제외하더라도, 영국 JISC 경우처럼 공기관이 OA출판금액을 지원하여 그만큼 출판사의 구독료를 낮추는 방식 등을 통해 각 기관의 전체 자료구독비가 감소하는 효과를 노리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셋째, 다른 무엇보다도 교수집단을 포함한 연구자들이 집단적 네트워크를 맺고 움직여야 한다. 교수들은 한편으로 학술지의 운영자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는 입장이기에, 약간만 노력한다면 현재의 흐름에 상당히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당연하지만 그것은 개개인 단위가 아니라 학회 단위, 학계 단위의 네트워크를 결성하는 과정을 통해서다.
지금까지 조사를 수행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한 반응 중 하나는 놀랍게도 교수집단에 대한 매우 커다란 불신이다. 교수신문은 2015년을 총평하면서 “2015년 굵직한 현안마다 교수들이 안 보였다”는 우려조의 기사를 제출했다.
나는 학술전자자료 문제에도 마찬가지의 코멘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학술자료가 전자문서화 되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중반이지만, 자신들의 지식이 어떻게 유통되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발언하는 교수는 놀랍게도 거의 드물다.
좋든 싫든 교수집단은 교육연구환경에 개입하고 상황을 개선시킬 역량과 책임을 동시에 가진 몇 안 되는 집단이다. 그들이 이제부터라도 자신의 공적 책임을 인식한다면 한국의 연구환경은 상당히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물론 이는 지금 한창 난국을 헤쳐 나가는 나와 같은 동료 대학원생 연구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는 무엇이 우리의 연구환경을 만드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문장을 덧붙이자. 다시는 대학원생 연구자를 무시하지 마라.
원문: BeG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