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초보 팬을 위해 최대한 친절하게 쓴 가이드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ABC부터 시작할 수는 없는 법. 미식축구를 보는 법부터 궁금하시면 ‘도대체 풋볼은 어떻게 보는 걸까?’를 참조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다음 달 7일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을 가리는 2016 슈퍼볼(super bowl)>이 열립니다. 볼은 미식축구에서 플레이오프 경기를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경기장 모양이 음식을 만들 때 쓰는 볼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번 슈퍼볼은 50번째 열리는 슈퍼볼입니다.
NFL 결승전을 슈퍼볼이라고 부르게 된 건 처음 이 경기가 열리던 1966년 슈퍼볼(super ball)이라는 장난감이 유행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캔자스시티 구단주였던 라마르 헌트(1932~2006)가 처음 이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모두 이름을 짓느라 애를 먹고 있을 때 자기 아이들이 슈퍼볼을 가지고 놀던 게 생각났던 것이죠.
이 경기 우승팀은 보석 브랜드 ‘티파니’에서 100% 은으로 만드는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 트로피는 높이 22인치(55.9㎝)에 7파운드(3.2㎏)가 나갑니다. 시중에서 사려면 3500달러(약 423만 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하네요.
트로피 이름은 NFL에서 통산 105승 6무 35패(승률 .750)을 기록했던 감독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빈스 롬바르디 감독(1913~1970)이 이끌던 그린베이가 1, 2회 슈퍼볼 챔피언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이 트로피를 이렇게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세계 프로 미식축구 챔피언십”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5회 슈퍼볼부터 지금 같은 이름을 얻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를 비롯해 나머지 4대 북미 프로스포츠(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야구) 챔피언 결정전은 두 팀 안방을 오가며 열리지만 미식축구는 단판 승부입니다. 그것도 미리 구장을 정해둡니다. 2016 슈퍼볼은 다음 달 8일 캘리포니아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립니다. 원래 샌프란시스코가 안방으로 쓰는 구장입니다. 슈퍼볼이 워낙 빅 이벤트인 만큼 모든 프랜차이즈에 골고루 기회를 주려는 정책입니다. 그래서 내년 슈퍼볼도 이미 휴스턴에서 열리기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그다음 개최지는 미네소타입니다.
NFC vs AFC
NFL은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하고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로 나눠 경기를 치릅니다. 월드시리즈에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이 맞붙는 것처럼 슈퍼볼에서도 NFC, AFC 챔피언이 맞붙습니다. 올 시즌 NFC 챔피언은 덴버, AFC 챔피언은 캐롤라이나입니다.
NFL도 다른 종목처럼 계단식으로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릅니다. 리그 구조를 모르면 플레이오프 구조를 알기가 힘드니 잠시 설명해 보겠습니다. NFL은 양대 콘퍼런스에 각 16개씩 32개 팀이 순위 다툼을 벌입니다. 각 콘퍼런스는 네 팀씩 네 개 디비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각 콘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은 각 디비전 1위와 나머지 중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2개 등 총 6개 팀입니다. 이 팀이 각각 6강 플레이오프를 벌입니다.
위 그림을 보시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플레이오프 첫 단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라고 부릅니다. 콘퍼런스에서 승률이 가장 높은 1, 2위는 먼저 4강에 진출해 있습니다. 그 다음 3~6위, 4~5위가 맞붙어 각각 1, 2위 팀과 상대할 팀을 결정합니다. 이 경기 승자와 각 콘퍼런스 1, 2위 팀이 맞붙는 네 경기는 ‘디비전 챔피언 결정전’입니다. 그다음 4강 전은 당연히 콘퍼런스 챔피언 결정전, 그 다음이 슈퍼볼입니다.
창 vs 방패
그럼 이제 경기 내용을 들여다볼까요? 한국 프로야구하고 달리 NFL은 모든 팀이 정해진 횟수만큼 만나면 일정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심지어 올해 성적에 따라 내년 상대 팀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득점과 실점만 가지고는 어떤 팀이 더 잘했다. 못했다 따지는 건 사실에 꼭 들어맞지 않습니다. 야구에서 ‘구장 효과’를 반영해야 하는 것처럼 NFL도 상대 팀 수준을 따져야 진짜 전력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쓰는 계산법이 바로 ‘심플 레이팅 시스템(SRS)’입니다. SRS는 이런 단계로 계산합니다. 먼저 어떤 팀이 어떤 팀과 어떤 구장에서 맞붙어 어떤 성적을 냈는지를 모두 더합니다. 그다음 이 기록을 토대로 리그 평균을 0으로 조정한 숫자에 따라 +/-를 정합니다. 이 기록은 공격 SRS(OSRS)하고 수비 SRS(DSRS)로 나뉩니다.
이 기록을 보면 캐롤라이나는 AFC에서 OSRS(+6.0)가 두 번째로 높은 팀이고, 덴버는 NFC 기준 DSRS(+5.5) 2위 팀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캐롤라이나는 공격이 좋은 팀이고, 덴버는 수비가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럴 때는 언론에서 흔히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말을 씁니다. 기록이 말해주듯 캐롤라이나는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확실시되는 쿼터백 캠 뉴턴(27)까지 직접 뛰면서 공격하는 득점 1위 팀(경기당 31.2점)이고, 덴버는 유니폼 색깔에서 따와 ‘오렌지 크러시(Orange Crush)’라고 불리는 강력한 수비로 유명한 팀입니다.
듀얼 스렛 vs 포켓 패서
쿼터백도 성격이 극명하게 다릅니다. 미식축구는 여태 열린 49차례 슈퍼볼 중에서 쿼터백이 MVP를 차지 한 게 27번(55.1%)일 정도로 쿼터백 비중이 큰 경기입니다. 올해 슈퍼볼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드래프트 전체 드래프트 1순위 쿼터백끼리 맞붙습니다.
2011년 드래프트 1순위를 꿰찬 뉴턴(사진)은 위에 쓴 것처럼 패스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뛸 때도 잦습니다. 별명부터 ‘슈퍼맨’입니다. 뉴턴은 올 정규리그 때 636야드를 달렸는데요, 이는 쿼터백 중에서 가장 많은 기록입니다. 러싱 시도 역시 132번으로 쿼터백 중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미식축구에서는 이런 스타일을 ‘듀얼 스렛(Dual Threat)’ 또는 스크램블러(Srambler)’ 타입이라고 부릅니다.
뉴턴은 ‘스크램블러는 슈퍼볼에 약하다’는 편견을 깨야 합니다. 2년 전 슈퍼볼 때 러셀 윌슨(28·시애틀)이 정상을 차지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팀에 우승을 안긴 스크램블러는 스티브 영(55)이었습니다. 영은 샌프란시스코에 세 차례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잊지 않으셨죠?)를 안겼는데 1994 슈퍼볼이 끝이었습니다. 그 뒤로 윌슨이 성공하기 전까지 19년 동안에는 리그 정상에 오른 스크램블러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시애틀 역시 윌슨보다는 수비진 덕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는 평이 더 우세합니다.
반면 1988년 1순위 지명자 페이턴 매닝(40·사진)은 전형적인 포켓 패서(pocket passer) 타입입니다. 팀 동료들이 상대 수비수를 막아주면서 주머니 모양으로 안전 지대를 만들어 주면 그 안에서 공을 던지는 스타일입니다.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10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통산 7만1940야드(역대 1위)를 패스로 전진하면서 터치다운 패스 539개(역대 1위)를 성공한 전설 중의 전설입니다. 단, 슈퍼볼 우승하고는 인연이 없는데 그가 팀을 NFL 챔피언으로 이끈 건 2007 슈퍼볼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공교롭게도 2년 전 슈퍼볼 때 윌슨에게 무릎을 꿇었던 포켓 패서가 매닝이었습니다. 각종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매닝은 이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 게다가 지난 시즌에는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 올리는 행위) 루머에도 연루되며 체면을 구긴 상태입니다. 명예를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이번 슈퍼볼에서 생애 두 번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차지하는 일일 터. 매닝 본인 역시 2년 전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인종도 다릅니다. 만약 뉴튼이 이 경기 MVP로 뽑히게 되면 22회 슈퍼볼 때 덕 윌리엄스(61·당시 워싱턴) 이후 처음으로 슈퍼볼 MVP를 차지하는 흑인 쿼터백이 됩니다. 또 두 선수는 13년 48일 차이를 두고 태어났는데요, 지금까지 슈퍼볼에서 이보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쿼터백끼리 맞붙은 적도 없습니다.
예상 vs 결과
이제 제일 어렵지만 꼭 해야 하는 판단을 내릴 차례. 그럼 과연 누가 이길까요? 6 대 4 정도로 캐롤라이나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덴버가 리그에서 상대가 공을 들고 뛰는 ‘러싱 공격’을 세 번째(1337야드)로 잘 막은 팀이지만 러싱 공격 1위 팀 캐롤라이나(2282야드)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아예 초반에 승부를 결정내는 팀 분위기를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캐롤라이나는 디비저널 라운드 때 전반전을 31-0으로 끝냈고, 콘퍼런스 챔피언 결정전 때도 24-7로 전반전을 끝냈습니다.